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에서 속눈썹 털이 자라는 여성

호르몬제로 1차 치료...6년 뒤 재발

과학입력 :2020/02/07 11:13    수정: 2020/02/10 09:15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다모증으로 고통을 겪지만, 잇몸에 털이 나는 매우 드문 병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사이언스얼럿, 기가진 등 외신에 따르면 10년 전 이탈리아 루이지 반비텔리(Campania Luigi Vanvitelli) 대학 의사는 잇몸에서 털이 자라는 매우 드문 증상을 겪고 있던 19세 여성과 만났다. 여성의 입 안 일부 치아 뒤 잇몸에서 갈색 속눈썹 같은 털이 났다는 것.

의사들이 잇몸에서 털이 자라는 기묘한 병에 대해 조사한 결과, 1960년대 이후 5건의 증례가 발견됐다. 과거에는 모두 남성이 이 같은 증상을 겪었는데, 문헌에 기록된 증례가 매우 적어 의사는 왜 여성의 잇몸에서 털이 나는지 선뜻 이해를 못했다.

사이언스얼럿 기사 캡처.

그러나 호르몬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실시한 여성은 난소에서 남성 호르몬이 많이 만들어지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 병 진단을 받았다. PCOS는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고 배란이 힘들어지는 증상을 겪는 병이다. 남성 호르몬이 과잉되면 남성형 다모증이 발병되는 사례도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형 다모증은 얼굴과 몸, 팔다리 등 원래 체모가 존재하는 범위에서 남자처럼 털이 나는 병이다. 그런데 잇몸에서 털이 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그래서 의사는 PCOS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지만 적어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판단한 뒤, 잇몸에 난 털을 외과적으로 제거하고 호르몬의 불균형에 대처하기 위해 경구 피임약 복용을 시켜 환자의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6년 후 환자가 호르몬제 복용을 멈추자 다시 잇몸에서 털이 자라났다. 이에 의료진은 2차 치료 시 단순히 털을 제거할 뿐 아니라 잇몸 조직을 일부 잘라 분석했다. 그 결과 잇몸에 모포(모발과 모낭 벽 사이에 빈틈없이 모발을 둘러싸고 있는 부분)가 존재했으며, 여기에서 털이 나는 것을 발견했다.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배아 단계에서 입안 점막 조직이 피부를 구축하는 조직과 매우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어 모포가 입안에 만들어졌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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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으로 표피의 조직이 성장하는 경우는 피부 표면에 피지를 분비하는 피지샘이 입안 점막에서 자라는 ‘포다이스(Fordyce)반’ 이란 증례가 있다. 이처럼 어떤 타입의 조직이 다른 곳에서 성장하는 사례가 가끔 확인되고 있어 이번처럼 잇몸에서 털이 자라는 증례가 나온 것으로 의료진은 해석했다.

이 사례연구는 구강 외과(Oral Surgery), 구강 의학(Oral Medicine), 구강 병리학(Oral Pathology), 구강 방사선학(Oral Radiology)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