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특색 살린 콘텐츠 육성에 박차"

[인터뷰]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디지털경제입력 :2019/12/24 17:33    수정: 2019/12/26 16:34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이 진흥한 애니아일랜드 페스티벌. (사진=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이 진흥한 애니아일랜드 페스티벌. (사진=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은 제주도 영상위원회와 테크노파크의 문화콘텐츠 사업, 애니메이션 센터 등을 통합해 2018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 산하 기관이다. 제주도 행정부지사가 이사장을 겸직하며 제주도와 관련된 웹툰,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창작을 지원하고 있다. 올 한해 창작자 육성과 산학협력, 콘텐츠 제작 지원 등에 100억여 원을 집행했다.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은 올해 콘텐츠코리아랩, 웹툰캠퍼스, 음악창작소와 영상제작을 위한 실내 스튜디오, 소규모 영화관, 복합공연장 등을 조성해 관련 인프라를 다지는 데 초점을 뒀다. 내년까지 이들 인프라를 조성해 이를 바탕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 실내 스튜디오 통해 제주 기반 콘텐츠 확대 주력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은 촬영지(로케이션) 지원 등 제작 지원과 영화제, '찾아가는 영화관' 등 영화 관련 사업을 진행중이다.

지난 23일 영상산업팀 김희석 팀장은 "제주도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영화 제작 관련 지원이 좋은 편이다. 한 예로 대여가 쉽지 않은 영화 촬영용 발전차를 구비한 곳은 제주도가 유일하다. 조명 시설도 충실하게 구비해서 중급 상업영화 촬영은 충분히 소화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초반 작업이 제주도에서 진행되었다. (사진=tvN)

올해는 영화 '낙원의 밤'이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등의 초반 작업이 제주도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영화 제작 인건비 현실화나 노동환경 개선 등이 대두되면서 제주도를 무대로 촬영하는 영상 콘텐츠의 수가 줄어들었다.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은 내년 하반기부터 운영에 들어갈 실내 촬영 시설을 통해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영상물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영상산업팀 김희석 팀장은 "지난 10월 남양주 촬영소가 운영을 중단한 이후로 실내 스튜디오 수급이 큰 문제로 부상했다. 영상물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스튜디오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다른 지자체도 실내 스튜디오 건립에 나서고 있지만 여러 문제가 있어서 바로 건립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독립영화는 여건이 많이 악화된 상황입니다. 실내 촬영이 불가능해져 배경으로 승부하는 곳들도 많습니다. 내년 하반기에 완공될 실내 스튜디오는 2015년부터 시작해서 5년간 공들여서 만들어진 시설이며 최근 15년간 지자체가 설립한 시설 중에는 유일합니다. 인천을 포함해서 청주, 합천 등에서도 스튜디오를 짓겠다고 하지만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만큼 향후 5년간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 제주 소재 애니메이션 연이어 지상파 방영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은 제주도의 역사와 문화 등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도 사회적기업인 (주)시와월드가 제작한 '숲속친구 스토니즈'가 지난 11월 KBS 1TV를 통해 방영을 시작했다. 12월는 봉제인형 등 30여종의 스토니즈 캐릭터 팬시상품 출시와 제주도 내 면세점 입점이 진행됐다.

내년부터 KBS를 통해 방영될 애니메이션, 비밀의 바람숲. (사진=위놉스)

이 애니메이션은 기업을 선정해 전문가를 매칭하고 자문 등을 제공해 애니메이션 제작을 돕는 지역문화산업연구센터 지원사업을 통해 제작됐다. 남현구 책임연구원은 "지상파와 종편 등을 포함해 국내 방송사들이 지켜야 하는 애니메이션 의무 편성 시간이 있는데 이것을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닌 심야 등에 편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방영을 통해 라이선싱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2월부터는 제주 자연유산인 '곶자왈'을 소재로 한 3D 애니메이션 '비밀의 바람숲'이 KBS를 통해 방영 예정이다. 곶자왈, 현무암 등 제주도 고유의 환경, 식생 등 문화 자원을 소재로 제작된 이 애니메이션은 이미 지난 11월 중국 세중과기유한공사와 IP활용 관련 예약을 체결한 상태다.

■ 웹툰캠퍼스 통한 작가 양성 사업

제주웹툰캠퍼스 개소식. (사진=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은 제주웹툰캠퍼스 '센스'(SENSE)를 조성해 제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웹툰 작가나 스튜디오를 지원하고 있다. 남현구 책임연구원은 "캠퍼스를 조성하며 웹툰 매니지먼트 기업인 케나즈(KENAZ)를 유치했다. 16인 규모의 웹툰 작가 양성 코스를 진행했는데 이 중 6명은 제주도 출신이다. 이 캠프를 졸업하면 성적이 우수한 수강생들은 카카오페이지를 통한 연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웹툰 작가는 60명 가량으로 추산됩니다. 웹툰 캠퍼스가 조성되고 나서 이 중 절반 정도의 작가들이 먼저 접촉을 해 왔습니다. 제작지원을 원하는 작가와 웹툰 작가 지망생을 위해 교육활동에 나서고 싶어하는 작가들이 절반 정도입니다."

