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10돌 맞은 아이패드…"넌 컴퓨터니?"

'보는 기기' vs '콘텐츠 생산 기기'

데스크 칼럼입력 :2020/01/28 18:01    수정: 2020/10/05 13:5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아이패드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다. 좀 더 친밀하고 직관적이며,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용자를 연결해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0년 1월 27일(미국 현지시간). '애플의 심장' 스티브 잡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르바 부에나 예술센터 무대에 올랐다. 그날은 맥월드 행사 개막일이었다.

그 무렵 맥월드는 CES와 어깨를 겨룰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잡스는 소문으로 떠돌던 아이패드를 공개했다.

당시 잡스가 정의한 아이패드 용도는 명확했다. 그는 아이패드가 “웹서핑, 독서, 이메일 송수신, 사진 및 동영상 감상, 음악시청, 게임, 전자책 독서를 위한 혁신적인 기기”라고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가 2010년 1월 아이패드를 소개하던 장면. 잡스는 아이패드가 읽고 보는 데 최적화된 혁신적인 기기라고 강조했다.

잡스가 생각했던 아이패드는 ‘읽고 보는 데 최적화된 기기’였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PC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제품군으로 자리 잡길 원했다.

하지만 아이패드를 바라보는 세상의 관점은 조금 달랐다. “과연 컴퓨터를 대체할까?”란 질문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미국 씨넷의 베테랑 기자 댄 애커먼이 아이패드 출시 10년을 맞아 쓴 칼럼을 통해 이 문제를 짚었다. 그는 먼저 아이패드 출시 직전부터 ‘정체성’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고 소개했다. 관심의 향방은 크게 두 가지였다.

1. 맥OS X 운영체제를 탑재한 10인치 남짓한 태블릿 PC

2. 아이팟 터치의 큰 화면 버전. (폐쇄적인 소프트웨어 혹은 앱 탑재)

스티브 잡스가 공개한 아이패드는 2번 쪽이었다. 콘텐츠 생산도구보다는 소비 도구에 더 가까웠다.

애커먼 기자는 이런 상황을 소개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를 컴퓨터 범주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게 공정한 처사인가”란 질문을 던졌다.

■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아이패드 정체성' 논쟁

지난 10년 동안 아이패드의 진화 과정을 보면 생뚱맞은 질문은 아니다. 애플은 스마트 키보드와 애플 펜슬 등을 덧붙였다. 덕분에 아이패드의 콘텐츠 생산능력은 대폭 보강됐다. 아이패드 프로 버전이 출시되면서 성능도 크게 업그레이드됐다.

그렇다면 이제 아이패드는 ‘컴퓨터의 일종’으로 볼 수 있을까? 애커먼은 동료 기자들의 상반된 반응을 전해준다.

우선 ‘아이패드는 컴퓨터가 아니다’는 의견이 있다. 이유는? ‘폐쇄된 담장’ 같은 소프트웨어 생태계 때문이다. 아이패드에선 애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소프트웨어는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컴퓨터의 일종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10년 동안 하드웨어와 주변기기 성능이 꾸준히 향상되면서 이젠 컴퓨터 역할을 제법 많이 해내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아직까지 PC를 대체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 격차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 키보드와 애플 펜슬로 무장한 아이패드 프로(사진=씨넷)

두 가지 의견을 소개한 애커먼 기자는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과연 아이패드는 컴퓨터일까?”

그의 대답은 좀 싱겁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리곤 이런 비유를 덧붙인다. “핫도그가 샌드위치냐고 묻는 것과 같다.”

잡스는 아이패드가 ‘읽고 보는 데 최적화된 기기”라고 호언 장담했다. ‘아이폰 이후’를 책임질 또 다른 혁신제품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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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열 살배기 아이패드는 여전히 ‘넌 컴퓨터니?’란 질문을 받는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를 꼽을 수 있겠지만 ‘나만의 영역’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때문 아닐까? 장점은 많지만, ‘꼭 아이패드여야만 하는 이유’를 꼽긴 쉽지 않은. 그러다보니 화면 커진 아이폰과 휴대성이 더 강화된 맥북 중간에 어정쩡하게 끼어 있는 건 아닐까?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