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요기요 기업결합 심사 어떻게 될까

시장획정 넓히면 조건부 승인 vs 독과점·반대여론 살피면 불허

인터넷입력 :2020/01/03 14:34    수정: 2020/01/03 16:41

국내 배달음식 중개 시장 99%를 차지하게 될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슷한 기업결합 전례와 심사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혁신 성장 지원 기조를 감안했을 때는 ‘조건부 승인’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사실상 독과점에 가까워지는 배달음식 중개 시장 점유율과 소상공인들의 반대 목소리등 부정적 여론을 감안하면 순탄치 않은 여정이 점쳐진다.

공정위는 지난 달 30일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와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당시 공정위 측은 "이번 기업결합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플랫폼 사업 분야의 기업결합이고, 배달앱 분야 주요 사업자간 기업결합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공정거래법령의 규정에 따라 면밀히 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고, 필요한 경우 90일 범위 내에서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단, 자료 보정에 소요되는 기간이 심사기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실제 심사기간은 120일 이상일 수 있다.

■ 조건부 승인 관점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먼저 공정위가 두 회사의 기업결합에 조건부 승인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운영 중인 요기요와 배달통,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의 국내 점유율을 모두 합산할 경우 99%에 달하지만 이는 시장획정을 ‘배달음식 중개업’에 한정한 경우다.

공정위가 만약 두 회사가 바라는 대로 시장획정 범위를 전체 주문 배달 시장, 또는 통신판매중개업 등으로 확장하면 시장점유율을 독과점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다. 대표적인 통신판매중개업체로는 이베이코리아, 쿠팡, 위메프 등과 같은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전체 주문 배달 시장을 놓고 보면 기업결합 이후에도 점유율이 50% 밑이고, 통신판매중개업 시장에서도 작은 규모라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쿠팡과 같은 기업들의 배달음식 중개 시장의 진입을 예로 들어 독과점 우려를 불식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공정위의 혁신 성장 지원 기조도 두 회사의 기업결합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달 20일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혁신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공정위의 결정이 혁신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혁신을 막기도 한다”면서 “앞으로의 재판에서는 양면을 고려해 균형감 있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또 배달의민족이 혁신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혁신이다”라고 답한 바 있다. 아울러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간 합병을 연달아 승인하기도 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지난 2008년 옥션과 G마켓 기업결합 심사 때에도 오픈마켓 시장점유율이 87%에 달해 경쟁 제한이나 수수료 인상 등의 우려가 있음에도 조건부 승인한 이력이 있다. 당시 공정위는 “인터넷 기반 사업 특성상 새로운 경쟁 사업자의 출현이 가능하고, 또 다른 인터넷 쇼핑몰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출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었다.

종합하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기업결합 심사는 공정위가 시장획정을 넓게 보고, 혁신성장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조건부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또 지마켓과 옥션 사례를 단순 대입했을 땐 수년 간 수수료 인상 금지, 광고 수수료 단가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내에서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건을 걸어 승인할 것으로 점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기업결합 심사 서류는 딜리버리히어로에서 공정위에 제출한 것으로, 이제는 공정위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 기업결합 불허 관점

아이지에이웍스가 분석한 국내 배달앱 시장 데이터.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이 험난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소상공인 단체의 반대와 일반 이용자들의 여론이 배달의민족 매각에 호의적이지 않아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달 2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우아한현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에 대해 공정위의 엄정한 심사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들 기업결합은 소상공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고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배달앱 시장 1~3위를 점유하는 이들 기업이 소상공인과 소비자, 배달 노동자에게 비용을 전가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니콘 기업의 대표격인 배달의민족 매각에 대한 이용자들의 부정적 반응도 공정위 판단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용자들은 배달의민족이 독일기업에 팔리자 ‘배신의민족’, ‘게르만민족’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정해진 기준에 따라 승인 가부를 정하는 원칙을 지킨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반응과 국민 여론을 아예 의식하지 않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시장획정을 넓히지 않고 배달음식 중개 시장으로 한정한 상태에서 심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미 대기업인 카카오(카톡 주문하기)나,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쿠팡(쿠팡이츠)도 동일 시장에 진출했지만 별 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다른 통신판매중개업자도 배달음식 중개 시장에 쉽게 뛰어들 수 있다”는 회사 측 논리가 빈약해 보일 수 있다. 과거 오픈마켓 시장의 경쟁 상황과 다른 해석과 전망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 기업결합과 관계자는 “담당 전문가들이 심사를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심사 방향과 진행 상황 등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다”면서 “법령 기준에 따라 원칙적인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바깥에서 들리는 여론이나 업계 반응을 살피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직접 다 들어본 뒤 검토할 게 있다면 참고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신속히 검토를 진행할 방침”이라면서 “자료보정 시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회신 하느냐가 심사 기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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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요기요 로고

지난 달 중순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서에 서명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양측은 50대 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JV)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기로 했다. 김봉진 대표는 신설 법인 우아DH아시아의 회장을 맡기로 했다.

합작사 관련 협약서에는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때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0억달러(약 4조7천500억원)으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