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흔들림 없는 반도체 코리아

증권가, 올해 반도체 영업익 '삼성 25조원·SK 8조원 이상' 전망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4/09 10:48

삼성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사업의 선방으로 올해 1분기 6조4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깜짝 실적을 냈다. SK하이닉스도 1분기에 전분기 대비 95% 가량 증가한 영업이익을 바라보고 있어 반도체 코리아를 이끄는 두 기업이 코로나19 위기 속에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저력을 입증할 전망이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전사 영업이익의 65% 가량을 차지하는 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 역시 16조1천억원대를 기록해 전체의 30% 수준을 차지한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반도체 호황으로 사상 최대였던 2018년 3분기 실적(매출 24조7천700억원, 영업이익 13조6천500억원)보다는 크게 감소한 수치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어려웠던 전분기와 비교하면 14% 이상 증가한 성적이다.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영업이익률 역시 전분기(20.9%) 대비 4.0%포인트 개선된 24.9%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 시장기대치를 상회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오는 23일 1분기 경영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실적 평균치) 기준으로 매출 6조8천153억원, 영업이익 4천5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일주일 사이 목표주가를 가장 높게 잡은 하이투자증권(목표주가 13만원)의 경우 매출 7조2천억원, 영업이익 6천244억원을 예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분기에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23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영업이익으로 4조5천억원 이상을 쓸어 담은 것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코로나19의 악영향에도 시장의 기존 예상치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서버 D램 수요 급증에 따라 D램 출하량과 ASP(평균판매가격)가 기존 가이던스를 상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송 연구원은 또 "코로나19가 향후 어떠한 양상을 보일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 중국의 선례처럼 코로나19가 확산 한달 이후 진정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반도체 수요와 실적 만큼은 여타 산업과는 달리 코로나19의 악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투자증권은 1분기 원·달러 환율이 우호적인 가운데 IDC(인터넷데이터센터) 고객들이 기존 주문량을 넘어서는 물량에 대해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감수하면서 SK하이닉스 측으로부터 서버 D램 구매하고, 엔터프라이즈향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출하량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는 최근 올해 분기별 서버 D램 수요 전망치를 ▲1분기 14억→14억3천400만기가바이트 ▲2분기 14억9천500만→15억4천300만기가바이트 ▲3분기 16억8천만→17억100만기가바이트 ▲4분기 17억5천900만→17억8천만기가바이트로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2020년도 2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전망. (자료=트렌드포스)

1분기 서버 D램은 3월 들어 32기가바이트 D램과 64기가바이트 LRDIMM(Load Reduced Dual In-line Memory Module) 가격이 전월 대비 각각 5.0%, 5.9% 상승하는 등 우호적인 시장환경도 기록 중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중국의 4대 클라우드 업체(알리바바·텐센트·틱톡·바이두)와 북미 주요 클라우드 업체(아마존·페이스북·구글·마이크로소프트)가 본격적인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서 코로나19 위기 속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기사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연간 매출 84조원, 영업이익 25조원 이상을, SK하이닉스는 매출 34조원, 영업이익 8조원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두 기업 모두 지난해 실적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수출 자체가 코로나19에도 3월에 부진하지 않았고, 확산세가 6~7월에 둔화된다면 충분히 작년 수준의 수출액(951억6천만달러)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17~2018년도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지금보다 물량이 적었지만, 수출액은 900억달러(2017년도 997억달러, 2018년도 1천281억달러) 이상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조기 종식될 경우, 올해 반도체 수출액은 900억달러 후반을 기록하는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