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회사냐?” 외면 받다 금수저 핀테크 된 ‘핀크’

[DT의 주역들] 권영탁 대표 "옴니 금융 플랫폼 회사 목표"

금융입력 :2020/01/21 17:03    수정: 2020/01/21 17:04

2019년 12월 18일부터 핀테크와 은행이 '계급장'을 떼고 한판 붙고 있다. 다양한 은행 계좌를 한 데 등록하고, 타 은행에서 타 은행으로 자금을 이체하는 등의 금융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는 오픈뱅킹이 본격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는 곧 누가 더 금융플랫폼 사업자로 고객에게 매력적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픈뱅킹과 더불어 고객이 자신의 금융데이터를 옮기고 관리해줄 사업자를 택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까지. 세분화되는 금융 라이선스로 국내 금융시장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중심에는 디지털이 자리잡고 있다. 은행부터 핀테크까지, 디지털 전환의 주역들을 만나본다.[편집자주]

핀테크 업체인 '핀크'는 다른 핀테크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이 합작해 만든 회사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가 51%, SK텔레콤이 49%를 투자해 만든 조인트 벤처다.

두 모기업의 자금력이 '빵빵'하다보니 '금수저 핀테크'라는 색안경도 있지만, 핀크는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냐는 오해때문에 초창기 어려움을 겪은 '비운의 핀테크' 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12월 18일, 오픈뱅킹 서비스 시작으로 핀크가 제휴할 수 있는 금융사가 다양해져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모멘텀이 갖춰졌다. 여기에 SK텔레콤의 통신 데이터까지 보유하다 보니 '진정한 금수저 핀테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서울 중구 핀크 사무실에서 만난 권영탁 대표는 "옴니 금융 플랫폼으로 회사 방향을 재설정했다"며 "모기업의 장점을 흡수, 2천700만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 고객들이 제일 편하고 쉽게 쓸 수 있는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핀크 권영탁 대표.(사진=핀크)

Q. 오픈뱅킹 서비스가 시작됐는데 어떤가.

"다양한 금융사와의 연결은 핀크의 숙원 사업이었다. 데이터가 축적되려면 연결·개방·공유가 선행돼야 하는데 핀크는 하나금융지주가 모회사다 보니 다른 은행들이 견제했다. 하나금융이 1대 주주인데 펌뱅킹을 왜 열어줘야 하는 식이었다. 핀크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기회 삼아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됐다.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도 '다 열고, 다 제휴해라' 라며 핀크의 개방성을 강조했다.

핀크가 지향점을 새로 설정했는데 다양한 금융사와 제휴해, 이들이 만들어놓은 상품 중 가장 좋은 것만 선별해 고객들에게 소개한다는 것이다. 고객이 일일이 은행을 찾지 않아도 되는 '옴니 금융' 플랫폼을 지향할 것이다."

Q. 초기에 모기업 때문에 힘들었지만 잇점도 있을텐데.

"만약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핀크는 하나금융만 해야지' 이랬으면 장점이 없었을 거다. 또 SK텔레콤도 'SK텔레콤 고객만 대상으로 해'라고 했으면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 고객의 교집합 서비스에 그쳤을 텐데, 윗선의 의지가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은 마련했다.

핀테크는 전통 금융기관 서비스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엎어보자는 것으로 시작해서, ICT 강점이 있는 플레이어가 유리하다고 본다. SK텔레콤이 국내 톱 ICT 기업 아닌가.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SK텔레콤이 보유한 고객군도 막강하다. 2천700만명 쯤으로 되는데 이 고객 중 상당 부분이 핀크로 전이되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Q. 그래도 DGB대구은행 등과 제휴해 적금 상품을 내놨다. 반응이 어땠나.

"처음에 금융사들이 두려워했다. 핀테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다. 그러면서도 핀테크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수요도 있다. 핀크가 SK텔레콤의 고객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플레이어다보니 함께 협업해 상품을 내놨다. DGB금융의 김태오 회장의 경우,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싶어했다. 대구은행이 수도권서 영업하기엔 규제가 있어 불가능했는데 핀크와 제휴를 통해 좋은 결과를 냈다. 핀크와 제휴했더니 신규 가입자 11만명 중 70%가 대구와 경북 지역 외 고객이었다."

핀크 권영탁 대표가 '유니콘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유니콘 인형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핀크)

Q. 다른 금융사도 통신사 데이터를 굉장히 눈독들이고 있다.

"다른 금융사가 (SK텔레콤과 제휴를 하더라도) 단발성이 될 거라 생각한다. 장기적 제휴 관계를 갖고 가기보다는 그 시점의 필요성이 아닐까. 이 때문에 핀크는 옴니 금융 플랫폼을 지향하면서 한편으로 SK텔레콤 2천700만의 사용자가 가장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핀테크 앱이 되고자 한다.

특히 T스코어(핀크가 통신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신용평가모델)은 SK텔레콤이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통신 데이터는 물론이고, SK텔레콤이 갖고 있는 플랫폼 서비스에 금융을 붙이고 있다. T전화에서 핀크 송금이 되고, 오는 3월부터는 '리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RCS)'에 핀크를 활용하는 'RCS 송금'이 서비스된다. RCS는 메시지를 교체한 것인데 주고받은 내용에 숫자가 있으면 계좌번호와 금액이겠니라고 판단해 핀크가 송금해주는 것들이다. SK텔레콤의 자산을 활용한 서비스는 일반적인 핀테크와 핀크가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다."

Q. 금융이 필요한 지점에 핀크를 활용하도록 만들겠다는 건가.

"그렇다. 어떤 서비스, 재화 구매할 때 반드시 해야 하는게 결제이고 금융이다. 금융은 고객 생활 전반에 깔려있다.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꼭 요금을 내야 하지 않나. 카카오톡과 같은 소통 앱은 트랜젝션이 하루에도 수십 차례다 보니 캐치 속도가 빠르다. SK텔레콤이 이걸 어떻게 잡아내서 금융이 필요한 곳에 핀크를 활용할지는 고민이 많을 거다. 핀크는 이 고민이 해결되면 필요한 영역에서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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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은.

"종으로 확장하는 스케일업이 있고 횡 확장 스케일업이 있다. 종은 지금 만들어 놓은 적금, 대출을 또 다른 은행과 함께해서 늘려나가는 것이다. 횡으로의 확장은 P2P 투자나 일반 예금 계좌 등이다. 조만간 특정 은행과 자유입출금 통장을 내놓을 것을 구상 중인데 금리를 연 1%로 논의 중이다. 또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도 신청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스몰 라이선스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빨리 움직일 수 있고 부담이 안되는 것이 현실적이며 건설적이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