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이제는 암호화폐가 아닌 블록체인을 볼 때"

박세열 블록체인 기술총괄 상무 인터뷰…"토큰이 디지털 경제 촉진할 것"

컴퓨팅입력 :2019/12/13 17:50    수정: 2019/12/13 17:50

"아직도 수면 위에서는 암호화폐를 주목하고 있지만, 수면 내부에서는 블록체인의 가치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산업의 시작은 암호화폐로 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실물 자산을 디지털로 연결시키는 토큰의 영역이 더 커질 것이며 이 토큰이 디지털 경제를 촉진할 것이라 봅니다."

박세열 IBM 블록체인 기술총괄 상무는 향후 토큰이 디지털 경제를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기업용 블록체인에서도 토큰이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IBM은 오픈소스 프라이빗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하이퍼레저의 핵심 일원으로, 기업용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이다. 하이퍼레저는 모든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표준화 및 발전을 목표로 한다.

특히, IBM은 허가받은 사용자만 참여할 수 있는 허가형 블록체인 '하이퍼레저 패브릭' 개발을 주도한다. IBM은 현재 하이퍼레저 패브릭 기반의 IBM푸드트러스트, IBM트레이드렌즈, IBM위트레이드 등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세열 IBM 블록체인 기술총괄 상무.

■ "토큰은 디지털 경제를 촉진할 수 있는 핵심 키"

박 상무는 "실물 자산을 디지털 자산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게 토큰"이라며 "토큰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만들고 향후 디지털 경제를 촉진할 수 있는 핵심 키"라고 바라봤다. 토큰을 가지고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고, 자산 간의 교환도 할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IBM은 지난 4월 하이퍼레저2.0 알파버전에 팹토큰(FabToken) 발행 및 양도·교환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패브릭 블록체인에서 팹토큰을 이용해 자산을 토큰으로 쉽게 나타낼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인터뷰 결과, 하이퍼레저2.0 정식 버전에서는 토큰 발행 기능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상무는 "원래는 2.0 정식 버전에 팹 토큰 기능이 들어가는 걸로 계획돼 있었으나, 아직 실험영역이라 시행하려면 보충할 부분이 더 필요해 생략됐다"고 밝혔다. 하이퍼레저2.0 정식 버전은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팹토큰 발행 기능이 하이퍼레저2.0 정식 버전에서는 삭제됐지만, 현재 플라스틱 뱅크와 캐나다 태양광 에너지 프로젝트 등에는 팹토큰이 사용되고 있다.

박 상무는 "아이티 국가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과 디지털 토큰을 교환하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만들어졌다"며 "폐플라스틱을 수집한 사람들에게 디지털 토큰을 지불해, 사용자들은 디지털토큰으로 생활용품을 구매하고 교육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캐나다에서도 가정집마다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해 잉여 에너지가 생기게 되면, 이 잉여 에너지를 다른 기관이나 다른 가정집에 보내고 대신 에너지 코인을 받을 수 있다"고 팹토큰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향후에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토큰보다 이처럼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에서 서비스를 통한 유틸리티 토큰의 영역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토큰은 기업용 블록체인의 윤활유…네트워크 관리·보상 수단"

박 상무는 토큰의 또 다른 기능으로 기업용 블록체인의 윤활유 역할을 꼽았다.

그는 "허가형 블록체인에서도 토큰의 의미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토큰이 기업용 블록체인의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달리 기업용 블록체인은 비즈니스 컨센서스를 이룬 기업이 모이다 보니 서로 합의된 목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거버닝 폴리시(governing policy)가 필요한데, 이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조율할 수 있는 수단으로 토큰이 사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비트코인과 같은 탈중앙화된 퍼블릭 블록체인은 헤게모니 싸움을 하게 되면 네트워크를 거버닝할 바디가 없기 때문에 쪼개진다"며 "이상적이지만 현실 세계와는 갭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갭을 메꿔서 현실적으로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수단 중 하나가 토큰"이라며 "토큰은 네트워크 참여자가 올바르게 행동하게 만드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블록체인…생태계가 중요"

박 상무는 4차 산업혁명을 리딩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은 간과해서는 안 될 기술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만 볼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를 만들고 훨씬 더 넓은 의미의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통해 실물 자산과 디지털 자산이 연결되기 위해서는 사물인터넷(IoT), 엣지컴퓨팅 기술 등이 다 들어가야 한다"며 "결국 블록체인 때문에 IoT 산업도 빠르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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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블록체인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쌓이면 분석을 통한 인사이트를 얻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이 필요하다"며 "결국 4차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블록체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상무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쓸 곳이 없으면 몇만TPS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기술보다는 블록체인이 필요한 생태계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게 중요하며, 생태계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이 블록체인을 통해서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모델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