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규제, 미디어 플랫폼 경쟁 활성화 방향으로 가야

[바른 Industry 4.0 ③] LGU+·CJ헬로 인수 승인을 보며

전문가 칼럼입력 :2020/02/10 08:55

나황영 변호사
나황영 변호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건을 최종 승인함으로써 국내 최초 방송·통신 융합 M&A가 성사됐다. 지난 1월 2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케이블 TV의 합병에 관한 사전동의를 의결했는데, 이로써 해당 합병은 이제 사실상 요식에 불과한 합병법인 설립 절차 완료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최종승인만을 앞두고 있다.

불과 3년 전인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건 심사당시, 관련 규제당국 중 하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시장의 지배력 전이로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이 저해될 것을 우려해 합병을 불허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작년과 올해 이뤄진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의 M&A건 승인은 규제기조의 ‘극적인’ 변화라고 밖에 할 수 없다.

■ OTT 등장 , 통신사 여부 무관...규제 변화 촉발

규제기조의 변화는 무엇으로부터 기인한 것일까. 수많은 이유가 거론될 수 있을 것이나,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OTT(Over The Top)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이다.

방송 자료 사진(제공=픽사베이)

OTT란 무엇인가. 이는 기존 유료방송 수신을 위해 필수적으로 설치해야만 했던 셋톱박스 없이도 이용자가 개방된 인터넷을 통해 자유로이 접속해 방송프로그램, 영화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받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있다.

OTT의 개방적인 서비스 접속환경은 이제 어느 통신사를 이용하는지 여부가 미디어 플랫폼 경쟁에 있어 예전처럼 큰 비중을 갖는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오히려 OTT는 이와 같은 자유로운 서비스 접속환경과 매력적인 콘텐츠를 결합해 기존 미디어 플랫폼 이용자를 빼앗아 오는 코드커팅 현상까지 초래해 향후 미디어 플랫폼 경쟁이 더욱더 심화되고 본격화된 콘텐츠 경쟁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임을 시사해 줬다.

정부의 이번 각 M&A승인 결정의 기저에는 사실상 위와 같이 OTT가 불러올 미디어 플랫폼 경쟁 환경의 재편과 관련해 기존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가 놓여있다고 평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LG헬로비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외국과 같이 코드커팅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OTT가 갖는 영향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OTT업체인 유튜브나 넷플릭스 마저도 기존 미디어플랫폼을 대체하는 역할에 까지는 이르지 못한데다, 국내 OTT 업체들은 이제 비로소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상태로, 앞서 말한 미디어 플랫폼 경쟁의 한 축으로서 OTT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 방송법 잣대 '의문'...뉴미디어플랫폼 경쟁 활성화에 방점 필요

이 같은 애매한 상황에서, OTT에 대한 규제 논의가 시작됐다. 특히 OTT가 기존 방송에서 제공하는 것과 비슷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 비춰 방송에 준하는 규제를 할 필요가 있으므로 OTT를 방송법의 규율영역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반영한 법률안이 제출된 상태다.

물론 OTT가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방송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OTT가 갖는 뉴미디어로서의 속성 즉, 서비스 접속수단인 인터넷의 개방성과 이용자의 플랫폼 선택 및 통제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이를 반드시 기존 방송과 동일하게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 뿐만 아니라 마땅히 방송과 같은 기존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경쟁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OTT를 기존 미디어 플랫폼의 규제 영역인 방송법으로 규율한다는 것은 다소 모순적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아직 형성중인 OTT시장에 엄격한 공익성 잣대를 들이밀 경우 이로 인해 진입장벽이 형성돼 오히려 시장의 위축이 초래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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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OTT에 대한 규제논의가 시작된 이상, 이를 피해갈 수는 없다. 나아가 규제 형성을 위해서 향후 많은 점들이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적어도 현시점에서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전체로서의 미디어 플랫폼 시장 경쟁 활성화와 이를 통한 소비자의 미디어 후생증진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 아직 만개하지 않은 OTT 시장에 대한 규제는 최소한으로 그쳐야 할 것이고, 그 모습은 콘텐츠 내용에 대한 규제가 중심이 돼야 할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OTT를 접하고 코드커팅 현상까지 경험한 미국마저도 OTT규제에 관련하여 느슨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해 향후 발전적인 방향의 OTT 규제 논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나황영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바른에서 금융/방송통신/개인정보보호/공정거래 등 전통적 규제와 4차산업 이슈가 접점을 이루는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에서 공정거래법을 전공하였고 사법연수원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바른에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