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게임 규제, 법률적 재정비 필요"

지스타서 학술대회 개최…법률 전문가들 성토

<부산=최병준, 이도원, 김한준, 김윤희 기자>현행 게임 규제에 대해 미비하거나 모순된 부분을 업계 전문가들이 성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게임 산업이 법적으로 다양한 규제를 받고 있지만, 규제 내용이 현재 게임 산업 현황을 반영치 못하거나 명확치 않은 부분이 있고, 일부는 이용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19'에서는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 동계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학계는 국내 게임산업 규제와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등급분류제·사행성 조장, 법적 기준 모호…셧다운제는 역차별 조장

이재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등급분류제도 ▲셧다운제 ▲게임물 정의 ▲게임 관련 사업자 인허가 ▲경품 제공 ▲자체 등급분류 ▲광고·선전 제한 등 게임물 규제 법률에 내재된 허점을 분석했다.

이재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국내 등급분류 제도는 사실상 표현물에 대한 사전 검열 방식을 보이며 서비스 금지로 활용되는 문제와 등급분류 기준이 모호한 점, 자체등급분류 제도의 경우 어떤 경우에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명확치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셧다운제에 대해서는 한국을 위주로 서비스하는 국내 게임사에 대한 역차별 논란, PC 온라인 게임에만 적용되는 규제의 실효성에 대해 지적했다.

경품 제공 이벤트의 경우 게임물 내용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도 매번 내용 변경에 대해 신고해야 하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고, 사행성 조장의 구체적인 범위가 존재하지 않아 자의적 규제가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웹보드 게임 규제, 이용자 기본권 침해"

'웹보드 게임 시행령 규제의 한계와 그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서종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웹보드 게임에 적용되는 결제 한도, 손실 한도 등에 대한 규제를 분석, 비판했다.

서종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웹보드 게임 산업은 타 산업에 비하여 현저하게 많은 규제를 받고 있으며, 규제의 모습 또한 복잡하고 기이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규제 법률인 '웹보드 게임 시행령 별표'에서는 지난 2016년 게임사들이 자체적으로 이용자 보호 방안을 수립하게 하는 '사목'을 추가해 자율규제 도입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월 구매 한도, 1회 이용 한도, 1일 손실 한도 등 기존 규제 항목을 그대로 둔 점을 지적했다.

이같은 규제 방식은 이용자의 사적 자치, 계약 자유의 원칙,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결제 한도를 제한하고 있는 시행령 별표의 가목과 다목 중 하나 이상은 반드시 삭제돼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모두 삭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웹보드 게임 이용자 보호 기구인 게임이용자보호센터(GUCC)를 통한 자율 규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관점이다.

■"스포츠 베팅 게임머니 현금화 차단 시스템 필요"

김대희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박사는 '온라인 스포츠 베팅의 효율적 관리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대희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박사

통상적으로 온라인 스포츠 베팅은 실제 가치가 없는 게임머니만 베팅이 가능하고, 이 게임머니를 실제 현금으로 환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게임물이다.

김대희 박사는 따라서 스포츠 베팅 게임물의 불법 여부를 게임머니 현금화 여부를 쟁점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현재 운영 중인 일부 온라인 스포츠 베팅 게임물은 상당수가 게임머니를 실제 돈으로 환금할 수 있는 비공식적 창구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불법으로, 현재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1항 제7호에서는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위법 행위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김대희 박사는 일부 온라인 스포츠 베팅 게임물의 불법 환전이 사이트 내 쪽지, SNS,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한 노출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환전상의 충·환전 방식 등을 고려해보면 게임 운영사와 환전상이 연결돼 있거나 직접 개입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추가적으로, 온라인 스포츠 베팅의 효율적인 관리 방안으로 ▲게임 게시판, SNS 등을 대상으로 한 실효성 있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과 제재 ▲신속한 환전 차단 시스템 도입을 통한 근절 ▲사행성 게임물에 대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조사·감독에 대한 명시적 규정 마련과 수사 공조 ▲게임산업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검토를 통한 스포츠 베팅에 대한 관리 일원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