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당 발기인 1000명 문제 없다...스타트업 정부 위해 꼭 국회 진출"

이금룡 도전과 나눔 이사장 인터뷰...27일께 구체 일정 마련

중기/벤처입력 :2020/01/24 22:45    수정: 2020/01/24 22:45

"발기인이요? 1000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 규제 환경에 지친 IT, 벤처인들이 규제 환경을 직접 혁파하겠다며 '망치'를 들고 나섰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 팁스타운에서 열린 얼리버드챌린지포럼에서 '규제개혁으로 좋은 나라 만드는 당(규제개혁당)'을 창당했다. 22일에는 창당선언문도 발표했다. 창당 출범식도 예고돼 있다.

창당을 주도한 사람은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을 비롯해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 고경곤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장 등이다. 규제개혁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은 카톡방을 만들어 의견을 공유하고 있는데 현재 87명이 멤버로 들어와 있다.

규제개혁당 집행부는 오는 27일 모임을 갖고 창당에 관한 구체적 일정과 행사를 확정할 예정이다. 창당 주도 3인 중 한 사람인 이금룡 도전과 나눔 이사장을 23일 서울 교대역 근처 이 이사장 사무실에서 만나 창당 배경 등을 들어봤다.

이 이사장은 1977년 삼성 공채 17기로 입사해 삼성물산 인터넷 사업부장 이사, 옥션 대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초대 회장(현 고문),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이마켓플레이스협의회 초대 회장, 이니시스 대표 등을 거친 벤처 1세대다. 현재 국내 벤처 및 스타트업의 성장과 해외진출을 돕는 컨설팅회사인 코글로닷컴 회장과 기업가정신 확산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 '도전과나눔'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금룡 도전과 나눔 이사장이 인상 깊게 읽은 책인 '플랫폼 혁명'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창당 이야기가 처음 나온 건 언제인가

"작년 12월 25일이다. 나와 고영하 회장, 고경곤 회장 등 8명이 역삼동 식당에서 저녁을 먹다 이야기가 나왔다. 국회에서 선거법을 바꿨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전국 득표 3%를 넘으면 비례 대표를 받을 수 있다.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다를 보니 규제 문제를 두 당에 맡겨서는 안되겠더라."

=1월 16일에 창당을 공식화했는데

"매달 셋째주 목요일에 인터넷전문가협회가 조찬 세미나를 연다. 그 날이 1월 16일이였다. 그날, 규제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구태언 변호사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세미나 후 창당을 공식화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끼리 카톡방을 만들었는데 현재 87명이 활동하고 있다."

=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나

"오는 27일에 모여 창당 대회 등 향후 일정을 논의, 확정할 예정이다. 아직 창당을 공식화한 지 일주일 밖에 안됐다. SNS 위력이 대단하다. 벌써 여기저기서 관심을 표하고 있다."

=누가 발기인으로 참여할 지가 관심이다. 누가 참여하나

"아직 공개할 수 없다. 27일 회의때 발기인 문제도 논의한다. 발기인이 200명 이상이 돼야한다. 200명은 넘을 것 같다. 내 개인생각에는 처음 발기할때 1000명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20대와 30대 IT전문가와 벤처인, 여성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1000명은 충분히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공정위 국장 출신으로 공정거래경제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경만 소장과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 등이 참여할 거다."

=전국 득표율 3%를 넘어야 비례대표 1석을 얻을 수 있다. 3% 달성이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본다. 창당을 공식화한 지 이제 일주일 밖에 안됐다. SNS가 무섭다. 여기저기서 우리 당을 이야기한다. 창당과 관련한 카톡에 87명이 모여 있다. 모두 한 분야 전문가고 오피니언 리더다. 각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2020년 대한민국에 이런 일도 일어나고 있다.(웃음)."

=현재 국회에 여러 테크 출신 의원들이 진출해 있다. 하지만 국회의 디지털 리터리시는 낙제점이고 규제 개선 법안은 진전이 없다. 국회는 세력이다. 어느 정도 세력이 있어야 한다. 비례대표 의원 1명으로 업계가 원하는 규제 혁파가 이뤄질까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건 IT가 아니다. 규제 개혁이다. 규제개혁은 IT는 물론 바이오에도 화학산업에도 식품에도 심지어 농업에도 필요하다. 척후병을 많이 보낼 수 없지 않나. 척후병만 확보하면 된다. 나머지는 우리가 뒤에서 서포트 할 것이다. 우리나라 시스템은 진흥쪽이 있고 규제 쪽이 있다. IT하는 사람들은 주로 진흥에 쏠려 있다. 우리는 규제에 포커스를 맞춘다. 법률가들에 따르면, 법이 직접 규제하는 건 2,3개 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런데 시행령과 고시, 무엇무엇 등(等)으로 돼 있는 게 문제다. 등을 없애야 한다."

이금룡 이사장이 앨빈 토플러(아래 사진) 및 워런 버핏과 함께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규제 혁파는 예전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때도 강조했다. 지금 정부도 규제 혁파를 강조하고 있는데...

