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결산] 위기와 기회 공존 속 일보 전진

발목 잡힌 모빌리티...벤처 투자액 4조·주52시간제 등 이슈

중기/벤처입력 :2019/12/24 10:54

유니콘 스타트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11개 돌파, 벤처 투자액 4조원 전망, ICT 규제샌드박스 가동 등 국내 스타트업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더불어 정부와, 투자 업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벤처 업계는 올해도 커다란 결실들을 낳았다.

반면 모빌리티 등 일부 업계는 아직 돌풍의 한 가운데에 있다. 11~15인승 렌트카 기반 유상운송 서비스 타다는 택시업계의 반발로 난항을 겪었다. 타다를 택시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일명 '플랫폼 택시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타다 측은 "택시회사가 될 순 없다"며 '타다금지법'으로 바꿔 부르는 상황이다.

내년부터 직원 수 300인 미만 스타트업들이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게 되면서, 스타트업의 혁신성 저해를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2019년 5월 기준 10억원 이상 누적 투자를 유치한 국내 스타트업은 134곳이다.(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홈페이지 캡쳐)

■올해 벤처 투자액 4조 목전…유니콘 기업은 11개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들에 투자된 금액이 사상 처음 3조원을 넘긴 가운데, 올해 말에는 그동안의 투자 추이를 고려하면 4조원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24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누적 투자액은 3조8천115억원으로, 작년 11월 3조1천241억원에 비해 약 22% 더 많다.

10월 기준 업력별 벤처회사 신규 투자액(표=한국벤처캐피탈협회)

특히 기업 업력이 3년 이상 7년 미만인 초중기 스타트업들에게 투자금이 많이 흘러든 점이 두드러졌다. 협회가 공개한 10월까지의 벤처 업계 현황을 보면, 전체 투자금 3조5천여억원 중 40.4%가 업력 중기 스타트업들에 몰렸다. 업력 7년 이상의 후기 스타트업에 몰린 투자금 비중은 25.2%로 전년(36.5%) 대비 대폭 줄었다. 업력 3년 미만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전체의 34.4%다.

올해 업력 7년 이하 기업들에게 돈이 몰린 현상은 예년의 투자 경향을 뒤집는 것이었다. 과거 2010~2014년까지 초기:중기:후기 스타트업 투자 비중이 약 45:25:30으로 유지되다가 2015년부터는 후기 스타트업들에 상대적으로 더 투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시기 전체 투자금 중 40% 안팎인 후기 스타트업들에 몰렸다.

업종별(10월 기준)로 보면 전년과 마찬가지로 화학/소재 벤처 기업에 전체 투자금액 중 27.9%가 몰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ICT서비스 22.2%, 유통/서비스 20.1%, 영상/공연/음반 8.6%로 투자 비중이 높았다.

10월 기준 업종별 벤처회사 신규 투자액(표=한국벤처캐피탈협회)

올해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 수는 11개로 늘었다. 유니콘 수로는 독일과 공동 5위를 차지하게 됐다. ▲쿠팡 ▲크래프톤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 ▲위메프 ▲비바리퍼블리카 ▲지피클럽 ▲야놀자 ▲무신사 ▲에이프로젠 ▲우아한형제들 등이다. 2017년 유니콘 기업이 쿠팡과 옐로모바일 두 곳뿐이었던 것과 비교해, 지난 2년에 걸쳐 유니콘 기업들이 대거 탄생했다. 단, 최근 독일계 배달앱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지분을 넘기기로 결정한 유니콘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면 유니콘 기업 수는 10개로 줄어든다.

벤처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매출 1천억원 이상을 달성한 일명 ‘벤처천억기업’은 572개사로 전년보다 2.6% 늘었다.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은 전년과 마찬가지로 11개로 조사됐다.

지난달 28일에는 중소기업부 주최로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 '컴업'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세계적인 스타트업 행사 핀란드의 '슬러시' 등을 표방했다. 약 80개 스타트업이 컴업 엑스포에 참여했다.

■ICT 규제샌드박스로 스타트업들 활로 찾아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26일 서울청사에서 '제 6차 규제 샌드박스 심의워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

올해는 스타트업 등 기업들이 규제에 가로막혀 시작하지 못하던 신사업을 키울 수 있도록 ‘ICT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처음 실시됐다. 지난 1월17일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정부는 이들의 사업을 ‘임시허가’ 혹은 ‘실증특례’ 등으로 인정해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7일 제7차 심의위를 마지막으로 올해 ICT 규제샌드박스 안건 심의를 마무리 했다. ICT 규제샌드박스 제도 시행 이후 접수된 가제는 총 113건이며, 7번의 심의위원회를 통해 95건의 과제를 처리했다. 이 중 신속처리 55건, 임시허가 18건(적극행정 2건), 실증특례 22건(적극행정 2건) 등으로 처리했다.

