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지적해도 화 안내는 컴퓨터와 소통 즐거워요"

[핀테크 개발자를 만나다②] 테라펀딩 세바스티앙·박수진

금융입력 :2019/11/15 16:50

최근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약 290조원이었던 글로벌 핀테크(모바일 전자결제 시장 기준) 규모는 2018년 약 1천조원으로 245% 성장했다. 신규 투자도 2013년 23조원서 2018년 134조원으로 늘었다. 정부도 국내 핀테크업의 규모 확대(스케일업) 지원과 규제 개선, 법제화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핀테크도 전문 인력을 고용하고 육성하는 등 더 나은 일터와 혁신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핀테크 업체의 이름, 하는 일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아 청년들이 지레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IT기술 기반으로 운영되는 금융사인 핀테크들은 IT기술을 다루는 개발 인력 모집에 상시 애를 먹고 있다. 핀테크 개발자 정말 괜찮을지, 이 핀테크 업체는 어떤 곳인지를 소개해본다. [편집자주]

테라펀딩에서 만난 개발자는 두 명이다. 테라펀딩 사업개발팀에서 풀스택 개발자로 일하는 세바스티앙 메실리와 서비스팀서 프론트엔드 개발자인 박수진 사원이다. 세바스티앙 메실리는 프랑스인으로 2012년 한국 여자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다소 독특한 이력의 개발자다. 박수진 개발자는 누구나 고개를 젓는 'C언어'가 재밌다는 취향을 가졌다. 이들은 개발자로 일하고, 불리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업무도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왼쪽부터) 테라펀딩의 세바스티앙 메실리, 박수진 개발자.(사진=지디넷코리아)

Q. 테라펀딩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세바스티앙(이하 세) "풀스택 개발자로, 프로토 타입을 만드는 것부터 일반 운영 등 다 도맡고 있습니다. 개발일은 2002년쯤부터 시작했으며 테라펀딩에 온 지(휴대전화를 보더니) 1년 1일차가 됐네요."

박수진(이하 박) "프론트 엔드 개발자로 홈페이지의 인터페이스 등을 맡고 있습니다. 테라펀딩에서 첫 개발일을 시작해서 1년 8개월차가 됐습니다."

Q. 세바스티앙님은 프랑스인인데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됐나요.

세 "잡힌 물고기다. 아내가 한국사람인데 2012년에 만나 결혼했으며 2013년부터 한국에서 일하게 됐다. 테라펀딩 전에도 작은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프랑스에서도 보안을 다루는 회사에서 관리자 시스템 등을 만들고 관련 일을 했어요."

Q. 테라펀딩의 사업 구조가 사실 생소할 텐데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했나요.

세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력의 분들에게 매칭을 해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어요. 저는 이 얘기를 듣자마자 매우 기쁘고 훌륭한 사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중간에 다리를 놔주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잖아요."

Q. 두 분 다 개발자란 직업을 선택하게 된 동기가 있을까요.

세 "타자를 치는 행위를 아주 좋아했어요. 집에 좋은 타자기가 있었죠. 아버지가 어느 날 IBM PC를 사오셨는데 여기도 키보드가 있잖아요. 키보드를 치면서 아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쓸까 고민을 하기도 했는데. 집에서 결국 간단하게 스크립트를 짜면서 개발자가 됐어요. 관련 학과를 전공한 건 아니고 16살 때 이후로 정식 학교 교육을 받지 않았어요. 독학으로 개발 공부를 했죠.

또 컴퓨터는 기억을 못해요. '이게 잘못됐다. 잘못됐다고 말했잖아!' 라고 컴퓨터에게 말하면 컴퓨터는 그걸 충실히 이행해요. 컴퓨터에게 화를 내도, 기억을 못하죠. 사람이라면 그 사실을 기억하고 기분이 상할 텐데. 이런 일이 즐겁다고 생각했어요."

박 "졸업 자체가 늦어진 상태서 난 뭘 좋아했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봤어요. 전공은 산업공학으로 개발과 관련한 전공은 아니었거든요. 1학년과 2학년 때 C언어를 짧게 배웠던 적이 있는데 그걸 제일 좋아했던 것 같았어요. 결국 C언어를 좋아한 댓가로 삶이 바뀌었지요. "

테라펀딩 세바스티앙 메실리 사업개발팀 풀스택 개발자.(사진=지디넷코리아)

Q. 국가별, 회사별 문화 차이가 느껴지나요. 개발 환경같은 부분에서요.

세 "있긴 있죠. 드라마에서 보면 야근, 무서운 직장 상사 등 회사 문화가 힘들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테라펀딩에 들어오니 직급으로 사람을 부르는게 아니고 'OO님' 이라고 호명하더라구요. 식비도 나오고 교육비도 지원해주고 완전 좋아요."

박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회사 동료와 스터디를 하곤 해요. 좋은 개발자가 강연을 한다 그러면 신청해서 퇴근하고 보러가는거죠. 서로가 생각과 기술을 공유하고 잘 알아가는 느낌이 이 회사엔 있는 것 같아요."

Q. 개발자란 단어가 하대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댓글을 봤습니다. 개발자란 단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나요.

세 "개발자가 점점 더 평준화 돼가고 있는 것 같아요. 개발자란 한 단어로 모든 개발 업무를 포괄하고 정의하기가 어렵지 않나 싶어요. 고급 개발자도 있고 아주 적은 부분만 손대는 일을 하는 개발자도 있죠. 아마 개발자란 단어만이 불편함을 주는 것은 아닐 것 같아요. 저는 개발자란 단어가 괜찮고, 프랑스에서도 영어와 마찬가지로 '디벨로퍼(Developer)'라고 부릅니다."

테라펀딩 박수진 서비스팀 프론트엔드 개발자.(사진=지디넷코리아)

Q. 테라펀딩에 다시 입사할 생각이 있나요.

세 "똑같은 일을 또 맡고 싶어요. 과거 경험해서 실수했던 것을 반복하지 않고요."

박 "무조건은 아니지만 동료분들이 좋고 그래서 같이 들어올 거 같아요. 회사가 다른게 바로 사람이 달라서잖아요. 지금 동료분들이 다 있다면 그 때는 입사할 수 있어요."

Q.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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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배우는 게 제일 좋아요. 만약 사업개발팀에 개발자 더 들어온다면, 배운 것과 배우고 싶어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싶어요."

박 "한 여성 개발자가 800~900명 앞에서 진행한 강연이 있었어요. 저도 갔었는데 저도 저런 자리에 한 번 서보거나 개최하는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물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