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손해보험사 시대 개막...성공 관건은 '상품 차별화'

캐롯손보 14일 영업 시작...카카오페이x삼성화재 예비인가 준비 중

금융입력 :2020/01/16 09:39    수정: 2020/01/16 13:45

캐롯손해보험이 지난 14일 본격 영업을 시작하면서 '디지털 손해보험사' 시대가 개막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는 가입과 상품 소개가 비대면 채널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기존 손해보험사들의 사이버채널(CM), 다이렉트, 인터넷 영업 등 일면 비슷하지만, 정보통신사업자(ICT)와의 협업과 기존 손해보험사와 별도로 법인을 설립해 운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손해보험업계에선 각 손해보험사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확대에 주력하고 있고, '보맵'이나 '굿리치' 등 보험 핀테크 플랫폼 플레이어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성공하려면 상품 차별화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캐롯손해보험은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이 합작해 만든 회사다. SK텔레콤과 현대자동차와 함께 설립한 곳인만큼 '모빌리티' 분야 보험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중에 자동차 보험 상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A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캐롯손해보험의 핵심 상품은 자동차일텐데 아직 나오지 않아서 성공을 미리 예단하기 어렵지만, 영업 개시일에 쫓겨 시작이 완벽한 것 같진 않다"며 "자동차 보험은 국가가 프라이싱(보험료) 규제를 하고 있어 ICT와 보험이 새로운 형태 보험을 내야 하는데 현재 상품 라인업으로는 시장에 임팩트를 주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런 전망에 대해 캐롯손해보험사는 자신이 주행한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 자동차 보험 상품을 조만간 낼 것이며,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지불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이뤘다고 했다.

캐롯손해보험 관계자는 "보험 이용 자체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완전히 새로운 상품"이라며 "펫 산책 보험만해도 크레딧을 충전한 뒤 차감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등 정형화된 보험 소비 방식이 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 주주사와 다양한 루트로 협업이나 제휴를 할 것이며 기술 기반에 대한 상품 라인업도 대기 중이니 기대해달라"고 부연했다.

캐롯손해보험 외에 올해 디지털 손해보험업계에서 주목하는 곳은 카카오페이와 삼성화재다. 카카오페이가 경영권을 갖고 삼성화재가 재무적 투자자로 함께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ICT와 각 보험업계의 걸출한 인재를 영입해 예비인가 신청 초안을 작성 중이다. 어떤 상품에 주력할 것인지 어떤 점에서 차별화를 이룰 것인지는 내부 논의 단계지만, 카카오페이의 플랫폼을 통한 생활 밀착형 상품과 동시에 보험 가입과 심사 등의 사용자경험(UX)를 확 바꾼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카카오페이의 관계사인 카카오커머스, 카카오T 등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도 보험 상품에 적용할 예정이다.

■디지털 손보사 설립, 왜?

손해보험사를 운영하면서도 별도의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설립하는 이유로는 내부적 혁신보다는 새로 만드는게 낫다는 내부 방침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화손해보험과 삼성화재는 자체 온라인 채널을 정비하기도 했으나,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진 못했다.

B보험사 관계자는 "내부에서 혁신을 꾀하는 것이 힘들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페이나 SK텔레콤과 같은 기업이 합류한 것은 파괴적 혁신을 심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과거 온라인 전업 생명보험사가 크게 성공하지 못했고 손해보험사마다 모바일 채널을 갖고 있어 채널 간 갈등은 성공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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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생명보험사에 재직했던 관계자 C는 "손해보험사가 생활밀착형 상품을 내기 훨씬 유리하다. 생명보험사는 사람에 대한 생명 등을 다뤄 듀레이션(만기)이 길지만 손해보험사 상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면서도 "상품 차별화가 없다면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크게 성공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D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브랜드명을 정하고 텔레마케팅과 같은 채널을 키운 적이 있었는데 비용만 중복되고 큰 성과를 보진 못했던 사례가 있다"며 "채널 중복에 따른 비용 해소가 디지털 손해보험사의 큰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