스타트업이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해 혁신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된 대표 사례로는 반반택시·KST모빌리티·위쿡·위홈 등이 있다.

반반택시를 운영하는 코나투스는 모빌리티 부문에서 처음으로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사업 승인을 받은 곳이다. 반반택시는 승객들간 자발적인 동승을 유도해 택시 운임을 낮춰주는 대신, 택시 기사의 소득은 높여주는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KST모빌리티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수요응답 기반 커뮤니티형 대형승합택시'를 서울 은평구 일대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공유주방 플랫폼을 운영하는 '위쿡'은 이번 규제개혁으로 공유주방에서 ‘다수의 사업자가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신고’를 할 수 있게 됐고, ‘B2B 유통’을 할 수 있게 됐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숙박영업 운영사 '위홈'도 실증특례를 받았다. 위홈은 서울 지하철역 중심 내·외국인 공유숙박 서비스를 통해 도시민박업 서비스로 공유숙박 호스트 4천명에 한정해 사업을 개시할 수 있게 됐다.

끊이지 않는 택시업계와 모빌리티의 싸움

서울개인택시조합은 8일 오전 쏘카 서울사무소 앞에서 타다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올해 스타트업 판을 가장 뜨겁게 달군 화두는 ‘모빌리티’다. 택시 업계는 약 6년 전부터 우버의 한국 진출을 기점으로 자신들의 사업 영역과 중첩된다며 카풀 서비스에 반대해왔으나,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업계 반발이 극에 치달았다. 작년 10월과 올해 1월 연이어 택시기사가 카풀에 반대해 분신 했고, 전국 택시 단체들이 상경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베타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3월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는 국회 중재에 따라 자가용 카풀은 평일 오전 7~9시, 오후 6~8시 출퇴근 시간에만 가능하도록 합의했다. 토요일 및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에는 할 수 없다. 이에 카풀 업체들은 대부분 서비스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게 됐다. 카풀 업체 풀러스는 회사가 중개료를 받는 대신 이용자가 드라이버에게 자발적으로 팁을 내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유지하고 있다. 또다른 카풀 업체 어디고는 국내 카풀 사업을 종료했다.

카풀 논란이 일단락 된 후 택시업계의 다음 타깃은 기사를 포함한 11~15인승 렌트카 유상운송 서비스 ‘타다’가 됐다. 택시 단체가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와, 모회사 쏘카 이재웅 대표를 고발하고, 검찰이 지난 10월 이들을 기소하면서 현재 두 대표는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서둘러 플랫폼 택시 제도를 마련했으나, 타다는 내년 1만대 증차 계획 발표 등으로 맞섰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는 택시업계, 모빌리티 업계와 논의 끝에 플랫폼 택시를 제도화 하는 ‘택시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타다가 택시 감차분에 대한 운송사업 면허를 획득하는 대신 택시 업계 기여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해당 개편안은 국회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으로 발의돼 상임위를 통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 밴 택시 '벤티'

국내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는 “‘앞문을 열어주고 뒷문은 닫겠다’는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으로 인해 죽어갈 스타트업들은 분명히 보이는 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지는 매우 불투명하다”며 “지금까지 여객운송 분야 정책 마련 과정에서 신산업과 국민들의 중요한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그 결과 관련 스타트업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 대형승합택시 '벤티' 등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카카오T블루는 대구에서도 운영된다. KST모빌리티도 서울, 대전, 김천, 제주 등 지역에서 가맹택시 '마카롱' 서비스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00인 미만 스타트업, 내년 주52시간제 적용 앞두고 '우려'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주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한창 성장해야 할 스타트업들을 발목 잡는 규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대형게임사는 주52시간 근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장병규 4차산업위원장은 지난 10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3주년 행사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에 일괄 주 52시간 제도 시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당시 그는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0에서 1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몰입과 성과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특히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처음 2년의 몰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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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에 따르면 주52시간제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300인 미만 사업장의 창업자들 중 57.1%는 '현재로서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내 인사 규정을 도입하거나 수정할 계획'이라고 답한 창업자는 28.6%, '근태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응답은 20.4%였다. 스타트업 창업자의 75.8%는 근태 관리 시스템이 현재 없다고 답했다.

해당 설문조사에 스타트업 관계자로 참여한 응답자는 스타트업 창업자 149명, 재직자(대표 외 직원) 250명 등 총 449명이다. 창업자 응답자 2명을 제외한 147명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했다. 창업자(62.4%)와 재직자(60%)는 대부분 5인 이상 50인 미만 규모의 회사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