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兆 단위 '독립 IT서비스 기업 시대' 열렸다

[이슈진단+] 아이티센, 쌍용정보통신 인수의 의미 (상)

컴퓨팅입력 :2020/02/26 15:02    수정: 2020/02/27 12:11

김우용, 남혁우 기자

아이티센이 쌍용정보통신을 인수했다. 대기업 계열 IT서비스회사가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사라진 빈자리를 꿰찬 아이티센은 공격적인 행보로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국내 IT서비스 시장에서 중량급 회사로 성장했다. 이른바 '빅3'로 굳어졌던 한국 IT서비스 시장이 강력한 전문업체의 등장으로 재편의 전기를 맞았다. [편집자주]

아이티센은 지난 19일 쌍용정보통신의 지분 40%를 274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쌍용정보통신은 1981년 설립된 한국 1호 IT서비스 회사이며, IT서비스업계 첫 상장기업이다. 국방, 스포츠, 네트워크 통합 등의 영역에서 상징적 성과를 다수 내며 성장했지만, 모기업 쌍용양회 매각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작년 쌍용정보통신의 매출액은 1천82억5천989만원이다. 과거의 지위는 아니지만, 쌍용정보통신의 이름값은 여전히 높다. 스포츠 이벤트, 국방 등 쌍용정보통신의 강점은 여전하며, 40년 가까이 국내 IT서비스업계 인력양성소 역할도 해왔다.

쌍용정보통신 인수로 아이티센을 향한 업계의 주목도는 더 높아졌다. 2005년 5월 설립된 아이티센은 수년 사이 급격히 규모를 키워 중견급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IT서비스업계는 삼성SDS, LG CNS, SK CNC 등 그룹계열사 이외의 기업이 메이저로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아이티센의 성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아이티센 사옥

■ 아이티센, 공공시장 발판으로 2조원 매출 눈앞

2005년 IBM 서버 스토리지 총판으로 시작한 아이티센의 성장 계기는 2013년 소프트웨어 산업진흥법 개정이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SW산업진흥법을 개정하고 공공SW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했다.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의 공공기관 시장 입찰이 막히자. 아이티센은 공공 시장에서 사업기회를 획득했다. 빠른 상승세를 바탕으로 아이티센은 2016년 처음으로 공공 IT서비스 시장 1위에 올랐으며 공공사업 만으로 매출 1천억 원을 넘어섰다.

아이티센은 작년 3분기 4천331억원 매출(전년동기대비 182.2% 증가)로, 연간 누적매출 1조1천137억원을 기록했다. 누적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20% 증가한 것이다.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은 149억원이다.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상위 4%와 2%에 해당한다.

4분기 실적을 합치면 아이티센의 작년 연매출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인 한국금거래소의 실적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완전히 IT서비스 매출이라 보기 어렵긴 하다. 한국금거래소와 한국금거래소쓰리엠, 한국금거래소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는 작년 3분기까지 9천84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아이티센의 지난 4년간 연간 실적 추이

현재 아이티센은 외교부, 국세청, 안전행정부, 교육부, 경찰청 등 주요 공공기관을 비롯해 금융기관과 국내 주요 대학교 등 교육기관에 IT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아이티센 스스로 강조하는 경쟁력은 대규모 전문인력을 기반으로 한 양질의 서비스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맞춤 교육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의 전문 IT 기술인력과 재정, 세금 등 각 산업 분야 전문가를 300명 이상 확보하기도 했다.

자체 제작한 소프트웨어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기업의 IT자원을 조합해 최적의 IT 환경을 제공하면서 경쟁관계를 최소화한 것도 주효했다.

아이티센은 또한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회장사기도 하다. 박진국 대표가 올해 회장으로 재선임되면서 업계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협회는 올해 ▲투입인력 관리 금지 ▲공공 통합유지보수사업의 예산항목에 통합 비용 반영 ▲기술평가 컨소시엄 구성 합리화 ▲기술위주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도 개선 ▲기술협상시 발주자 측의 추가 요구 사항이나 과업 내용 변경에 따른 낙찰차액 허용 ▲부정당업자 제재에 따른 이중 처벌 조항 완화 및 폐지 등 6개 전략과제를 세웠다.

■ 빅3 공공시장 복귀가 시장 재편 관건

아이티센이 국내 IT서비스 시장에서 지금같은 기세를 유지하기 쉽진 않은 상황이다. 아이티센의 성장 발판이었던 공공SW시장은 작년말부터 변화를 보이고 있다. 빅3의 공공 시장 귀환이 속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들어 대기업의 공공 시장 참여를 허용하는 예외규정 적용 프로젝트가 나타났다. 클라우드,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의 경우 대기업 계열 회사도 참여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SDS는 작년 7월 196억원 규모의 행안부 차세대 지방세정보시스템 1단계 사업을 수주하면서 공공 시장에 6년만에 재등장했다. 작년말 1천200억원 규모의 기획재정부 차세대 디지털회계예산시스템(디브레인) 사업을 수주했고, 올해초 행정안전부의 '전자정부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다양한 IT서비스가 클라우드 서비스 상품으로 출시되고 실제 전환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모든 IT를 클라우드서비스로 소비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 [사진=Pixabay]

LG CNS는 기재부 디브레인 사업에서 삼성SDS에 고배를 마셨지만, LG그룹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에 주력하면서, 국내 대기업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와 공공 시장 등의 대외사업 성장을 노리고 있다. 작년 8월 농협의 300억원 규모 NH농협캐피탈 차세대 시스템 구축사업도 수주했다.

SK(주) C&C는 주요 사업부서를 기술 분야로 나누고, 디지털 사업 조직을 각 부서에 전진 배치했다. 공공, 금융 분야 신규 프로젝트를 적극 수주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공공 IT서비스 시장은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행안부 차세대 지방세정보시스템(1천600억원),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3천억원), 외교부 전자여권 차세대 사업, 우정사업본부 우체국 금융차세대 시스템(2천억원) 등이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꼽힌다.

올해 IT서비스 시장 규모는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신기술 도입 프로젝트가 시장의 새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KRG는 올해 국내 IT시장 전망에서 ▲클라우드 6천8억원(10.4% 증가) ▲빅데이터 3천670억원(30.1% 증가) ▲AI 3천283억원(58.9% 증가) ▲사물인터넷(IoT) 1천987억원(6.1% 증가) ▲5G 1천111억원(3371.9% 증가) ▲블록체인 113억원(253.1% 증가) 등 신산업 분야의 사업 규모 확대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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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외에 롯데정보통신, 아시아나IDT, 포스코ICT, 현대오토에버 등 기존 중견 업체의 대외 사업 행보도 변수다. 작년 상장한 현대오토에버는 국내 시장 4위로 꼽히는데, 올해 현대자동차그룹 각 계열사의 IT자원과 서비스를 통합하는 ‘One-IT’ 전략을 본격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국내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IT서비스회사들이 성과 확대를 위해 그룹사 사업 외에 대외 사업 규모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치열해진 경쟁 속에 중견, 중소 IT서비스업체의 공공 시장 참여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