"지금과 이전 정부가 규제 혁파에 실패한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본다. 하나는 이것에 목슴 건 사람이 없다는 거다. 또 하나는 규제 혁파가 공무원과 국회의원 밥줄과 관련이 있어서다. 현재의 포지티브 규제(선 규제, 후 허용)를 네거티브 규제(선 허용, 후 규제)로 다 바꿔야 한다. 우리 법 체계가 근본적으로 포지티브로 돼 있는 것도 문제다. 개인적으로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완전히 전환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창당선언문에서 스타트업 정부를 표방했다

"스타트업이 지원 받으려 기관에 가면 매출과 레퍼런스를 요구한다. 완전히 행정 편의주의다. 스타트업에 이런게 어디 있나. 이걸 없애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환갑이 됐다. 지난 60년간은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했다. 세계 최강 미국과 중국을 봐라. 청년 경제다. 아마존, 구글, 바이두, 텐센트 같은 창업 20~30년차 기업이 미국과 중국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정부 정책이 스타트업 육성과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벤처 경제에 '유익한 죽음'이라는 말이 있다. 신산업 등장으로 기존 산업이 사라지는 걸 말한다. 유익한 죽음이 발생하는 건 자연질서다. 막을 수 없다."

=타다가 그런 예인가

"물론 무조건 죽으라고 할 수는 없다.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타다는 시장을 창출 한 거다. 시장을 빼앗은게 아니다. 내 후배가 타다 드라이버로 일하고 있는데, 타다 주요 승객 중 30대 여성이 많다고 한다. 타다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거다. 예전에는 주부들이 직접 운전했지만, 타다가 생긴 이후 타다한테 맡기고 자기 일을 보는 거다. 이처럼 타다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거지 기존 시장을 빼앗은 게 아니다."

=스타트업 정부을 강조하면서 생생지위역(生生之謂易)을 거론했다. 무슨 뜻인가

"생생지위역은 주역에 나오는 말이다. 태어나고 또 태어나는 것이 변화라는 뜻이다. 이게 우주 원리다. 앞의 생(生)은 탄생을 말하고 뒤의 생은 리번(reborn)으로 거듭나는 것, 곧 혁신을 뜻한다. 우리 정부는 앞의 생, 창업에만 신경을 쓰고 두번 째 생에 관심이 적다. 앞의 생과 두번째 생을 가로막고 있는게 규제다. 이 규제를 없애야 한다."

=현재 이사장으로 있는 도전과 나눔은 어떤 단체인가

"2017년 8월 설립됐다. 기업가 정신을 확사하기 위한 포럼과 멘토링 서비스를 하고 있다. 매달 세번째 수요일에 조찬 포럼을 연다. 장소는 GS타워 아모리스홀이다. 현재까지 19회를 열었다. 유료 회원이 현재 250명이다."

=리더를 키우기 위한 인문학 교실도 올해부터 운영한다고 하던데

"전문가와 리더의 차이가 뭔지 아나? 리더는 사람에 관심이 있다. 사람을 키우고 성장시킨다. 또 사람과의 공감을 중시한다. 전문가는 사람보다 자기 분야 깊이에 관심이 있다. 인문학을 안하면 때려 죽어도 리더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희귀 자원이 리더다. 리더를 키워야 한다. 인문학 교실을 올해부터 운영하기로 한 이유다. 매달 네번째 목요일에 모인다. 오는 1월 30일이 첫 모임이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는데

"수출이 다 온라인으로 가고 있다. 아마존에 물건을 파는 중국인이 10만명이 된다. 중국은 글로벌 셀러가 이렇게 많다. 우리도 이런 글로벌 셀러를 키우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작년 10월에 1기를 모아 교육을 끝냈다. 조만간 2기를 모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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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사업가나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이병철, 정주영, 신격호 등 1세대 기업가들은 다 황무지에서 대기업을 일궜다. 사업가는 4가지 단계가 있다. 첫번째가 장사꾼이다. 장사꾼은 안되면 금방 때려 치운다 .두번째는 기업가다. 기업가는 자기 회사를 키우는데만 힘을 기울인다. 세번째 는 산업을 바꾸는 사람이다. 게임체인저이자 혁신가다. 방시혁은 자기네 회사를 키우려 한게 아니다, 음악산업이 잘 못돼 있어, 이를 바꾼거다. 강릉 커피 기적을 만든 테라로사의 김용덕 대표도 마찬가지다. 자기네 회사 매출이 중요한게 아니라 대한민국 커피산업을 바꾼거다. 토스를 만든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도 마찬가지다. 네번째는 국가다. 기업가 정신과 함께 기회포착 능력도 강조하고 싶다. 30년전만해도 삼성과 LG의 시총이 비슷했다. 지금은 몇백 조와 몇십 조로 큰 차이가 난다. 기회포착 능력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문구가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이다. 장자가 한 말로 '길은 걸어가야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길은 누가 만들어 놓은 게 아니다. 내가 걸어가야 한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지적자본론'이다."

이금룡 이사장이 교대역 근처 사무실 책상에 앉아 활짝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