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주총 시즌…코로나19로 달라진 기업 풍경

마스크 필수에 주주 체온 측정, 전자투표 도입 확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이달 기업들의 주주총회 풍경도 예년과는 사뭇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사들은 경영 투명성과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해 그룹 내 상장 계열사들의 주주총회를 분산 개최하고 있다.

올해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예방과 주주 편의성을 위해 전자투표제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 전자 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소액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장에서는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입장하기 어려워지고 곳곳에는 방역용품이 비치된다. 일부 기업들은 코로나19 비상사태 발생 시 연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삼성전자 주주총회 현장.(자료사진=지디넷코리아)

삼성전자는 오는 18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이곳은 2천여 명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그간 주총이 열렸던 서울 서초사옥보다 수용 인원이 1천200명가량 더 늘어난 셈이다. 2018년 '50분의 1' 액면분할을 실시, 주주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입장 지연 등 주총 참석에 혼선을 빚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다.

또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주주 편의 제고와 코로나19 확산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행사장에 입장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입구에는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한다. 행사장 곳곳에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비치하고 행사장 내 좌석 간 간격을 넓힐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주들에게 전자투표제를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처음 도입한 만큼 실제 행사장 참석률 등 분위기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행사장 내 코로나19 방역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오는 20일 SK하이닉스 등 계열사별 주주총회를 연다. SK하이닉스는 예정대로 경기도 이천 본사 영빈관에서 주총을 개최한다. 주주 밀집도를 줄이기 위해 좌석 간 간격을 띄어 배치하는 등 방역에 힘쓸 계획이다. SK는 2017년 SK이노베이션을 시작으로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핵심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전자투표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26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LG전자는 혹시 모를 코로나19 비상사태 발생 시에 대비해 공고를 통해 주주총회 일정과 장소가 변경될 수도 있음을 알렸지만 아직까지는 변경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0일부터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도 주주총회를 연다. ㈜LG는 27일로 예정했다.

올해 코로나19 감염·전파 예방을 위해 많은 기업들이 총회장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 또는 디지털 온도계로체온 감지기를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사진=지디넷코리아)

LG디스플레이는 코로나19 감염·전파 예방을 위해 총회장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 또는 디지털 온도계로 참석 주주 체온을 측정, 발열이 의심될 경우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매년 주주들에게 제공했던 전시장 투어와 셔틀버스 운행 서비스를 중단한다.

회사 측은 "주주총회 개최 전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불가피한 장소 변경이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상장계열사 10곳 중 롯데하이마트 1곳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한화그룹은 2018년 ㈜한화, 한화케미칼을 비롯한 7개 상장 계열사가 모두 전자투표 도입을 완료했다.

CJ그룹은 이날부터 계열사별 주주총회 일시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은 8개 상장 계열사가 모두 전자투표제 도입을 마쳤다.

CJ그룹 관계자는 "주주총회 활성화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전자투표제 도입을 확대하게 됐다"며 "각 계열사별로 주총장 코로나19 방역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중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총 105곳이 오는 8~14일 예탁원 전자투표시스템(K-eVote)을 통해 전자투표·전자위임장을 이용한다. 전자투표·전자위임장을 이용하려는 주주는 행사기간 중 K-eVote 주소로 접속해 본인인증 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