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형 SW교육기관 '한국판 에꼴42’ 본격 시동

'42 서울'이란 이름으로 서울 개포동에서부터 시작

방송/통신입력 :2019/12/20 14:16    수정: 2019/12/21 20:30

프랑스의 혁신적 소프트웨어 교육 기관 ‘에꼴42’의 아시아 캠퍼스가 국내에 도입됐다. SW 인재 양성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력으로 국내에서 교수, 교재, 학비가 없는 SW 교육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에꼴42는 자기 주도 학습의 SW 교육 프로그램으로 프랑스에서 시작된 뒤 미국 실리콘밸리, 핀란드, 스페인 등 13개 국가, 17개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42 서울’이란 이름으로 개포 디지털혁신파크에 20일 문을 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가 전문적인 실무 역량을 갖춘 SW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 5층 건물 429대의 아이맥...SW 인재 양성소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새롬관과 마루관 등 두 동의 건물로 이뤄졌다. 교육생이 실제로 SW 학습에 이용하는 공간은 새롬관으로 지상 5층, 지하 1층의 건물이다.

새롬관 안에는 1층과 지하에 70여명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 오픈 라운지 등이 마련됐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거나 교육생의 휴게 공간, 방문객 접견 공간으로 쓰이는 곳이다.

SW 학습이 이뤄지는 곳은 2층, 4층, 5층에 마련된 코딩 스튜디오다. 에꼴42 교육 시스템을 따르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에 따라 코딩 스튜디오 한 곳에 143대의 애플 아이맥 PC가 설치돼 있다.

총 429대의 아이맥을 활용해 365일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된 곳에서 프로젝트 중심의 수준별 자기주도 학습이 이뤄지게 된다.

동료와 협력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만큼 옆자리 교육생과 활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코딩 스튜디오의 PC 간격은 좁은 편이다. 코딩 작업이나 교육 중 수시로 소통한다는 에꼴42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또 에꼴42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시스템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3명의 멘토를 통해 교육생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측은 상근 멘토 3명 외에 개발 경력을 가진 비상근 멘토도 추가로 채용해 SW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곳의 교육 시스템은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 분야별로 점점 높은 단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본 프로젝트는 C 언어를 사용하는 유닉스 개발 환경에 중점을 두고, 이후에는 자바, 스위프트, C++ 등 프로젝트에 적합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수행하게 된다.

■ 250여명 선발에 1만1천118명 몰린 고강도 SW 교육과정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성적 위주의 줄세우기 식의 국내 교육환경과 큰 차이를 보이는 점 때문이다. 글로벌 수준의 SW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해 에꼴42 시스템을 가져온 것도 이를 고려한 점이다.

이에 1기 교육생 최종 선발 인원 250여명에 1만1천188명이 몰렸고 3천270명이 온라인 시험을 통과했다. 500여명은 1월부터 시작되는 4주 간의 집중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되고 여기서 250여명의 1기 교육생이 최종적으로 선발돼 2월 말부터 2년 과정의 본 교육을 시작하게 된다.

온라인 테스트는 코딩 능력을 살피지 않는다. 기억력 테스트와 논리력을 테스트를 거치는 식이다. 이후 1개월 간 집중교육 사전미팅이 시작된다.

집중교육(La Oiscine) 과정은 물 속에 던져진 뒤 스스로 헤엄쳐 살아남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처럼 한 달 동안 매일 14시간 정도의 강도 높은 코딩 과제를 제공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교육생을 선발하는 절차다.

이같은 집중교육을 마쳐야만 2년간의 본 교육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100개 이상의 개인 프로젝트, 그룹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특히 21단계로 이뤄진 프로그램 중에서 마지막 프로젝트는 대학원 석사과정 수준으로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게 되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수료생은 전문적인 SW 인재로 거듭나게 된다.

■ SW 전문인재 양성 프로젝트 시동

정부는 인공지능(AI)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역량으로 꼽고 있다. 강한 AI 역량을 갖추기 위해 범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는데 결국 AI도 근본은 SW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튼튼한 SW 역량이 있어야 강한 AI도 가능하다”며 “SW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SW 인재를 양성하는 요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SW 현장에서 요구하는 역량있는 인재는 여전히 부족하고 기존 교육과 사업 만으로는 문제 해결력을 갖춘 SW 인재를 양성하기 어렵다는 고민에서 시작된 일”이라며 “에꼴42와 같이 문제를 풀면서 역량을 키워나가는 학습모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준비해 올해 본격 추진하게 됐도 내년에 교육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운영 상에 어려움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정부는 혁신적 인재양성이라는 당초 목적을 잘 달성하고 어려움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초대 학장을 맡은 이민석 국민대 교수는 “1982년 애플2 같지만 여러 부품으로 조립한 짝퉁이 처음으로 본 컴퓨터였고 호기심으로 새로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꿈에 부풀었지만 당시엔 소프트웨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며 “교과서도 없고 현장 경험이 담긴 책도 없어 여러 회사들이랑 일을 하면서 컴퓨터를 배우고 소프트웨어를 배웠다”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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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세상은 소프트웨어 판으로 바뀌었고 ‘공기 반, 소프트웨어 반’으로 숨 쉬고 있고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제품과 서비스를 바꿔놓고 여러 회사도 정체성을 소프트웨어 회사나 인공지능 회사로 바뀌고 있다”면서 “소프트웨어 인재가 3만명, 10만명, 어떤 사람은 20만명이 부족하다고 얘기하는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부족한 대책 일부를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석 학장은 또 “이노베이션 이름을 붙인 것은 500명의 인력을 양성하는 목표에 그치려는 것은 아니다”며 “더 많은 인재를 더 잘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두고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이 더욱 중요해져 점점 더 많은 개발자를 원할텐데 학습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공유해 어느 학교나 기관이나 사업체는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에 뛰어들 수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