인기 웹툰들은 대부분 번역 등을 통해 일본이나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단 번역된 웹툰이 먼저 퍼져나가 수익성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남현구 책임연구원은 "이미 해외 진출 경험이 많은 작가들은 작품 샘플 제출시 미리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다국어 버전을 먼저 보낸다. 다만 국내에서 성공해야 해외로 진출 가능하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이르면 2021년부터는 해외 진출 등도 고려해 볼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 지역 경제 활성화 위한 산학협력 프로그램 진행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중이다. 3D 애니메이터 인력 육성 과정에는 제주관광대와 영주고 학생들이 총 18명 참여했다. 이를 수료한 인력 중 4명은 3D애니메이션 전문 기업인 프롬이스트에 정규직원으로 입사했다. 한라대와 함께 진행한 산학연계 프로그램인 '원 캠퍼스'를 통해 3개월간 PC와 모바일에서 체험 가능한 VR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이 진행한 오름콘텐츠페스타. (사진=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관광산업이 주수익원인 제주도 특성상 콘텐츠를 관광 자원과 결합하려는 시도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영화나 드라마, 웹툰,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관광 상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유발하겠다는 것이다.

김희석 팀장은 "2003년 제주영상진흥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지원한 작품이 드라마 '올인'이었는데 섭지코지에 관광객들이 몰려 왔다. 웹드라마에 아이돌이 출연한 장소를 방문하러 해외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지속성이 문제다. 보통 한 콘텐츠의 생명력은 2년 미만이다. 따라서 연속성 있게 콘텐츠를 계속 개발하고 작품을 만들어 나가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며 실내 스튜디오 역시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 "블랙박스 극장 확대·e스포츠 사업 검토"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은 내년에 관객과 무대가 구분되지 않은 블랙박스 형태의 복합 공연장을 개장하기 위해 리모델링중이다. 김희석 팀장은 "제주도만큼 극장과 관련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 힘든 곳이 없다. 극장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형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공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공연을 만들어 놓고 공개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은 영화를 만들어 놓고 배급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형태의 공연장을 전국 지역별로 네트워크로 묶어 공동개발하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무비자 입국 가능한 제주도의 특성을 살린 e스포츠 관련 사업도 검토중이다. 김희석 팀장은 "e스포츠는 한국이 종주국이다. 여러 전문가와 이야기해 보면 제주도는 전지훈련장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 특히 중국 팀이 한국에 오고 싶어 한다. 무비자 입국과 치안, 관광 인프라 등을 연계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내년 진행될 롤드컵에 대비해 연말에도 활발한 의견 교환이 진행중이다"라고 밝혔다.

■ "탄탄한 인프라 기반으로 제주도 밀착 콘텐츠 만들 것"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은 콘텐츠 개발지원에서 그치지 않고 현장적용까지 이어지는 공간형·콘텐츠 제작지원을 통해 지역 문화, 관광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올해 정부는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에 '선도형 실감콘텐츠'를 명시했는데 이미 제주도는 3년 전부터 실감형 콘텐츠를 포함해 문화산업 육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문화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지원된 제주AR기술 기반 로봇 댄스 공연(로봇스퀘어)는 최근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균형발전사업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AR 기반 인터랙티브 모드가 융합된 새로운 공연 콘텐츠를 개발해 상품시장 확대, 지역 연계 문화관광산업 발전 촉진을 통해 지역산업 고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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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석 책임연구원은 "다른 지역에 위치한 문화산업 진흥 기관은 도는 도대로, 시는 시대로 협의와 예산 편성이 필요해 행정력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본 원은 협의 창구가 제주도로 일원화 되어 예산 편성등이 수월한 편이다. 지난 해 출범하면서 여러 인프라 유치에 성공한 면이 있어서 제주도도 운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집행한 예산은 100억원이며 내년에 순수 문화 진흥을 위해 책정된 예산만 해도 80억 원에 달한다. 박기석 책임연구원은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은 2018년 설립되어 전국 진흥원 기관 중 막내격이다. 올해 말부터 내년에 걸쳐 진행될 각종 시설들이 운영에 들어간다. 지역 문화에 밀접하게 연관된 창작과 창업,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내년 중점 과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