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한국 기업 시장에 손짓

2020년초 GCP 서울리전 신설…엔터프라이즈 조직 '정조준'

컴퓨팅입력 :2019/11/08 13:00    수정: 2019/11/15 16:03

구글은 친숙한 회사다. 이 이름을 몰라도 대다수가 그 제품과 서비스를 쓴다. 세계 스마트폰 열에 일곱 대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탑재돼 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는 한국인 둘 중 하나가 쓴다. 크롬은 모바일과 PC 브라우저 점유율 1위다. 인터넷 검색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구글]

구글은 이런 최소 수억에서 수십억 소비자 규모에 걸맞는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그 뒷단에 필요한 IT인프라의 고성능, 고신뢰성 확보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여기에서 구글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이 회사는 수년 전부터 그 기술과 자원을 기업 IT담당자와 실무자들이 활용 가능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로 만들어 선보였고, 최근 물리적 기반을 글로벌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구글은 오는 2020년초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의 국내 데이터센터 기반의 '서울 리전' 설립을 예고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여덟번째, 한국에선 첫번째 클라우드 서비스 리전이다. 구글은 이로써 내년 이후 앞서 한국 시장에 진입한 다국적 IT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경쟁을 예고한 상태다. 한국에서도 성장세가 가파른 클라우드 시장에 참전하는 구글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 구글 클라우드의 GCP는 무엇인가

구글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GCP는 가상머신(VM)과 컨테이너,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 저장공간과 데이터베이스(DB), 머신러닝(ML) 및 인공지능(AI) 기술을 포함한 서버리스 API와 전통적인 데이터 분석 도구의 온디맨드 버전, ML에 특화된 하드웨어 자원 등 다양한 서비스 구성요소를 포함한다.

GCP 주요 서비스 목록에 기존 서버 자원을 대신하는 우선 VM을 제공하는 '구글 컴퓨트 엔진(GCE)'과, 컨테이너 애플리케이션을 호스팅하는 '구글 쿠버네티스 엔진(GKE)'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구글 클라우드에서 웹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제작하고 구동할 수 있는 언어 및 툴을 제공하는 '구글 앱 엔진(GAE)'이 포함돼 있다.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관리툴 '앤토스(Anthos)'는 최근 추가됐다.

DB 및 스토리지 영역에선 오브젝트 데이터 저장을 위한 '구글 클라우드 스토리지'와 이를 백업 아카이빙 용도로 활용하는 '니어라인(Nearline)', 구글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병렬 분산 처리 및 SQL 질의가 가능한 데이터웨어하우스(DW) 대체재 '빅쿼리(BigQuery)', 과거 빅테이블이라 불리던 다계층 키·값 저장소 '클라우드 빅테이블(BigTable)'과 글로벌 분산형 DB '클라우드 스패너(Spanner)'가 인지도를 갖췄다.

ML 및 AI 기술로는 클라우드 트랜슬레이션(Cloud Translation), 텍스트투스피치(Text-to-Speech), 스피치투텍스트(Speech-to-Text)를 비롯한 언어 관련 API가 자연어처리 애플리케이션 개발 환경에 제공된다. 더불어 지난 2016년 구글에 인수된 '아피지(Apigee)'가 제공하는 기업용 커스텀 API 제작과 관리 모델, 비전문가를 위한 맞춤 ML모델링 툴 '클라우드 오토ML(AutoML)' 등의 활용 사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업 사용자는 GCP 브랜드에 묶여 있는 API, 제품, 솔루션 등 여러 층위의 구성요소를 인터넷에서 접근하고 조합해, 기업이 필요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다. 이 때 구글은 GCP에서 기업 측에 제공된 기술과 자원이 언제, 얼마나 쓰였는지를 추적하고 기록해 비용을 매긴다. 한 달이나 1년 단위의 기간제 임대 형식이 아니라 '초' 단위의 사용량 측정치를 기반으로 과금한다는 게 특징이다.

GCP는 각지 서비스 인프라, 제공하는 클라우드 자원의 기반 기술 유형과 범주, 외부 소프트웨어 생태계와의 협력 면에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연례 컨퍼런스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에선 20여곳의 리전과 134곳의 엣지 네트워크 거점(PoP) 등 인프라 증설 계획, 차세대 AI 맞춤칩 TPU v3, 오픈소스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매니지드서비스,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관리 기술, 뛰어난 가용성과 복원력을 갖춘 네트워크 서비스 및 고대역폭의 인터커넥트, 산업군별 수요를 직접 겨냥한 AI 솔루션이 공개됐다.

