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I'로 'AI 반도체' 만들 발판 마련했다

전담조직 'DIT 센터' 신설...전문가 심은수 전무 수장으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3/04 17:49    수정: 2020/03/04 22:51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부문 산하에 DIT 센터를 신설한 데 이어 인공지능 솔루션을 활용한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반도체 사업 부문(DS) 산하에 신설 조직으로 DIT(Data & Information Technology) 센터를 설립했다.

DIT 센터는 삼성전자 DS 부문의 비즈니스 전략 마련에 필요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활동하는 조직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부문 산하에 인공지능 전담 조직 'DIT 센터'를 신설했다. (사진=pixabay)

삼성전자 측은 "DIT 센터는 ERP(전사적자원관리), MIS(경영정보시스템) 등의 비즈니스 IT 전략을 수립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데이터센터·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나아가 데이터·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개발해 엔지니어링 업무의 혁신을 추구하고, 반도체 제조 데이터에 AI(인공지능), ML(머신러닝), DL(딥러닝)을 활용해 자율생산, 이상 감지, 물류 최적화 등 고도화된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추구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DIT 센터를 통해 반도체 생산공장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공지능 솔루션을 활용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설계)을 지원하는 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반도체 설계에 있어 집적도(미세공정)의 증가가 고성능·고효율의 특성을 갖춘 반도체 개발의 한계로 작용하는 만큼 인공지능 솔루션을 통해 삼성전자가 초격차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위원은 "반도체 미세공정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그만큼 시제품 제작도 어려워져 기업들은 시제품을 직접 만들지 않고 시뮬레이션(소프트웨어)을 진행하고 있다"며 "문제는 시뮬레이션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것인데 이런 과정에 인공지능 솔루션(기계학습)을 활용하면 설계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DIT 센터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활용한 설계 기간 단축과 이에 따른 비용 절감의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빅스비 개발자 데이'에서 빅스비를 활용한 반도체 설계 솔루션을 시연한 바 있다. 나아가 지난해에는 국내외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해 반도체 생산라인 일부에 인공지능 솔루션을 도입하는 등 생산 효율화 향상을 위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9'. (사진=삼성전자)

일각에서는 DIT 센터는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온 디바이스 AI' 구현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는 DIT 센터장을 맡은 심은수 전무가 삼성종합기술원 디바이스&시스템 연구센터, AI&S/W 연구센터장 등을 역임한 온 디바이스 AI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심은수 전무는 지난해 초 열린 '세미콘코리아 2019' 기조연설에서 "온 디바이스 AI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기기에 AI가 탑재되면서 NPU는 범용 프로세싱 코어가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대역폭 향상, 알고리즘 개선 등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온 디바이스 AI란 네트워크 연결 없이 기기 자체 내에서 인공지능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종합기술원의 선행연구에 기반해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 9'을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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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팹리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를 설계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며 "예컨대 서버용 인공지능 반도체의 경우, 게이트가 6억개에 달하고 이에 24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화해야 하는데 사람이 직접 설계하는 것보다 인공지능의 학습능력을 통해 설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삼성전자가 DIT 센터를 설립한 배경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온 디바이스 AI 반도체 설계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스템 반도체 및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목표로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LSI 사업 및 파운드리 분야의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