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교수의 데이터 세상] 공직선거에도 모바일 투표 도입을 바라며

전문가 칼럼입력 :2020/04/06 10:18

이봉규 (현)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
이봉규 (현)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

코로나19로 인해 선거나 유세방식에도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 즉, 코로나 발생 전과 발생 후의 현격한 차이가 관측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선거유세 방식의 변화와 병원에 입원 중인 확진자 혹은 일부 자가격리자의 거소투표 방식에 대한 논의의 진행은 공직선거에도 모바일 전자투표 도입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기술 발전은 모바일 제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총체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제 사물인터넷을 의미하는 약어인 IoT도 'Internet of Things'에서 'Intelligence of Things'로 명명하기 시작했고, 5G와 AI를 통해 한층 지능화된 연결망과 XR(증강현실, 가상현실, 혼합현실) 기술들은 육체적인 능력을 증강 시킬 뿐만 아니라 지적 그리고 사회적인 역량까지 향상시킬 수 있게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들이 언제쯤 공직선거 영역에도 적용되어 많은 유권자가 투표소에 가지 않고도 의결권을 행사하여 참여율도 높이고, 투·개표와 집계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나 궁금해진다.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부분의 민주주의 선거에서는 보통선거, 평등선거, 직접선거, 비밀선거의 4가지 원칙을 준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여기에 자유선거의 원칙이 추가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들이 오늘날의 선거와 투표방식에 적용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나이 이외에는 자격조건을 두지 않는 보통선거의 경우도 우리나라는 1948년에 처음 시행되었는데, 미국에서도 1930년이 되어서야 인디언 성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였고, 영국은 1928년, 프랑스는 1944년, 스위스는 1971년 그리고 홍콩은 1982년에 보통선거를 공식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만 보아도 처음 제헌헌법에 따라 간선제 방식으로 시작하여, 1952년 직선제 그리고 유신헌법으로 간선제 그리고 다시 1987년에 개헌하여 직접선거를 도입하기에 이르고 있다.

투표와 개표방식이 발전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1880년대에 호주에서 처음으로 인쇄된 투표용지와 투표함 사용이 시작되어, 1960년대에 레버 투표기(Lever Machines)와 펀치 카드(Punch Card)가 사용되었다. 전자투표는 1970년대 미국에서 투표기에 컴퓨터 운영기술을 접목한 전자투표시스템(Direct Recording Electronic) 도입으로 시작되었고, 1990년대 후반부터 터치스크린 투표기와 인터넷 투표시스템이 사용되었다. 미국에서는 2000년 대통령선거 때 펀치 카드의 종이 부스러기로 정확성 논란이 야기된 이후인 2004년 대선부터 전자투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었다.

우리는 2006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시스템을 개발해 활용하기 시작하였고, 2013년부터는 인터넷 온라인 투표시스템을 도입해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포함한 유권자 중심의 다양한 선거서비스에 확대하고 있다. 이제, 선거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후발 민주주의 국가들의 선거관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세계 민주주의 발전과 정착에 공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위의 유권자 중심 선거관리 및 선거서비스 지원 동향 출처(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헌법 제114조의 의해 1963년도에 창설된 선관위는 온라인투표시스템을 활용하여 아파트 동대표와 같은 민간단체 대표자 선출부터 정당의 당내경선과 정책결정 및 의견수렴 기능까지 수행함으로써 사회갈등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성공적인 사전투표제도의 안착과 선상투표와 재외선거 도입은 다른 나라들도 칭찬하는 국민 참정권을 보장하는 좋은 선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블록체인 온라인투표시스템을 시범 구축한 것은 공직선거에 온라인투표를 도입하는 기반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행보라 할 수 있다. 즉, 온라인투표의 보안성을 강화하여 투표 과정과 선거결과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건강한 선거문화를 조성하고, 온라인투표시스템 적용이 민간에서 공공성이 높은 영역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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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의 온라인투표시스템 활용 위탁선거 지원현황 (단위 : 건,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물론, 아직 민간영역과 다르게 공직선거에 모바일 온라인투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 2015년에 미국 버지니아 선관위가 해킹 우려로 전자투표 사용을 취소한 경우나 2017년 프랑스가 총선에서 인터넷투표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들은 보안성과 유권자 인증 기술 및 투표 기밀성을 유지하는 보안기술이 절대적으로 확보되어야 하고, 사회적인 합의도 이루어져야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행히 최근 투명성과 추적성(Transparency and Traceability) 관련 정책과 기술들은 AI를 포함한 첨단기술 사용에 대한 윤리적 접근방식을 제시하고, 무결성, 일관성, 개방성, 책임 등의 지표를 통해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결국, ‘좋은 선거(Good Election)’는 세계선거기관협의회(Association of World Election Bodies, A-WEB) 헌장에 나와 있는 것처럼 ‘자유와 공정(Free & Fair)’ 뿐만 아니라 이제부터는 ‘포괄, 참여, 투명(Inclusive, Participatory, Transparent)’ 등과 같은 개념들도 내재화해야 할 것이다. 선관위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선거 시스템에 DNA 기술들을 더 많이 접목하여 자유롭고 공정하며 효율성과 효과성까지 갖춘 공직선거용 모바일 온라인 투표시스템의 탄생과 이를 통해 갈등과 분열을 넘는 화합의 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봉규 (현)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정책연구센터 소장. 코넬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 취득 후 한성대학교 공과대학 정보전산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 원장, 정보대학원 원장,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위원회 자체평가위원회 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인터넷정보학회 회장, 한국인터넷진흥원 이사, 서울시 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재)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설립추진단장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스마트 스페이스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대한민국 ICT의 미래,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