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출퇴근 카풀 중개 앱’은 왜 없나

[이균성의 溫技] ‘T맵+카풀’ 서비스

데스크 칼럼입력 :2019/12/06 16:47    수정: 2019/12/09 07:35

카풀(car pool)은 본래 ‘승용차 함께 타기’를 뜻한다. 공유경제(共有經濟)의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과 결합된 ‘변형된 택시’로 더 많이 인식되고 있다. 본래 의미의 카풀 중개 앱은 없고, ‘승차 공유 서비스’라는 이름의 ‘변형된 택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 알고 있듯 ‘변형된 택시’는 기존 택시 업계와 끝없이 갈등하고 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변형’을 보는 시각차도 이해관계만큼이나 크다.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 변형을 ‘혁신’이라고 본다. 그러나 서비스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이 변형을 ‘불법’으로 여긴다. 특히 택시의 경우엔 정부가 면허를 주는 규제 운송업이며, 기존 택시사업자들 다수가 면허 획득을 위해 비용을 지불했다는 점에서, 택시 업계는 비용 지불 없는 ‘비면허 변형’은 불법이라고 주장할 만 하다.

T맵 관련 사진(사진=SK텔레콤)

이 글 취지는 그러나 ‘변형된 택시’가 혁신인지 불법인지를 논하는 데 있지 않다. 이 문제는 현재 사법부도 다루고 있고, 최근엔 새로운 법안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로 그동안 무수히 많은 토론과 논란이 있었다. 여기에선 그보다 왜 ‘변형된 택시’에 대한 논란만 있지, 본래 의미의 카풀, 즉 ‘승용차 함께 타기’를 중개하는 앱은 없는지에 대해 생각하고자 한다. 그런 앱을 원하는 사람도 많겠기에.

수도권 월급쟁이의 출퇴근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출퇴근만으로도 워라벨(Work-life balance)은 꿈도 꾸지 못한다. 길바닥에서 하루 2~4시간을 보낸다. 버스는 콩나물시루이고 지하철은 지옥철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다니기도 쉽지 않다. 주차비 주유비 통행료를 혼자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고통을 느끼는 사람의 숫자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아주 많을 거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서비스가 바로 카풀 중개 앱인 것 같다. 택시보다 조금 싸다는 ‘영업용 카풀(혹은 변형된 택시)’이 아니라 같은 동네나 이웃 마을에 살면서 출근지도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번갈아 가며 승용차를 공유하고 비용은 최소화할 수 있게 중개해주는 앱 말이다.

이런 앱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사업자 입장에서 큰 돈이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변형된 택시’로서의 사실상 ‘영업용 카풀’과 달리 이 카풀은 탑승자들이 서로 돈을 내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수익 모델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 중개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겠지만 카풀할 때마다 받을 수는 없겠기에 그 돈 또한 미미할 것이다. 돈이 안 되니 사업도 안 된다.

이 서비스는 그러나 모든 사업자에게 무가치한 것만은 아니다. ‘승차 공유’를 ‘변형된 택시’로만 고민했던 사업자에게는 영원히 가치가 없는 사업이다. 하지만 어떤 사업자에게는 꽤 유의미한 사업이 될 수 있다. 모든 서비스가 다 유료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료 서비스를 많이 제공하면서 그걸 이용해 다른 방식으로 큰돈을 버는 사업자들도 많다. 포털 플랫폼 비즈니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서비스 또한 그런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카풀 중개 공간을 공짜나 적은 비용으로 제공하면서 그 대신 데이터를 취하는 조건을 내거는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고민해볼 수 있다. 앞으로의 사회를 ‘데이터 경제 시대’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데이터는 곧 사람에 관한 정보다. 이 경우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이동(移動)’에 관한 데이터를 축적하는데 최선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 데이터를 이용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지는 별도의 문제다. 플랫폼 사업은 일단 이용자를 끌어 모으고 데이터를 쌓아가는 게 우선이다. 이용자와 데이터가 많아지면 수익 창출의 길이 열릴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에는 투자 여력이 필요하다. 수익이 날 때까지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관 사업을 이미 하는 곳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적은 투자로도 적지 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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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라면 이를 고민해봤음직하다. SKT는 국내 1위 네비게이션 앱인 T맵을 서비스하고 있다. 택시 호출 서비스도 한다. T맵은 공짜 서비스이므로 그 비즈니스로 당장 얼마나 큰 수익을 남기는지는 잘 모르겠다. 큰돈은 안 될 거다. 그런데도 사업을 강화하는 까닭은 당장의 수익보다 미래 시장인 ‘모빌리티’에서 영향력을 갖기 위함일 거다. 그런 이유로 혼자 상상해보는 거다.

T맵에 카풀 앱을 붙여보면 어떨까. 그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상상력에 따라 달라질 거다. 상상력이 높으면 그게 혁신이 된다. 골목상권과 다퉈 코 묻는 돈을 쓸어가는 것보다 첨단 IT와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출퇴근의 고충을 상당부분 해결하면서도 사회적인 경비를 줄이고 추후 수익까지 낸다면 그게 진짜 혁신 아니겠는가. 최태원 회장이 말하는 ‘사회적 가치’ 또한 그런 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