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용과같이7, 주인공과 시스템을 모두 바꾼 후속작

연출로 턴제 전투의 지루함 극복...호쾌한 성격 내세운 새로운 주인공도 매력적

디지털경제입력 :2020/02/14 11:36

오랜 시간에 걸쳐 시리즈로 인기를 이어온 콘텐츠가 주인공을 교체하는 이유는 극히 드물다. 캐릭터에 애정을 갖게 된 팬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고 콘텐츠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요소를 조금씩 더해 분위기가 달라지는 정도라면 몰라도 장르가 달라지는 경우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액션 일변도인 영화에 로맨스 요소가 섞이는 경우는 있어도 액션 영화 시리즈의 최신작이 로맨스 영화로 탈바꿈한 경우는 없다는 이야기다.

플레이스테이션4로 출시된 용과같이7: 빛과 어둠의 행방(이하 용과같이7)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한 번에 시도한 게임이다. 그리고 무리하게 보였던 이 시도 덕분에 시리즈가 시작된지 15년 된 이 게임은 앞으로 계속해서 인기를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을 얻게 됐다.

용과같이7의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과 동료들.

용과같이는 오픈월드 기반의 필드를 돌아다니며 여러 퀘스트를 받고 무작위로 적과 조우하게 되면 공간에 제약이 있는 전투 화면으로 전환되어 액션게임처럼 전투를 진행하는 구성을 띄고 있었다.

이런 구조가 폭력단 출신 주인공이 음모에 연관되어 이를 파헤진다는 설정과 어우러져 B급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강조한 것이 용과같이 시리즈의 정체성이었다.

굉장히 진중하고 과묵한 주인공 키류 카즈마는 B급 액션영화에 주로 나오는 주인공 캐릭터들의 스테레오 타입이었기에 용과같이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를 더욱 증폭시켰다.

용과같이7은 이런 IP 정체성에서 벗어난 게임이다. 오픈월드를 돌아다니고 퀘스트를 수행하는 시스템은 동일하지만 전투는 과거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턴제 전투로 진행된다.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해당 캐릭터가 공격할 것인지 방어할 것인지 아니면 아이템을 사용할 것인지를 선택하면 캐릭터가 이를 수행하는 식이다. 때문에 이용자는 오픈월드 어드벤처 게임이 오픈월드 RPG가 된 느낌을 받게 된다.

카드게임을 하듯이 행동을 선택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지켜보는 과정을 반족해야 하기 때문에 손맛은 사라졌지만 전투에 집중하는 재미는 더욱 강해졌다. 과장된 액션이나 웃음을 자아내는 망상이 섞인 장면 등 다양한 연출을 통해 이런 단점은 상쇄된다.

다만 캐릭터의 스탯이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턴제 RPG 시스템을 택했기 때문에 어려운 구간을 만나게 될 경우에 이용자 실력으로 이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적절한 스탯을 이루거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비를 마련하기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한 단순작업의 반복을 해야 한다는 것은 지루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은 모든 면에서 기존 주인공인 키류 카즈마와 대비되는 인물이다. 단정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회색 양복을 입은 키류 카즈마는 항상 필요할 때 필요한 말만 하며 카리스마를 강조하는 캐릭터였다.

반면 카스가 이치반은 후줄근한 머리와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성격을 지닌 캐릭터다. 사자 갈기처럼 뻗친 헤어스타일과 붉은 색 정장 역시 기존 주인공과 카스가 이치반이 얼마나 다른 인물인지를 상징한다.

이야기 역시 매력적이다. 폭력단을 무작정 미화하지 않고 냉정하게 묘사하는 모습은 이번에도 이어진다. 현재 일본이 마주하고 있는 고령화, 불법체류자, 정치 문제 등을 묘사하는 장면이 게임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점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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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에 빠진 것 같은 삶을 살아온 주인공이 동료들과 함께 좌절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강조하고 이를 방해하는 극적인 장치를 배치해 기승전결에 높낮이를 조절하고 캐릭터의 매력을 더욱 부각하는 서사도 게임에 몰입도를 높인다.

용과같이7은 현대 폭력단을 주인공으로 한 RPG다. 모든 RPG가 판타지 혹은 근미래 세계관을 외치고 있는 요즘 용과같이7을 가장 현실적인 RPG라고 해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