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 발군의 CG 비결은 어도비

2천500여개 특수효과에 프리미어·애프터이펙트·믹사모·서브스턴스 활용

컴퓨팅입력 :2019/11/05 06:00

<로스앤젤레스(미국)=권상희 기자> 영화 '터미네이터'가 시리즈 첫 작품 개봉 35년만에 시각적 특수효과를 뽐내는 새 영화로 관객들에게 돌아왔다. 보는 재미를 살린 일등공신은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다.

어도비는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연례 컨퍼런스 '어도비 맥스 2019' 개막을 앞두고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팀 밀러 감독, 포스트 프로덕션/시각효과(VFX) 팀이 참여하는 패널 토론을 개최했다.

팀 밀러 감독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보다 대단한 영화를 만들기보다는 사라 코너의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했다"며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처음 두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느낀 감정을 또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팀 밀러 감독, 포스트 프로덕션/시각효과(VFX) 팀이 패널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제품군인 프리미어 프로, 애프터 이펙트, 포토샵, 믹사모가 주로 활용됐다. 팀 밀러 감독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감독이 되기 전 애니메이터와 시각효과 에디터로 일할 때부터 어도비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밀러 감독은 2006년 개봉한 영화 '데드풀'에서도 프리미어를 활용했다. 그는 "영화 '나를 찾아줘'의 데이빗 핀처 감독이 프리미어를 추천했다"며 "에디터로 일할 때도 프리미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데드풀과 터미네이터에서도 어렵지 않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밀러 감독과 어도비와의 인연은 각별하다. 그는 "사람들은 내가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감독이기 때문에 어도비가 내 의견을 듣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가진 게 오직 컴퓨터뿐이었을 때부터 어도비에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며 "어도비는 고객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팀 밀러 감독이 영화에 쓰인 시각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는 약 2천500여개의 특수효과가 동원됐다. 작업량이 많은 만큼 협업이 강조됐다. 밀러 감독은 "제작진이 영상을 각자 따로 나눠서 작업할 경우 일이 너무 많아진다"며 "어도비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기능을 통해 모든 장면을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나 뮤직비디오처럼 짧은 영상은 혼자 작업할 수 있지만 영화처럼 여러 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어려움이 생긴다"며 "이 정도 규모의 영화에서는 서로간의 네트워킹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문제가 생길 경우 즉시 뛰어들어 실시간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영화 편집 당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급 고성능 스토리지에 모든 작업물을 보관하고 서로간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유출을 피하기 위해 클라우드는 사용하지 않았다. 스토리지에는 영화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들만 접근이 가능했다.

이러한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어도비 제품들이 서로 매끄럽게 통합됐기 때문이다. 특히 밀러 감독은 어도비 '믹사모'와 '서브스턴스'를 유용하게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어도비는 지난 2015년 3D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 업체 믹사모를 인수하고 해당 기술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C) 서비스에 통합했다. 이번 영화에서 제작진은 믹사모의 모션 캡처 라이브러리를 사용했다.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 어도비 소프트웨어가 사용됐다. [cslab1]사진=어도비 공식 블로그 data-verified=

어도비 서브스턴스 역시 주인공 '그레이스'의 과거 회상 장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 밀러 감독은 "해당 장면은 텍스처가 집중된 장면이었기 때문에 이를 표현하기 위해 서브스턴스를 사용했다"며 "덕분에 캐릭터 모델링이 굉장히 부드럽게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longdesc="image" href="" style="display: block; margin: auto; width: 558px; height: 356px;" rel="display: block; margin: auto; width: 558px; height: 356px;">

영화 속 많은 장면에서 다양한 특수효과 기술이 사용됐다. 밀러 감독은 가장 어려웠던 장면으로 2020년대가 배경인 영화 첫 장면을 꼽았다. 그는 "실제 배우들의 젊은 시절 얼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야 했는데 목업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했던 특수효과 사용 장면으로는 작품 후반부 악역과의 대결 장면을 꼽았다. 그는 "터빈을 배경으로 싸우는 장면에서 인물들이 매우 강렬하게 표현됐다"고 말했다.

작중 터미네이터 'Rev.9' 역을 맡은 가브리엘 루나 배우가 스켈레톤으로 나오는 장면에도 특수효과가 사용됐다. 밀러 감독은 "장면의 90%를 배우가 직접 연기했으며 제작진은 이를 모션 캡처했다"며 "특정 장면에서는 스턴트 배우가 목업 의상을 입기도 했으며, 주요 작업은 애프터이펙트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외에도 특수효과팀은 중국 수출 버전을 따로 작업하기도 했다. 밀러 감독은 "중국 개봉판에서는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 지나치게 나오지 않도록 핏자국을 마스킹했다"며 "데드풀 작업 당시에도 아버지의 날 상영을 위해 13세 미만 관람가(PG-13) 등급을 따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번 어도비 행사는 4일(현지시간)부터 6일까지 LA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다. 2003년부터 시작해 올해 17회째 열리고 있다. 어도비는 2005년 자사가 인수한 매크로미디어가 하던 행사를 이어서 진행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는 기조 연설을 포함해 어도비의 인공지능(AI)인 어도비 센세이, 서브스턴스 제품 특징, 디자인 분야에서의 다양성 격차 해소 방법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