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조사단 "5건 중 4건 배터리가 원인"

총 62회 조사 실시…하동 화재는 외부원인 추정

디지털경제입력 :2020/02/06 15:34    수정: 2020/02/06 22:32

지난해 8월 이후 국내에서 추가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의 일부 원인이 배터리 결함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총 5건의 화재 가운데 4건에서 배터리 이상 정황이 포착됐다.

6일 ESS 화재사고 조사단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5건의 ESS 화재 사고 원인조사를 실시한 결과, 4곳의 사업장에서 배터리 이상을 화재원인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배터리 결함이 화재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업장은 경남 하동(10월 21일)을 제외한 ▲충남 예산(8월 30일) ▲강원 평창(9월 24일) ▲경북 군위(9월 29일) ▲경남 김해(10월 27일) 등 총 4곳이다.

이들 4개 사업장 ESS 화재 현장을 조사한 결과 배터리가 발화지점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조사단의 입장이다. 배터리에 발화시 나타나는 용융흔적이 있고, 시스템 운영기록을 보니 이상고온 등의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경남 하동 ESS 화재사고에 대해서는 "외부로 노출된 가압 충전부에 이물이 접촉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충남 예산 ESS 화재조사 결과에서 발췌. (사진=산업부)
경북 군위 ESS 화재조사 결과에서 발췌. (사진=산업부)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 위원 일부와 국회·기업추천 인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은 지난해 1차 조사위의 발표 이후 발생한 5건의 화재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단은 1차 원인 규명과 배터리 제조사의 안전대책 발표에도 화재가 끊이지 않아 모든 가능성을 열고 조사를 진행했다.

총 11회의 조사단 전체회의를 포함, 총 62회의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단 관계자는 "지난 조사 결과와 사고 사업장의 운영기록을 분석하고 현장조사, 배터리 해체와 분석, 유사 ESS현장 검측, 입체 단층 촬영(3D X-ray CT) 검사와 검증시험 등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개별 화재사고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충남 예산 ESS 화재사고는 운영기록을 통해 배터리가 발화지점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장에서 수거된 배터리에서 내부발화 시에 보이는 용융흔적이 확인됐고, 유사한 운영기록을 보인 인접 사업장과 비교한 결과,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됐거나 배터리 분리막에서 리튬-석출물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ESS 화재사고 조사단 공동단장 김재철 숭실대 교수(왼쪽), 문이연 한국전기안전공사 이사(오른쪽). (사진=지디넷코리아)

강원 평창 ESS 화재 역시 배터리가 발화지점으로 지목됐다. 특히 해당 ESS의 경우 상한전압과 방전 시 하한전압의 범위를 넘는 충·방전 현상이 발견됐고, 배터리 보호기능도 동작하지 않았다. 동일 시기에 같은 모델이 설치된 사업장과 비교한 결과, 양극판 내부손상이 확인됐고 분리막에서는 구리성분이 검출됐다.

경북 군위 사고도 폐쇄회로영상(CCTV)과 운영기록을 통해 배터리가 발화지점인 것으로 분석됐다. 내부 발화 시 나타나는 용융흔적과 함께, 전소되지 않은 배터리에서 음극활물질 돌기 형성도 확인됐다.

마지막으로, 경남 김해 ESS 화재사고에서는 CCTV와 시스템 운영기록(EMS) 조사 결과 배터리가 발화지점인 것으로 확인됐다. 역시 유사 사업장과 비교해보니 양극판 접힘현상, 분리막·음극판의 갈변·황색반점 등이 포착됐고 이를 정밀 분석한 결과 구리와 나트륨 성분이 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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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지난 조사위의 분석, 실험검증, 현장조사 검토자료 등을 활용해 효과적이고 정밀한 분석이 가능했다"며 "일부 제조사는 자발적으로 블랙박스를 설치하고, 자체적인 조사와 검증시험을 실시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화재가 발생한 ESS에 배터리를 제공한 LG화학, 삼성SDI는 이날 조사단의 사고 원인 발표에 대해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 원인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LG화학은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ESS 화재 3건 중 2건, 삼성SDI는 2건의 화재와 관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