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앞둔 韓 e스포츠...부정 이슈에 냉기 가득

불공정 계약-리그 규모 축소 등 악재 전해져

디지털경제입력 :2019/12/30 11:12    수정: 2019/12/30 23:18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말은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한국 게임산업의 입지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표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8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약 973억 원이다. 이는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의 13.1%에 해당하는 수준의 규모다. 1990년대 후반부터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로 시작한 한국 e스포츠는 선수 역량은 물론 규모와 리그 운영 수준까지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을 선도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은 지난 10월 e스포츠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e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2020년까지 지방 e스포츠 상설경기장을 구축하기 위해 부산광역시와 대전광역시, 광주광역시를 선정하고 경기장을 만들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성남시는 총 296억 원의 예산을 들여 400석 규모의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2022년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이다.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리그가 진행되는 종로 롤파크.

이렇듯 e스포츠 진흥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2020년을 앞둔 한국 e스포츠 산업의 전망이 마냥 장밋빛이지는 않다. 오히려 현재 한국 e스포츠 산업은 역대 가장 험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e스포츠 종목인 리그오브레전드는 그리핀 구단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리핀이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 직전에 감독을 해임한 것이 신호탄이 되어 ▲매끄럽지 못한 선수 임대 과정 ▲불합리한 계약 ▲감독과 선수 사이의 폭행 논란 등이 거론되며 구단 하나의 문제가 아닌 리그 전체의 문제로 불거졌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조사를 통해 그리핀에 벌금 1억을 부과하고 시드권 박탈 조치를 내렸다. 또한 전임 단장과 감독에 대한 무기한 리그오브레전드 리그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팬들은 내부고발자 역할을 한 전임 감독에게도 징계가 내려진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사건을 철저하게 재조사 하기 위해 전임 단장과 감독을 검찰에 고발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3일부터 진행 중인 2019 리그오브레전드 케스파컵은 예년만큼 뜨거운 분위기를 만들지 못 하고 있어 자칫 이런 분위기가 내년 정규시즌 개막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케스파컵이 새로운 선수를 영입한 각 구단의 역량을 확인하고 다음 시즌 향방을 점칠 수 있는 대회로 주목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판의 분위기가 케스파컵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리그오브레전드의 바통을 이어 받아 한국 e스포츠 산업의 새로운 중추가 될 것이라 기대했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리그에서도 씁쓸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배틀그라운드 2019 펍지 네이션스 컵 시상식.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리그를 운영 중인 펍지는 내년부터 배틀그라운드 코리아 리그를 펍지 글로벌 시리즈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리그 소속팀에게 주어졌던 페이즈별 1천500만 원의 지원금과 최저연봉 제도 폐지 소식도 전해졌다.

상금 규모도 줄어든다. 올해 배틀그라운드 코리아 리그의 페이즈2의 총상금은 2억 원이었으나 내년부터는 1억 원으로 축소된다.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되던 방식이 아닌 모든 팀에게 1천만 원씩 지급되는 형태로 변경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펍지가 e스포츠 생태계 발전을 위한 지원 정책을 밝힌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기에 전해진 이번 소식에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팬들은 물론 리그 소속팀 관계자도 술렁이고 있다. 펍지 권정현 CMO가 프로팀과 선수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핵심이라며 이들에 대한 지원의 중요함을 역설한 바 있기에 더욱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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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관계자들은 이런 분위기가 내년 리그 흥행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1위부터 10위까지 모든 팀에게 똑같은 상금이 지급됨에 따라 각 팀의 경기가 느슨하게 치러질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경쟁 구도 저하로 리그에 대한 관심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펍지의 지원금으로 선수 연봉을 충당하고 있는 소규모 팀의 경우는 아예 리그 참가를 포기할 수도 있으며 실제로 해체를 고려하고 있는 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