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차기 CEO 선임...그 앞에 놓인 숙제

조직 정비, 5G 경쟁력 강화, 정책 리스크 대응 필요

방송/통신입력 :2019/12/27 17:42    수정: 2019/12/30 08:48

KT가 차기 대표이사로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을 확정했다. 1년여에 걸친 회장 선임 프로세스를 통해 37명에서 9명으로 다시 1명으로 압축되면서 최종 후보자가 결정됐다.

26일 KT 회장후보심사위원회와 이사회는 9명의 후보를 심층 검증한 뒤 구현모 부문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구현모 후보자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KT를 이끌 차기 CEO로 선임된다.

차기 대표가 결정되면서, 이제껏 멈춰져 있던 KT 시계는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가 앞서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통해 내년도 사업계획을 일찌감치 확정한 반면, KT는 차기 회장 선임 이슈에 매몰돼 준비 속도가 늦춰졌기 때문이다.

구현모 CEO 내정자.(사진=KT)

이밖에도 KT에는 대내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본격적인 5G 시대를 앞두고 투자와 가입자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와 인수합병 등 유료방송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대주주 출자 전환에 가로막혀 있는 케이뱅크 등이다.

■ 어려운 5G 환경…성과 극대화

KT는 지난 3분기까지 5G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비용으로 7천202억원을 투입했다. 앞서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등을 포함하면 5G를 알리는 데에만 약 2조원의 비용을 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KT는 5G 상용화를 처음 주장한 이후 리더십을 이어가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국제 표준이 만들어지기 전 자체 표준을 만들어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경쟁사가 준비하지 못한 5G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한 것도 모두 KT였다. 그러나 마케팅에 들인 비용에 비해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KT는 올 연말까지 무선 전체 가입자의 10%에 해당하는 150만명의 5G 가입자를 유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 상황도 낙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내년 KT는 실내에서도 5G 서비스를 위한 인빌딩 확대와 고주파수인 28GHz 대역에 대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도 올해 못지않은 비용이 네트워크에 투자돼야 하는 셈이다. 올 3분기 기준 KT의 CAPEX(투자과정에서 지출된 비용)는 2조952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정부가 5G 저가 요금제 출시를 앞세워, 요금제 인하 압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녹록치 않다..

새롭게 KT를 이끌게 된 구현모 CEO 후보자는 5G를 중심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투자는 늘고 가입자 증가속도는 더딘 어려운 상황이다. 효율적인 투자 집행을 통해 네트워크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가입자를 최대한 확보하는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황창규 KT 회장(왼쪽)이 5G 네트워크 구축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KT)

■ 임직원만 2만3천명…효율적인 인력 조정

KT는 2만3천여명의 임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경쟁사인 SK텔레콤 5천300여명, LG유플러스 1만여명에 비해 많은 숫자다. 이는 공기업으로 출발한 과거에 기인한다.

과거 유선통신을 담당하며 전국망을 구축·유지를 담당하던 인력이 현재까지 이어졌고, 이는 그동안 KT에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석채 전 회장과 황창규 회장이 취임 초기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던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이번에는 향후 5년 내 정년 퇴사 예정자가 다수라는 점에서 차기 CEO로서는 효율적으로 조직을 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서울 광화문 KT 사옥.

■ 유료방송 구조개편 주도권

인수·합병(M&A)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KT만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하는 것 역시 구현모 후보자의 몫이다.

올해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티브로드, CJ헬로 M&A를 추진했다. 경쟁사가 M&A를 통해 몸집을 불린다 하더라도 KT가 유료방송 시장 1위를 고수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KT를 추격할 수 있는 가시권에 경쟁사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경쟁사를 따돌리기 위해서라도 KT는 M&A를 고민해야 하지만, 지난해 7월 일몰된 합산규제가 여전히 KT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국회는 합산규제를 대신할 사후규제안을 만들기로 큰 틀에서 뜻을 모았지만, 확정안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KT 입장에서는 불확실성 탓에 M&A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 1위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경쟁 환경도 달라졌다. IPTV와 케이블TV 간 인수합병 시장이 열린 데다, 국회는 합산규제가 '낡은 규제'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시장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 차기 CEO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KT 모델이 IPTV 서비스인 올레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KT)

■ 한발 뒤처진 케이뱅크

케이뱅크 대주주전환도 골칫거리 중 하나다. 자금난에 빠진 케이뱅크를 구하기 위해 KT가 나섰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탓에 KT에 대한 금융위원회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중단된 상태다.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지만, 아직 본회의 등 절차가 남은 탓에 안심하기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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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대외적 규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리스크를 담당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회사의 입장을 국회나 정부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대관 조직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총선도 기다리고 있는 만큼 요금 인하 압박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책적 리스크에 회사의 입장을 정부나 국회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