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낡은규제 '진행 중'…"CVC 설립 등 길 열려야"

코스포·스얼 등 작년 해결 못한 규제 이슈 9개 선정

중기/벤처입력 :2020/01/15 18:19

스타트업 단체들이 지난해 논란이 됐던 규제 이슈들을 정리하고, 개선 노력을 이어가야할 이슈들을 선정했다.

스타트업 단체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새로운보수당 정병국 의원,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과 함께 ‘리마인드 2019, 규제개혁 토론회’를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지난해 풀지 못한 규제 이슈들을 정리하는 한편, 올해 더 이어가야 할 논의의 물꼬를 튼 자리였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지난해 업계에서 논의된 규제 이슈로 ▲기업형 벤처 캐피탈 ▲망 비용 ▲데이터 3법 ▲망분리 ▲부가통신사업자 실태조사 등이 주요했다고 발표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측에선 ▲규제 샌드박스 ▲모빌리티 ▲빈집 재생 숙박 ▲플랫폼 노동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스타트업, 대기업 투자받을 길 열려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측은 대기업이 자신들의 자금을 들여 투자하는 ‘기업형 벤처 캐피탈(CVC)’을 운영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법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산분리법은 대기업 지주회사가 금융사인 창업투자회사 법인을 만들어 투자하는 것을 금지한다. 때문에 지주사 체제인 SK, LG 그룹은 창업투자사를 설립할 수 없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삼성, 한화, 네이버, 카카오, 포스코 등은 계열사로 CVC를 운영 중이다.

CVC는 모회사의 사업 방향과 일치하는 기술이나 제품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전략적 투자’와 잉여자금을 갖고 수익을 올리기 위한 ‘재무적 투자’가 가능하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CVC의 투자가 어떤 기술,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동인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5천만원 이상 대형 투자 건에 대해 CVC들의 참여 비중이 느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8년 CVC의 벤처 투자 건수가 전체의 16%, 금액으로 보면 50%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일본도 대기업이 투자한 금액 비중은 전체 투자금의 44%다. 해외 유명 CVC로는 구글, 애플, 인텔, 소프트뱅크, 레전드, 푸싱 계열 CVC가 있다.

국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출자액 추이(자료=아산나눔재단 보고서)

반면 우리나라 CVC 출자액 비중은 2016년부터 꾸준히 감소해 2018년엔 전체의 9%에 불과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송명진 연구원은 “지난해 말 롯데지주가 보유하던 CVC 롯데액셀러레이터 지분을 지주 체계 바깥에 있는 롯데호텔에 매각하는 일이 있었다”며 “일반 지주사는 금융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게 한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법적 유예기간 2년 내에 금융 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10월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CVC와 관련해 전업 창업투자사 등 제한적으로 설립을 허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고 답변한 적 있고, 한 언론사가 공정위가 일반 지주회사의 CVC 설립 허용 여부에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를 낸 적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공정위는 해당 검토를 한 적도 없고 관련 부처와 협의한 적도 없다는 해명을 하면서 논의의 큰 진전이 있던 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송 연구원은 “현재는 경제 환경이 변화해 은산분리와 금산분리 정책을 해야 했던 이유가 해소됐고, 더욱이 CVC는 금산분리의 본류인 은산분리와 관계가 멀다”며 “금산분리 규제를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공정거래법 등의 개정을 통해 CVC에 관한 예외 조항을 두고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규제 샌드박스, '실험의 장'이란 취지 살려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측에선 지난해 처음 시행한 규제 샌드박스가 애초 취지에 맞게 자유로운 실험과 평가의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스타트업 규제 이슈와 관련해 2016년 창립 이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단체로, 지난 해 규제 샌드박스 지원에 14건 참여했다. 그중 신속처리 3건은 규제가 있다고 판명됐으며, 나머지 11건은 실증특례 건으로 그중 7건은 실증특례를 부여받았으며 4건에 대해선 관련 심의가 교착된 상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 김민수 매니저는 “정부부처가 추상적이고 보수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소관부처가 아님에도 의견을 개진하거나 심의를 지연시키는 일이 있었다”며 “사업내용 오인지 및 소통 부재에 따라 처리 결과에 불이익을 준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증 및 임시허가 기간 이후 사회적 위협 요소가 발견되지 않고, 관련 법률 후속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허가를 지속 부여하는 샌드박스 근거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또한 산업 내 이해관계자 간의 이익충돌이 심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심의위원 선정 및 절차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통신사들이 5G 망 투자를 명목으로 망중립성 완화를 주장하는 논리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왓챠 "망비용 비싸서 4K 서비스 못해…넷플릭스·통신사만 하나"

비싼 망 비용 부담으로 인해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2016년 상호접속고시 개정 이후 통신사와 포털 등 콘텐츠 제공자(CP)가 망 비용 분쟁을 이어지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비싼 한국의 망 비용 때문에 스타트업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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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서비스 왓챠의 박태훈 대표는 “우리가 기술이 없어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서비스를 안하는 게 아니라 그게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해 너무 비싸서 못하는 거다”라며 “한국에서 4K 콘텐츠를 빵빵하게 내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사업자는 넷플릭스, 유튜브, 통신사로 한정된다”고 꼬집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상호접속 고시 개정 목적에도 통신사 수익 보전이라고 분명히 명시가 돼 있다보니, 마치 국내 기업과 해외 CP 간의 역차별 문제로 비춰지기도 한다”면서 “그런데 그보다는 통신사들이 먼저 그런 역차별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차별적인 정책을 운영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을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