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레전드오브룬테라, 카드배틀로 만나는 LOL

수싸움 재미와 연출 강조...향후 개발 방향 주목

디지털경제입력 :2020/01/30 11:58

신작 카드배틀 게임 레전드오브룬테라는 MOBA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세계관을 활용한 라이엇게임즈의 두 번째 자체 IP 활용작이다.

이미 카드배틀 시장에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하스스톤이라는 확실한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에 라이엇게임즈가 새롭게 선보이는 레전드오브룬테라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그만큼 과연 이 게임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하스스톤이 시장에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는 탓이다. 과거 게임 이용자에게 카드배틀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은 매직더개더링이었지만 2천년대 이후 태어난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는 하스스톤이 이 장르를 대표하고 있다.

레전드오브룬테라 메인 이미지.

하스스톤과 경쟁해서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차별화에는 얼마나 성공했을지가 레전드오브룬테라에 대한 관심 대부분을 차지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번째 관심사인 하스스톤과 승부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두 번째 관심사인 차별화는 확실히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레전드오브룬테라는 기존 카드배틀 게임의 특징을 다양하게 파악하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게임이다.

레전드오브룬테라는 필드에 카드를 통해 유닛을 소환하거나 주문을 사용해 상대 유닛을 공격하며 카드를 제거하고 상대방 넥서스 체력을 모두 소모하면 승리하는 규칙을 따르고 있다. 이는 모든 카드배틀 게임이 택하고 있는 기본 골격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은 아니다.

다만 두 이용자가 서로 공격턴과 방어턴을 번갈아가며 수행하며 대전을 진행한다는 점은 레전드오브룬테라의 특징이다. 이 게임이 하스스톤보다는 매직더개더링에 가깝게 여겨지는 것도 이런 공방패턴을 택했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한정된 재화를 최대한 활용해서 최대의 효율을 노리거나 다음 턴을 위한 사전작업을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때문에 게임 템포가 비교적 느긋한 편이다. 공격턴 이용자가 자신의 차례에 필드에 아무런 유닛도 소환하지 않으면 방어턴 이용자 역시 아무 것도 필드에 낼 수 없다.

하지만 대전이 너 한번 나 한번 식으로 느긋하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주문을 내 주문으로 상쇄하는 상황이 많이 일어난다. 턴을 한번씩 주고받는다는 것은 상대가 이번에 한 행동을 보고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방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대의 이번 행동을 보고 다음 턴 행동을 예측하는 수싸움의 재미가 크게 부각된다.

게임 내 카드 덱 예시.

테스트 초반이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유닛을 만나볼 수는 없다. 아직까지는 게임 내에서 이용자가 펼칠 수 있는 전략의 경우의 수가 적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특성을 카드배틀 장르에 맞게 재해석한 결과물이 무척 흥미롭다. 이 캐릭터가 이렇게 해석됐다는 것을 찾아보는 IP 활용작의 특권을 매우 영리하게 활용했다.

캐릭터 스킬과 레벨업 연출이 컷씬 연출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공들여 만들어졌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단 몇몇 연출은 화려한만큼 다 보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들어 게임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같은 연출을 몇 번 보고나면 가뜩이나 느린 게임 진행이 더욱 갑갑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추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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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단계에서 레전드오브룬테라는 게임의 가능성만 조금 보여준 정도다. 카드배틀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특정 메타가 득세하지 않는 밸런싱이나 전략의 다양성은 공개된 카드의 수가 아직 부족한 탓에 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게임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게임 진행 템포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느긋한 레전드오브룬테라의 진행 방식은 추후 게임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적극적인 IP 확장을 선언한 라이엇게임즈가 레전드오브룬테라를 어떤 형태로 만들어갈 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