상거래정보 범위 두고 업계 이견…마이데이터 시작 전부터 '잡음'

[이슈진단+] 상행위 관련 '결제 내역만' VS '주문 내역까지'

유통입력 :2020/10/22 16:03    수정: 2020/10/22 16:21

손예술, 안희정 기자

마이데이터(본인 신용정보 관리업) 업자가 공유할 수 있는 '신용정보'에 대해 금융업·전자금융업·전자상거래업 등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마이데이터 사업이 착수도 전에 좌충우돌하고 있다. 개정된 신용정보법 시행령에 따르면 신용정보에 상법상 상행위에 따른 상거래의 종류·기간·내용·조건이 포함되지만, 이커머스업계(전자상거래업)는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권 간 각기 다른 주장과 근거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신용정보'의 상거래 정보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개정된 신용정보법이 시행되기 전, 금융위원회와 금융업·전자금융업·전자상거래업 등이 협의를 거쳐 시행령을 마련했는데, 현재 이커머스 사들이 마련된 시행령을 따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핵심은 신용정보 시행령에 마이데이터 고객이 이동을 지시할 수 있는 신용정보 범위에 상행위 거래 정보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커머스 사들은 신용정보와 상거래 정보를 동일 선에서 볼 수 없기 때문에 상거래 정보를 내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커머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거래 데이터를 자사 사업과 상관 없이 모두 공개하라는 것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자상거래업과 전자금융업(간편결제) 지위를 동시에 갖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나 11번가·티몬·위메프 등은 전자금융업을 별도 회사로 분리한 네이버나 카카오·쿠팡 등 보다 더 많은 정보를 내놔야 하기 때문에 반발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전자금융업자면서 동시에 전자상거래업자 "우리만 불리"


상거래 정보의 범위가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됐지만 해석의 여지가 있다. 이 때문에 전자금융업자면서도 전자상거래업을 하는 일부 이커머스는 소비자가 구매한 세세항 상품 정보를 제공해야 할 수 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전자금융업을 분사시킨 회사들은 소비자 동의 하에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간단한 결제 정보만 제공하면 돼 상대적으로 덜 불리한 것으로 관측된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전자금융업을 네이버파이낸셜이라는 자회사로 분리했기 때문에 네이버파이낸셜만 가진 결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생긴다. 네이버가 갖고 있는 상세한 주문 내역 정보는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네이버파이낸셜이 공유해야 하는 정보는 간단한 결제 내역 정보이고, 상품과 관련 세세한 거래 정보는 들어가있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티몬·위메프 등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쇼핑 정보 범위가 넓어진다. 예를 들어 11번가와 네이버에서 똑같이 나이키 운동화를 샀다고 하면, 11번가에서는 나이키 운동화 품번이나 색상, 사이즈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 할 수 있다. 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나이키 운동화를 판매한 회사 이름이나 품목 정보 정도만 제공하면 된다.

전자금융업과 전자상거래업을 겸업하는 한 회사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고객의 쇼핑 정보 신용정보에 포함시킨다고 했을 때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며 "이커머스 회사에서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고객 쇼핑 데이터를 다 내주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간편결제를 따로 떼어낸 회사들은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은 데이터를 다 공개해야 하는데, 분사를 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지 않나"고 말했다.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개요도.(자료=금융위원회)

온라인쇼핑협회와 인터넷기업협회 등은 금융위가 입법예고에 없었던 ‘주문 내역 정보’를 포함한 전자 지급 수단 관련 정보를 시행령에 추가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반발하며 나섰다.

주문 내역 정보는 신용정보가 아닌데, 무리하게 추가를 해 마이데이터를 신청하지도 않은 사업자가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도 했다.

