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법이 놓친 퍼즐 '데이터 주권'...블록체인으로 맞춘다"

"데이터3법 논의, 정보 제공 주체 중심으로 이뤄져야"

컴퓨팅입력 :2020/02/21 16:41    수정: 2020/02/22 20:45

개인정보 가명화를 통한 데이터 활용 기반 마련을 골자로 하는 데이터3법이 오는 8월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정작 법 시행에 따라 데이터를 제공하게 될 국민에게 어떤 실질적인 이득이 생기는 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명화를 통해 개인정보 활용이 촉진되면 그 혜택이 빅데이터 업체 등 산업계뿐 아니라 정보 제공 주체인 국민에게도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이에 데이터3법 실행 이후 데이터 제공자들이 데이터 주권을 지키고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술로 블록체인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저녁 서울 종로 시그니쳐타워 아이콘루프 라운지에서 '데이터3법, 우리 삶을 스마트하게 바꿀 수 있을까'를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개인정보 분야·블록체인 분야 전문가들은 데이터3법 실행에 앞서 '데이터 제공 주체에 가치를 어떻게 환원해 줄 수 있는지'를 함께 다룰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최경진 가천대 교수,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 이재영 에스앤피랩 대표,이명호 여시재 디지털플랫폼팀장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포함하고 있다. 개인정보 개념에 대한 정의를 합리화하고, 개인을 특정할 수 없게 가명 처리한 가명정보에 대해선 활용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가명정보 활용으로 우려가 커질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 조사와 처벌 권한을 가진 일원화된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주요 내용이다. 지난 2월 4일 공표돼, 8월 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데이터3법이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에 맞춰져 있다 보니, 그동안 관련 논의가 데이터를 생성, 유통, 활용할 기업들의 책임과 혜택에 맞춰져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는 데이터 생태계 내 가장 중요한 참여자인 데이터 제공자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야 이 법이 원래 취지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는 "데이터 라이프 사이클에서 생성된 밸류가 데이터 제공 주체에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가치를 다시 환원시키는 모델로 정보 주체를 끼워넣는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 아이콘루프의 김종협 대표는 '데이터 주권'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전개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데이터 주권은 개인이 직접 개인정보를 보관·관리하고 어디에 제공할지 결정한다는 개념이다. 데이터 오너십이 개인에 있어 향후 정보 제공에 대한 명확한 보상 요구도 가능해 진다.

김 대표는 "현재 데이터3법 논의에서 정보 제공 주체이자 서비스 이용 주체인 개인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며 "데이터3법이 개인 정보 활용을 위한 규제 개선이 핵심으로 보이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개인의 데이터 주권이다"고 말했다.

데이터 주권, 블록체인으로 실현 가능

그동안 데이터 주권이라는 개념은 있었지만 실제 행사하기가 어려웠는데, 블록체인 등장으로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개념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 신원인증(DID)이 데이터 주권 실현을 목표로 발전하고 있는 서비스다. DID는 디지털 세계에서도 현실 세계에서처럼 개인이 자신의 신분증 등을 직접 보관하고 필요할 때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등장한 새로운 신원인증 방식이다. 위변조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발급된 신분증이 위조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구조를 만든 게 특징이다.

김 대표 역시 데이터 주권 관점에서 DID 서비스를 주목해야 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D를 사용자가 컨트롤하면 디지털 경제 활동을 하면서 쌓인 개인정보나 행동정보를 사용자가 관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를 선택적으로 제공하고 데이터 거래도 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DID 기술 등을 통해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제공했을 때 이용자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도 이날 논의 됐다. 초개인화된 맞춤형서비스, 금전적 보상, 서비스 이용 혜택 등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 대표는 "지금도 개인 데이터에 기반해 추천이 제공되고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게 많다. 한 사람 안에 여러가지 속성이 있는데 그 것을 세세하게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주권형 서비스를 통해 여러 속성을 구분하면 그에 맞는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영 에스앤피랩 대표는 "지금까지 개인정보를 제공해도 별로 개인이 혜택이 없었다"며 "보상이 맞춤형 정보가 아니라 진짜 금전적인 이득으로 돌아가야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3법 안에 데이터 주권 행사 위한 법적기반 포함

이번 데이터3법 안에도 '데이터 이동'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데이터 주권을 이용자가 가져가면서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최경진 교수는 "데이터3법에 개인정보.신용정보 이동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며 "이 내용이 포함되면서 법에 의해 데이터 이전이 가능하고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미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데이터 주권을 개인이 가지면서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사업에만 적용할 수 있었다. 이번 데이터3법 실행으로 폭 넓게 데이터 주권과 활용 개념이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데이터 주권 행사 방식에 대해 설명하며 "유럽의 GDPR 방식처럼 이용자가 A란 기업에 있는 정보를 자신에게 달라고 요청하거나 다른 기업에 이전하라고 요청할 수 있다. 또 일본 방식처럼 정보은행을 설립하고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신탁하고 활용 권한을 위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