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억 투입된 콘진원 게임 제작지원...VR게임업계는 실효성 의문

실감형 게임콘텐츠 제작지원에 총 20억 투입

디지털경제입력 :2020/02/25 12:31    수정: 2020/02/25 12:34

정부가 진행 중인 2020년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을 두고 VR 게임업계가 실효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원 자격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지난 11일부터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접수를 진행 중이다. 콘진원은 올해 게임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총 147억 원을 투입해 게임산업 진흥에 나선다.

특히 올해는 실감형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부문을 신설해 VR과 MR 생태계에 대한 육성을 진행한다. 이 부문에는 총 2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이를 통해 세계 VR, MR 게임시장 진출 및 선점을 통해 글로벌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해당 사업의 목적이다.

콘진원 실감형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내용.

콘진원은 해당 부문에서 5개 내외의 과제를 선정해 최대 9억 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VR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 않은 탓에 VR 게임업계에 뛰어든 많은 개발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해진 정부 지원사업 소식은 VR 업계에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정부가 VR 업계를 들여다보기 시작함에 따라 투자자들도 VR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하지만 VR 게임 업계에서는 정작 정부의 이번 지원 사업이 그림의 떡과도 같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실감형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부문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2015년 1월 31일 이전 설립된 국내 게임 제작기업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 VR 게임 개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특히 VR 게임 개발을 위해 설립된 스타트업 대부분이 길어야 3~4년 정도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VR게임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금은 페이스북에 인수된 오큘러스가 첫 번째 VR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자 킷을 공개한 이후부터다. 이 오큘러스 리프트의 첫 번째 개발자 킷은 지난 2015년 6월에 공개됐다.

즉 오큘러스 리프트의 첫 번째 개발자 킷을 보자마자 VR게임 개발에 뛰어든 개발사도 콘진원의 실감형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부문에 접수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몇몇 VR 개발사 관계자들은 VR 사업을 뒤늦게 시작한 기존 사업자를 위한 우대 정책처럼 느껴진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한국 VR게임에서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2016~2017년 경이다. 이런 기업들은 모두 콘진원의 실감형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부문에 신청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케이제로의 글로벌 VR시장 규모 그래프.

실제 통계도 이런 VR 게임사 관계자들의 불만을 뒷받침한다. 영국 VR 시장조사 기관인 케이제로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VR 시장은 2014년에 진입기를 거처 2015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에 돌입했다. 케이제로가 공개한 그래프에는 2015년 이후에야 VR 콘텐츠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콘진원은 VR 게임 개발사 지원사업을 실감형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부문과 첨단융복합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부문으로 나눠서 진행 중이며 두 부문의 지원 자격을 각기 달리해 업력이 긴 기업과 짧은 기업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는 입장이다.

콘진원 관계자는 "실감형 게임콘텐츠 제작지원은 업력이 길고 많은 금액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개발사를 대상으로 한다. 2015년 1월 31일 이후 설립된 기업 중 설립 8년 미만인 기업은 최대 2억 원을 지원하는 첨단융복합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부문에 지원할 수 있다"라며 "두 부문을 구분한 것은 신생업체나 소규모 개발사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개발사 모두에게 공정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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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만약 2015년 1월 31일 이후 설립된 VR 개발사 중 2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기업은 주관기관이 아닌 참여기관 자격으로 타 게임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실감형 게임콘텐츠 부문에 접수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방식의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제로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참여기관 자격으로 실감형 게임콘텐츠 제작지원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콘진원 관계자는 아직 접수기간이 끝나지 않아 파악하기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