이들 협회는 주문내역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시장에서 큰 반발과 충격이 있으니 일단 시행령에서 제거하고, 본격적으로 시행된 후 어떤 정보가 신용 관리에 도움이 되고, 신규 상품에 도움 될지 살펴봐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협회 관계자는 "나이키 운동화인지, 아디다스 운동화인지 알아야 새로운 금융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대표 품목 정도는 제공될 텐데, 무조건 많은 정보를 달라고 하는 식 보다는, 시작해 본 후 요구해도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주문내역 정보가 소비자의 민감한 사항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전자상거래의 확장은 소비자의 민감한 사항까지 주문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데, 정보의 활용을 강조하는 신용정보법에서 이와 관련된 개인정보를 규율하는 것은 소비자 권익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간편결제 자회사를 따로 두고 있는 회사들은 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타 회사의 쇼핑 정보를 받는다고 해도, 데이터를 분석할 능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데이터 활용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은행권 "주문 내역 공유해야…시행령에 이미 있는 내용"


은행권에서는 개정 신용정보법 시행령에 이미 나와 있는 만큼 주문 내역은 공유해야 한다는 수준으로 중지를 모은 상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몇 차례 금융위와 관련업계가 논의했는데 주문 내역도 아예 줄 수 없다는 업체도 있었고, 세부 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주문 내역은 줄 수 있다는 업체도 있었다"며 "은행권은 무엇을 구매했는지 수준의 주문 내역 정도는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지만, 결국 금융위의 조율안을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회의에서 이커머스 업계에선 일정 기간을 정해두고 그 기간 내 고객이 구입한 건수 정도의 주문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서 은행업권은 수용하지 않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쇼핑업체서 A고객이 무엇 무엇을 샀는지는 핵심 정보라 공유할 수 없고,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A고객이 화장품 외 10건을 20만원어치 샀다'와 같은 데이터를 주겠다고 했다"면서 "이런 데이터는 가치가 크게 없다"고 부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고객이 원래 운동화만 매번 구입하다가 아기 신발을 세 달여 마다 산다고 하면 '아기가 생겼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며 "고객을 상세하게 추론할 수 있는 데이터를 주면 은행업계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이커머스 업체의 간편결제에 은행 계좌를 연결하는 경우가 있지만, 은행 계좌 이체 내역에는 해당 이커머스 업체가 적히는 경우가 많아 구매 트랜잭션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은행업계 전언이다.

일각에서 은행업계와 전자상거래업계 간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당 회의에 참석한 은행권 관계자들은 전자상거래와 전자상거래와 전자금융업을 동시에 하는 곳들 간의 이권싸움이 더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관계자는 "주문 내역 공개 범위를 두고 이커머스 업체 간 갈등도 큰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쇼핑과 전자금융업 비즈니스·금융업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는 네이버의 셈이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커머스 업계 해석과 다르게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쇼핑을 통해 상세한 주문 내역 데이터를 갖고 있다. 이를 주게 되면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돼 이커머스 업체를 내세워 완강히 공개를 부인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금융위 "시행령 개정 바꿀 생각없어…상거래 정보도 결국 고객 것"


업계 간 견해차를 조율하고 있는 금융위의 원칙은 신용정보법 시행령을 개정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측은 업계 간 대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상거래 정보 범위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첨언했다.

금융위 이형주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상거래 정보를 범주화해서 양쪽 다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유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며 "시행령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형주 단장은 특히 이커머스가 공유하지 않겠다고 하는 주문 내역 데이터가 마이데이터 상에선 '고객 데이터' 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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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장은 "마이데이터는 내 정보를 내가 원하는 곳에서 관리해달라고 요청하는 '개인 신용정보 전송 요구권'이 핵심인 사업"이라면서 "주문 내역도 이커머스의 정보가 아니고 고객의 정보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1일 열린 '제3차 디지털금융협의회'에서 금융위 손병두 부위원장은 금융사와 빅테크 중 일방향적으로 득을 보는 업권이 없도록 하겠다며 '상호호혜'를 거론하며, 금융 데이터로 이익을 보는 업권은 반대로 금융권에 이득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