현재 구글은 세계 각지 기업 사용자와 개발자들에게 '무료 등급(Free Tier) GCP'라는 이름으로 GCP 클라우드서비스의 체험 기회를 열어 놓고 있다. 무료 등급 GCP 서비스는 12개월동안 모든 GCP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는 300달러짜리 크레딧을 제공받는 '12개월 무료 체험판'과,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GCP 서비스 리소스에 제한된 접근 기회를 월별로 제공받는 '항상 무료' 체험 프로그램, 두 가지로 제공된다. (바로가기 ☞ GCP Free Trial)

■ 기업 시장 전면에 나서는 구글 클라우드

구글은 생산성 및 협업툴 'G스위트' 사업을 10년도 더 이전부터 수행해 왔고, 한때 '구글 서치 어플라이언스(GSA)'처럼 완전히 기업 수요를 염두에 두고 내놓은 제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구글은 소비자용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B2C 사업 조직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최근 구글은 GCP 전담 조직 '구글 클라우드' 브랜드를 통해, 기업 시장에 더 밀착 대응하고 맞춤 수요를 지원할 것이란 인상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4~5년간 이 조직을 이끌어 온 주요 임원들을 통해 구체화됐다.

구글 클라우드라는 브랜드와 조직의 기반을 닦은 인물은 전 구글 클라우드 부문 수석부사장 다이앤 그린이다. 그는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업체 VM웨어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지난 2015년말 구글에 합류했다. 그는 2016년 9월 기존 '구글 엔터프라이즈'라는 이름의 기업 솔루션 비즈니스, 구글앱스 및 G스위트와 엔터프라이즈 부문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을 구글 클라우드라는 단일 브랜드로 통합시켰다.

다이앤 그린은 구글 클라우드 CEO로서 3년간 재직하며 GCP를 구글 지주사 '알파벳'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사업 반열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이앤 그린의 후임자로 전 오라클 제품개발 부문 사장, 토머스 쿠리안이 지난 2018년 11월 선임됐다. 업계는 쿠리안 CEO가 20여년 오라클에 있으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구글 클라우드가 기업 시장이 원하는 비즈니스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 기대한다.

구글 클라우드 전략은 쿠리안 CEO를 선임함으로써 브랜드 통합 다음으로 '내실 다지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쿠리안 CEO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오라클의 입지가 확고해진 시기를 함께 한 인물로, 고객의 요구에 민감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기업 시장 특성에 정통하다.

쿠리안 CEO는 취임 후 고객사로부터 '기술은 좋은데 구글의 기술과 우리 산업을 함께 이해하고 우리를 도와 줄 사람은 부족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접하고, 조직의 고투마켓 기능과 산업별 고객사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 및 인력을 확충하기 시작했다. 이는 다양한 업종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과 활용에 관심이 고조된 한국 시장 공략에도 주효할 전망이다.

기업이 원하는 문제 해결 능력은 개별 조직마다 천차만별인 여건이나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요구사항을 확립하고 필요시 전문가 관점의 컨설팅과 특정 지역 및 국가의 환경에 대응하는 서비스 제공 방식을 포함한다. 한국에서도 구글 클라우드가 이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런 노하우를 실현할 수 있는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기대할만한 몇 가지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구글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한국 기업은 원화 결제가 가능하다. 다국적 기업의 서비스 이용에 따른 외화 결제의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구글 클라우드코리아가 별도법인으로 존재한다. 한국에서 비중이 큰 동영상 광고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장터 등 구글코리아 조직이 대응했던 기존 소비자 시장과는 성격이나 요구되는 역량이 판이한 기업 시장에서 클라우드 비즈니스에 긴밀히 대응하고자 한 조치다.

그리고 구글 클라우드의 서울 리전은 GCP 서비스만을 위한 환경으로 구축된다. 즉 G스위트를 비롯한 구글의 다른 어떤 제품에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독립된 인프라로 동작한다. GCP 외의 기업 및 소비자용 제품과 서비스가 자원 및 트래픽 부하 문제를 겪더라도 구글 클라우드 서울 리전은 GCP만을 위한 인프라로서 서비스에 아무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 양승도 커스터머엔지니어링 총괄은 "구글 클라우드 서울 리전은 구글의 다른 어떤 제품과도 연관되지 않고 GCP를 위해 독립된 인프라스트럭처로 관리되고 운영될 것"이라며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길 원하는 고객들은 이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또 기업은 구글로부터 GCP의 기술과 더불어 '프로페셔널 서비스 오거나이제이션(PSO)'이라는 기업 사용자 밀착형 엔지니어 조직의 전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PSO 오퍼링은 영업담당자의 최초 방문 이후 고객 기업과 구글 클라우드간의 비즈니스 문제 파악, 개념 검증(PoC), 적절한 클라우드 도입사례 소개와 응용, 이를 위한 계획 수립과 방법론 제안, 이 전 과정간 돌발사항 대응을 위한 전문가 컨설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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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총괄은 넷마블의 온라인게임 서비스상 이상행위 탐지 시스템 구축사례를 예로 들었다. 기존 방식은 사람이 눈으로 이상행위를 찾고 룰엔진(rule engine)을 적용하는 것이었다. 그는 “ML로 이상행위를 찾기에 적합한 모델을 고객도 구글도 모르는 상황에서 출발했는데, 이는 게임 사용자들의 사용 패턴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었다"며 "구글 PSO 조직이 고객에게 찾아가 일단 아이디어 차원에서 '미니멈 밸류어블 모델(MVM)'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보는 방식을 반복한 결과, 적절한 비정상 유저 탐지 방식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글 클라우드 후원으로 작성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