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법, 개인정보 가명화 처리방식 고민해야"

법 시행되는 8월 5일까지 구체적 가이드라인 필요 지적

컴퓨팅입력 :2020/02/21 10:40    수정: 2020/02/21 10:40

지난달 통과된 데이터3법에 대해 관련 업계가 환영하면서도, 개인정보의 가명화 관련 논의가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이콘루프는 여시재와 20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데이터3법, 우리 삶을 스마트하게 바꿀 수 있을까'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 이재영 에스앤피랩 대표, 이명호 여시재 디지털플랫폼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이달 4일 공표돼 앞으로 6개월 이후인 8월 5일부터 시행된다.

먼저 이번 데이터3법 통과에 대해 김종협 대표는 "데이터 오너십(data ownership)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금은 정보 주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지만 앞으로는 데이터 오너십에 대한 사용자 중심의 논의가 많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최경진 가천대학교 교수,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 이재영 에스앤피랩 대표, 이명호 여시재 디지털플랫폼팀장

법이 통과됐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은솔 대표는 의료 분야의 가명화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찍었다고 할 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지워도 3D 모델링을 하면 바로 환자의 구체적인 특징이 드러나게 된다"며 "의료정보는 가명화를 어느 레벨까지 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언제 정할 것인지가 큰 이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재영 대표 역시 "아직은 법만 통과된 상태며, 정부가 후속 조치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준비 중"이라면서 "가명화 수준을 얼마나 해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고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명정보와 익명정보, 일반 개인정보 사이의 선을 긋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이은솔 대표는 "의료 쪽이 선을 긋기 어려운 분야인 이유는 아무리 식별 특징을 지워도 병명이나 나이 등으로 특정 인물이 식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전문가 아닌 사람이 봤을 때 식별하기 어려운 것을 가명정보로 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아직까지 보건복지부에서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경진 교수는 "미국의 경우 두 가지 접근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전문가가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한 후 얼마나 재식별 가능성이 있는지 전문가가 실제 안정성 여부를 평가하는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몇 가지 식별특징을 일률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기술이 좋아지고 모아지는 데이터도 다양해졌기 때문에 식별정보 몇 가지를 지운 후 안전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고, 결국은 전문가가 판단하는 방식으로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는 데이터3법 후속 조치와 관련한 정부의 역할도 강조됐다. 먼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오는 8월 5일부터 개인정보 총괄감독부처로 출범한다. 정부는 이후 데이터3법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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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정부가 심판자가 돼 허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허용되는 것들만 명확하게 하고, 문제됐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구조로 가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솔 대표는 "데이터 생산과 유통, 활용 관련 여러 이해당사자가 있는데 이들을 위한 방법론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