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묵 식약처 정보화담당관 "베트남에 첫 식품안전 ODA...세계 성공모델 만들 것"

2022년까지 진행...내년엔 수입식품에 블록체인 적용

인터뷰입력 :2019/12/13 00:17    수정: 2019/12/13 06:17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역사를 새로 써가고 있다. 식품안전 분야 ODA를 국내 처음으로 추진, 베트남에 식품안전정보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이 시스템은 올해말 1단계 사업(시범사업)이 끝난다.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나인묵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정보화통계담당관은 "최종 완료는 오는 2022년"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ODA로 식품안전 지원 사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ODA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 경제발전이나 복지 증진을 위해 제공하는 유상 및 무상 원조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시작했다. 아시아 국가들을 중점 지원하다 차츰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등으로 넓히고 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ODA 규모는 22억 4600만 달러다. 국가별로는 아시아(48,7%)와 아프리카(25.3%)가 70% 이상을 차지했다. ODA 규모를 계속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그동안은 인적 교류에 초점...정보 시스템 구축해 체질 바꿔"

나 담당관은 "식약처가 ODA 사업을 여러번 했는데 그동안은 주로 초청 연수 같은 인적 교류에 초점을 맞췄다"며 "인적 교류보다 식품안전 시스템을 구축해 수원국의 업무 체질을 바꿔주는게 더 효용성이 높다고 판단해 사업을 추진하게 됐고, 식품안전을 ODA로 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은 식품 관련 우리나라의 대규모 교역국 중 하나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식품 규모는 30조 3000억 원(274억 달러)이다. 166개국에서 수입을 했는데, 베트남은 미국(64억 3239만 달러), 중국(47억 7424만 달러), 호주(24억 142만 달러)에 이어 4위(13억4119만 달러)를 차지했다. 5위는 러시아(9억8054만 달러)로 이들 5개국 규모가 전체 수입 금액의 58.1%를 차지했다.

베트남 식품안전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입식품과 관련한 검사 부적합 발생 빈도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나인묵 식품의약품안전처 정보화통계담당관

나 담당관은 베트남 정부가 총리의 높은 관심하에 식품안전 강화를 위한 업무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베트남에 최적화된 식품행정시스템을 구축, 식품안전 행정 분야의 성공적인 ODA 모델로 만들어 베트남은 물론 인접 아세안 국가에 전파,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도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입식품 업무는 식약처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 식품안전정보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식약처 주도의 한-아세안 식품정보 교류 교두보가 마련됨은 물론 국내 기업의 해외 수출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베트남 식품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 일원화해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면 베트남 식품의 생산부터 유통, 소비까지 전 과정을 일원화해 관리할 수 있다. 베트남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간 협업을 통한 식품안전 사각지대 해소에도 일조할 전망이다.

나 담당관은 베트남이 우리와 법률, 제도, 관습 등이 달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기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블록체인 등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적용, 베트남 전자정부를 고도화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베트남 정부가 얻는 효과가 막대하다. 우선, 현재 수기로 처리하는 식품인허가 업무를 전자화, 행정효율을 높일 수 있다. 대내외적으로 식품행정 신뢰성도 상승한다. 또 식품행정에 관한 다양한 통계를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고, 유사시 신속한 현황 파악 및 대처가 가능하다. 다른 나라 및 기관과 온라인 협의도 가능하다. 베트남 및 우리나라 업체가 굳이 관공서를 방문하지 않아도 인허가 신청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번 베트남 식품안전정보 시스템은 통상의 ODA와 달랐다. 보통 ODA는 두 나라를 잘 아는 기업이 연계,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베트남 식품안전정보시스템은 처음부터 정부 대 정부로 추진됐다. 그런만큼 일이 빨리 진척됐다. 식약처는 베트남 현지에 사무관 1명도 파견, 시스템이 원활히 구축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라오스, 캄보디아 등 베트남 인근 국가에도 공급 가능

나 담당관은 "라오스와 캄보디아가 베트남과 경제, 문화적으로 밀접한 국가인데 베트남에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구축 되면 인근 나라에도 식품안전정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식품안전관리에 관한 우리나라의 행정 및 시스템을 신남방 국가에 보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진단했다.

식약처는 식품안전 ODA에 이어 의약품 ODA도 페루를 대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페루 등 중남미 지역은 머크 등 글로벌 기업이 이미 진출해 있어 국내 바이오 기업이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페루 의약품 ODA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국내 의약품 기업의 중남미 진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나 담당관은 식약처가 자랑하는 정보시스템으로 '림스(LIMS, Laboratory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실험실 정보 운용시스템)'를 꼽았다. 실험실 데이터를 저장, 가공, 검색, 분석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로 검사, 분석, 시험 업무를 수행하는 실험실을 위해 고안된 정보시스템이다. "식약처가 근 10년간 구축한 시스템"이라며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를 통해 실험실 정보를 더욱 가시성 있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식품 안전 인증인 HACCP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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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식품 안전성을 보증하기 위한 인증인 HACCP(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 주목 받고 있다. HACCP는 식품 원재료 생산부터 제조, 가공, 보존, 유통 등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식품을 섭취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해한 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크게 위해요소분석(HA,hazard analysis)과 중요점관리(CCP,Critical Control Points)로 구성돼 있다. HA는 원료와 생산공정의 위해가능성 요소를 찾아 분석 평가하고, CCP는 해당 위해 요소를 예방 및 제거하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점으로 다루어야 할 관리 포인트를 말한다.

나 담당관은 "편의점에 있는 식품 85% 정도가 HACCP 인증을 획득했다"면서 "HACCP 인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원본 위조 문제 등을 해결하는 사업을 올 연말까지 추진한다. 내년에는 수입식품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베트남 ODA 식품안전 정보시스템 사업 추진을 통해 식의약 안전관리를 강화, 우리 국민에게 보다 안전한 수입식품을 제공할 수 있게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