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저금리, 집값에 영향줬지만 금리만 변수아냐"

기준금리 연 1.25% 동결..."경제 긍정적 지표...완화기조 유지"

금융입력 :2020/01/17 14:37

한국은행이 2020년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종전과 같은 수준으로 결정했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서울과 경기 집 값 상승에 저금리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주택 가격 하향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조정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산업 동형이나 경기선행지수 등 긍정적 지표가 조금 최근에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통화 정책 방향 전문에서도 말했듯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말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2019년 11월 금통위 이후 3개월째 동결이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금통위원 2명은 다른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금융통화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주열 총재는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수준으로 낮아지면서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켰다는 지적에 "완화적 금융 여건은 가계 차입 비용을 낮춰 주택 수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고, 저금리 등 완화적 금융 여건이 주택가격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금리 이외에 사실상 여러가지 요인이 같이 작용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주열 총재는 주택 가격 하향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거시 경제 흐름과 금융 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한다고 말했다"며 "통화정책에 대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정책때문에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펴는데 제약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질문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라든가 현재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와 상충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현재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그 정도에 있어 어느정도를 유지할 것인가 하는 것은 금융안정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건설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 이주열 총재는 "정부의 이번 부동산 정책은 주택 가격 안정의 필요성이 크고 안정시키지 못했을 때 부작용이 워낙 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9년까지 국내 경제 흐름을 보면, 수출이 감소세였고 건설경기가 그 이전 몇 년 호황을 이어왔던 반작용으로 조정 과정을 거쳐왔다"며 "아직도 건설경기는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정부가 여러가지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하면서 국가 균형 프로젝트, 또 수도권의 주택 확대 공급, 사회간접자본(SOC)예산 확대 등 여러가지 건설 투자에 긍정적인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주열 총재는 국내 수출 주력 산업인 반도체 업황이 다소 개선되고, 경제의 긍정적 지표가 나왔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지난 11월에 (반도체) 전망을 말할 때 선행 지표 움직임 등을 감안해 올해 중반쯤 가면 회복 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면서 "조심스럽지만 최근 여러가지 데이터를 보면 반도체 경기가 지난 번에 전망했던 흐름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금년 중반에는 회복 국면에 들어서지 않겠나 하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1월 산업 활동 동향이 개선된 모습으로 나타났고, 소매 판매라든가 설비투자 숫자가 분명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상승을 한다든가 긍정적인 지표가 조금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올해 국내 경기가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미국과 중국 양국이 1단계이긴 하지만 진전을 이뤘고, 반도체 경기가 전문기관들의 예상에 의하면 중반에는 회복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는 지난해보다는 조금 나아지지 않겠는가 하는 전망은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에서도 그랬고 의결문에서도 그랬고 현재 여러가지 여건을 감안해볼 때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간다고 얘기했다"면서 수출 회복과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할 경우 통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선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선진국보다 기준금리를 낮게 운용했을 때 자본 유출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주열 총재는 "통상적으로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는 기축통화국인 나라에 비해서 금리를 높게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1.25%)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교역 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었다. 국제금융시장은 미중 무역협상 진전 등으로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나타낸 가운데 최근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변동성이 일시 확대되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보호무역주의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부진이 일부 완화되는 움직임을 나타내었다. 건설투자와 수출이 감소를 지속하였으나 설비투자가 소폭 증가하고 소비 증가세도 확대되었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일부 개선되는 움직임을 지속하였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11월 전망경로와 대체로 부합한 2%대 초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지겠지만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소비 증가세는 완만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축수산물 가격의 하락폭 축소, 석유류 가격 상승 등으로 0%대 후반으로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0%대 중반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대 후반을 유지하였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1월 전망경로와 대체로 부합하여 금년중 1% 내외로 높아지고, 근원인플레이션율은 0%대 후반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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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움직임,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였으며, 장기시장금리는 하락 후 반등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확대되었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나타내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무역분쟁, 주요국 경기,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전개와 국내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깊게 살펴보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