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원 "타다, 택시와 다른 점 뭔가" 속뜻은?

혁신성 여부에 합불법 판결 영향 받나

기자수첩입력 :2020/01/10 19:02    수정: 2020/01/12 09:04

재판부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를 받는 타다에게 “택시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다음 공판에서 상세히 말해줄 것을 주문하면서, 모빌리티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타다가 어떤 변론을 할지도 궁금하지만, 그보다 재판부가 왜 그런 주문을 했는지 배경을 알고 싶은 이유가 더 커보인다.

타다 측이 택시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기술적인 관점에서 혁신성을 충분히 설명한다면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질문일까?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타다 1심 2차 공판은 증인 신문 없이 약 20분 만에 끝났다. 지난해 12월2일 1차 공판에서 검찰이 쏘카 내부인, 타다 측이 당사 법무대리인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2차 공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다. 그런데 변호인 측이 모든 증거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무산됐다.

“택시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나중에 변론 시 알려 달라. 청결함이나 친절한 것 말고, 타다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택시와 무엇이 다른가. (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쏘카를 통해 수집하는 드라이버 차량 정보, 호출 및 경로 분석, 과속 여부 등도 모니터링하고 있나?”

검찰과 타다 양측이 수면 아래에서 수 싸움을 벌이느라 엄숙한 시간이 이어지던 가운데, 판사가 이 같이 말하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VCNC가 서비스 중인 '타다'

모빌리티 업계도 재판부가 타다에게 왜 이런 주문을 했는지 의문을 가졌다. 증거와 법리로 승부하는 법정에서 판사가 혁신의 감별사라도 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재판부의 주문이 유의미 하지 않다거나, 어떤 복안이 숨어있을 것이란 추측까지 나왔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신산업을 만들어내면 예외조항을 이용해 운영하는 게 (재판부는) 합법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의문"이라며 “과거 어떤 IT 기술도 없던 시대의 택시와 타다를 비교하면 타다는 할 수 있는 말이 많겠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타다는 당연히 택시와 달리 데이터를 가공하는 수준이 다르다”면서 "그 가공력에 따라 여려가지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면들이 많은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 발언으로 타다가 카카오보다 더 나은 점이 무엇인지 증명해야 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판사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은 타다 편을 들어준 게 아니라, 카카오와 무엇이 다른지를 증명하라는 것으로도 읽힌다”면서 “카카오모빌리티도 카카오T블루나 벤티 택시를 운영하면서 배차, 결제 등 데이터를 모두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박재욱 VCNC 대표가 7일 타다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법원은 정부도 지난해 풀지 못한 숙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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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지난 한 해 타다 합불법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다음을 내다보는 새 규제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타다는 정부의 새 규제로 인해 면허 매입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게 생겨 오히려 '타다금지법'이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법원이 타다가 택시와 다른 점을 파악하는 것으로 합리적인 해법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까 의문이다.

재판부는 이달 말 열릴 다음 공판에서 나머지 양측의 변론, 검찰 구형, 피고인 측 최후변론 등을 모두 듣기로 했고, 이르면 내달 1심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