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 교수의 데이터 세상]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온라인 교육

전문가 칼럼입력 :2020/03/09 10:57

이봉규 (현)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
이봉규 (현)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기승은 백화점이나 시장에서의 상품 구매보다 온라인 구매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소비 행태나 트렌드를 바꾸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 생태계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도 만들었다. 이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와 같이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학교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은 보완과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교육부가 3월 2일에 발표한 ‘2020학년도 1학기 대학 학사 운영권고안’에 따르면 대학은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집합수업 대신에 재택수업을 하고, 구체적인 방식은 각 대학의 여건에 맞게 교원과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자율적으로 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 구성원들은 자신의 소속 대학의 ICT 인프라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이나 결정은 속담에 나오는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비대면 온라인 교육방식은 ▲교수가 스마트폰이나 PC로 강의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나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해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 ▲정해진 수업시간에 줌(ZOOM) 등을 사용해 실시간 화상 수업을 하는 방식 ▲교수 자신이 기존에 만든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s)나 거꾸로교실(Flipped Classroom) 강연자료 혹은 강의실이나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강의콘텐츠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 ▲노트 앱이나 터치펜 사용 가능한 태블릿을 이용해 강의 노트에 필기하면서 강의하는 방식 등이 있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비대면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게 되면 교육의 질 저하는 말할 것도 없고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초래될 수도 있다. 개설 강의 수 8천 개 이상인 큰 대학도 단시일 내에 촬영 가능한 스튜디오나 장비가 충분하지 않아 강의 준비가 미흡할 수도 있고, 교수들이 학생에게 강의자료를 배포할 때에도 저작권법 저촉은 차치하고도 학교 서버 용량에 따른 과부하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게다가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는 의·치·간호대나 예·체능계열의 과목들은 실험·실습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참고할 만한 선례나 가이드라인조차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외부 강사를 포함한 교수들도 갑자기 온라인으로 출석 확인부터 질의응답, 과제와 시험 등을 모두 수행하고, 교수학습 상호작용의 충실성을 증빙할 수 있도록 자료로 만들고 일체 보관하라고 하니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어쨌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러한 난관들을 극복하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려면 바람직한 미래 대학과 인재상에 대한 비전을 재정립하고, 4차산업혁명시대에 부응하는 교육 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미 DNA(데이터, 네트워크, AI)로 대표되는 4차산업의 핵심 기술과 산업의 도약은 일자리의 지각변동을 불러오고 있다.

2018년도 세계경제포럼 발표에 의하면 기술발전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1억3천3백만개 그리고 대체되는 일자리는 7천5백만개나 된다고 한다. 그리고 2019년 OECD 자료도 현재 있는 직업 가운데 적어도 14%가 사라지고, 32%는 획기적으로 변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탠포드대학은 대학에서 배운 전공지식들이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서 무용지물이 되고, 2015년 전후하여 졸업한 동문들을 조사해 보니 졸업생의 4분의 1만이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일하고,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기간도 짧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참고로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기간은 평균 4.4년으로 조사됐으며, 평생직장 개념이 점점 퇴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탠포드2025(미래 대학의 모습)

이에 따라 스탠포드대학은 혁신적인 교육 플랫폼인 ‘Stanford 2025’을 통해 학위 취득 형식의 교육이 아닌 졸업생과 재학생의 경계 없이 루프처럼 교육을 재경험하고, 개인화된 학습 단계에 맞는 적응적인 학습을 반영하며, 학과 중심이 아닌 역량 중심의 커리큘럼 도입과 동기부여 중심의 교육을 통한 역량 향상 등을 미래 대학의 모습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년부터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위해 만든 ‘서울42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의 원조인 프랑스의 ‘에꼴42’ 시스템도 눈여겨볼 만하다. 비학위과정인 에꼴42는 강사·교과서·학비 없이 운영되고 있고 교육생들이 다양한 교육 커리큘럼들을 직접 선택하고, 주어진 미션을 풀기 위해 MOOC 학습 및 동료와의 협업 등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수업방식을 취하고 있다. 검증된 교육방식과 교육과정을 통해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터득한 인재들은 성공적으로 창업을 하거나, 글로벌 IT 기업에 쉽게 취업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동료들과 협업할 줄 알게 되면 어느 나라, 어떤 기업에서도 경쟁력 있는 인재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우리도 기존 일자리는 줄고 급변하는 노동시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갖고 적응하려면 학교 중심의 주입식 교육시스템을 보완하고 지속적이고 항시적인 온라인 교육 패러다임을 접목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세계 최고의 교육열과 5G 네트워크 그리고 최고 사양의 단말기 등의 ICT 인프라를 활용하여 시·공을 초월한 실감 체험 교육과 암기보다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 그리고 미래 직업을 대비한 실용 교육과 재교육 등을 통해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들을 양성하기를 기대해 본다.

■ 참고자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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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ford2025

Learning & Living at Stanford: An exploration of undergraduate experiences in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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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규 (현)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정책연구센터 소장. 코넬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 취득 후 한성대학교 공과대학 정보전산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 원장, 정보대학원 원장,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위원회 자체평가위원회 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인터넷정보학회 회장, 한국인터넷진흥원 이사, 서울시 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재)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설립추진단장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스마트 스페이스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대한민국 ICT의 미래,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