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티브로드 이어 ‘티캐스트’ 매각도 고민

구매자 물색하는 듯…미디어 업계, 몸집부풀리기 치열

방송/통신입력 :2019/11/25 16:29    수정: 2019/11/25 16:30

태광그룹이 티브로드에 이어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담당하는 ‘티캐스트’ 매각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최근 ‘티캐스트’를 매각을 염두에 두고, 이를 매입할 사업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캐스트는 스크린·씨네프·FOX·드라마큐브·E채널 등 10여개의 채널을 보유한 방송 채널(PP) 사업자다.

태광그룹은 케이블TV ‘티브로드’를 SK텔레콤에 매각하면서 티캐스트를 함께 매각하는 방안을 고민했으나, 현실화되지 못했다. 당시 태광그룹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이후 합병법인의 2대 주주로 자리매김하는 만큼 미디어 산업에서 철수하는 것은 아니라며, 티캐스트를 통해 시너지 창출을 꾀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미디어 시장이 급변하면서 태광그룹의 미디어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디어 시장은 국내외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크게 확장되고, 모바일 중심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늘어나는 등 변화를 겪고 있다.

태광그룹은 티브로드 매각 절차가 완료된 이후 티캐스트 매각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 합병 절차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티캐스트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티캐스트를 안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는 SK텔레콤이 거론된다. 다만 티캐스트 매각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PP로서 역량은 우수하지만, 콘텐츠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분석된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가 PP를 인수할 경우, 플랫폼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콘텐츠 제작에 투입하고 제작된 콘텐츠를 플랫폼을 통해 송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며 “다만 이 경우에도 자체 콘텐츠 제작 역량이 중요한 만큼, 콘텐츠 제작 역량이 부족한 PP는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콘텐츠’ 둘러싼 미디어 시장 구도 변화

‘콘텐츠’를 중심에 둔 미디어 시장 변화는 해외 사업자를 통해서도 속도가 붙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자는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지난 21일 CJ ENM과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CJ ENM은 자사가 보유한 콘텐츠 제작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 4.99%를 넷플릭스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이로써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제작사에 직접 지분 투자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게 됐다.

해외 OTT 사업자와 제휴하기 위한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역량 있는 해외 OTT 사업자와의 제휴는 플랫폼 신규 가입자 유치 및 해지율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받는 OTT 사업자로는 디즈니와 마블의 콘텐츠로 무장한 ‘디즈니 플러스’와 HBO 워너브라더스 콘텐츠를 탑재한 ‘HBO 맥스’가 꼽힌다.

디즈니 플러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캐나다·네덜란드 등에서 출시한 직후 가입자 1천만명을 돌파하며 OTT 돌풍을 이끄는 주인공이다. 이 서비스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사업자는 SK텔레콤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6월 "디즈니와 협업을 검토 중”이라며 ”푹과 옥수수가 합병되면, 디즈니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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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맥스’와의 제휴에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BO맥스’는 내년 5월 북미를 중심으로 출시 예정인 OTT 서비스로,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HBO’와 해리포터 시리즈로 잘 알려진 ‘워너브라더스’의 콘텐츠가 망라돼 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력 OTT와의 제휴가 유료방송 플랫폼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해외 OTT를 자신의 우군으로 포섭하려는 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것”이라며 “글로벌 OTT 서비스의 국내 출시 등을 통해 국내 미디어 시장의 변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