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말로 트렁크 여는 AI 세단...더 뉴 그랜저

경쾌한 성격의 3.3 가솔린 엔진...보수적인 주행보조 기능

카테크입력 :2019/11/19 17:54    수정: 2019/11/19 17:56

현대자동차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 자리를 꿰찬 그랜저가 19일 부분변경 모델 ‘더 뉴 그랜저’로 얼굴이 바꿨다. 얼굴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성능과 실내 디자인도 많이 변경됐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더 뉴 그랜저를 신차급 변화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날 출시된 더 뉴 그랜저를 직접 타봤다. 시승코스는 경기도 고양부터 남양주까지 편도 56km 거리다.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라 차량의 주행 성능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기엔 무리다. 그래서 이날 시승에서는 스포츠 모드 주행성능, 주행보조, 음성인식 기능 등 총 3가지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시승차량은 3.3 가솔린 최고급 트림 캘리그래피로 최고출력 290마력(PS, 6400RPM), 최대토크 35.0kg.m(5200RPM)의 힘을 내는 3.3 GDi 엔진이 들어갔다. 3.3 가솔린 모델의 경우 R-MDPS 방식의 스티어링 휠이 적용됐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 (사진=현대차)
현대차 더 뉴 그랜저 뒷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시승코스의 절반 이상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였다. 평소엔 2차선에 달리다가, 스포츠 모드 전환 시 1차선 추월 가속을 하며 차량의 주행성능을 느껴봤다.

공조 디스플레이 아래쪽에 자리잡은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누르니, 12.3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의 디자인이 스포츠 모드로 변했다. 이같은 디자인은 올해 초 출시됐던 8세대 쏘나타와 큰 차이점은 없다.

대신 가속페달을 밟을 때 반응은 수준급이다. 인공 배기음과 함께 차량의 주행 속도가 빠르게 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공 배기음은 마치 스포츠 세단에서 느낄 수 있는 배기음과 비슷하다.

컴포트, 에코로 주행할 때는 스포츠 모드의 인공 배기음을 쉽게 들을 수 없다. 대신 스마트 모드 주행 때 가속페달을 밟으면 인공 배기음이 나온다.

컴포트와 에코 모드일 때는 가속페달과 브레이크가 묵직하게 세팅이 된다. 살짝 가속페달을 밟아도 부드러운 주행을 이어나간다는 점이 매력이다. 짧은 시간동안 시승하는 코스이기 때문에 곡선주행 등을 많이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 실내 (사진=지디넷코리아)
현대차 더 뉴 그랜저 주행모습. 시승코스의 절반 이상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진행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더 뉴 그랜저에 들어간 ADAS 주행보조 기능은 보수적으로 세팅됐다.

현대차에 따르면 더 뉴 그랜저의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기능은 일반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간선도로에서 쓰일 수 있도록 확대됐다. 자유로, 올림픽대로 등에서도 현대기아차의 HDA 성능을 더 뉴 그랜저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에서 더 뉴 그랜저의 HDA 기능을 써봤다. 속도는 도로의 제한 속도대로 맞췄으며, 차간 거리는 가장 먼 4단계로 설정했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차량이 스스로 얼마동안 스스로 조향하는지 알아봤다. 손을 떼니 금새 차량 클러스터 오른편 RPM 게이지 안에 ‘핸들을 잡으세요’라는 메시지가 등장했다. 어림 잡아 약 5초에서 10초 이내에 해당 경고가 나왔다.

이같은 보수적인 세팅은 최근 주행보조 활용으로 인한 사고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제조사의 판단으로 분석된다. 아직 더 뉴 그랜저의 주행보조 기술이 자율주행 구현 단계 2단계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주행보조 기능을 작동시키더라도 항상 스티어링 휠을 잡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주행보조 기능이 실행중인 현대차 더 뉴 그랜저 (사진=지디넷코리아)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수적인 더 뉴 그랜저 주행보조 시스템 성능에 아쉬움이 생길 수 있다. 이전에 출시됐던 현대기아차 차량들은 스티어링 휠에 손을 떼도 최소 30초 이상은 알아서 스티어링 휠 조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더 뉴 그랜저에서 또 눈여겨봐야 할 점은 새롭게 추가된 차량 내부 카카오 음성인식 기능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좀 더 발전돼 더 많은 차량 제어가 가능해졌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더 뉴 그랜저에는 기존 현대기아차에 없는 새로운 차량 제어 기능을 음성으로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원하게 해줘”라고 말하면 차량 스스로 내부 온도를 18도로 맞추고, “따뜻하게 해줘”라고 말하면 차량 온도가 26도로 자동 설정된다.

또 “통풍 시트 켜줘”라고 말하면, 운전석 또는 조수석 부근에 통풍 시트가 켜진다. 조수석에 탑승한 사람이 “조수석 통풍 시트 켜줘”라고 말하면, 조수석에만 해당 기능이 작동되도록 세팅된다. 공기 청정 모드를 틀어달라고 말하면, 아랫쪽 공조 디스플레이가 공기 청정 모드에 맞는 그래픽을 선보인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 공조디스플레이는 공기청정모드 실행시 이에 맞는 별도 그래픽이 등장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더 뉴 그랜저 카카오 음성인식 도움말에는 말로 트렁크의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실제로 시승현장에서 “트렁크 열어줘”라고 음성으로 말하니, 더 뉴 그랜저는 곧바로 차량 전동 트렁크 문을 열었다.

하지만 더 뉴 그랜저는 “트렁크 닫아줘”라고 말하면 “이 차에는 지원되지 않는 기능입니다”라고 안내한다. 오너 입장이 된다면, 이 기능이 없다는게 아쉬울 수 있다. 향후 출시될 제네시스 GV80 등에는 음성으로 트렁크의 문을 닫을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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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내년까지 더 뉴 그랜저의 판매 목표량을 11만대로 세웠다. 내년 자동차 시장이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고객 중심의 서비스로 접근해서 그랜저 월 1만대 판매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다짐이다.

더 뉴 그랜저의 판매가격은 ▲2.5 가솔린 3천294만원~4천108만원 ▲3.3 가솔린 3천578만원~4천349만원 ▲2.4 하이브리드 3천669만원~4천489만원(세제혜택 후) ▲일반 판매용 3.0 LPi 3천328만원~3천716만원으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