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X' 투표조작 민원 폭주…방심위 "매우 중하게 보는 중"

민원 790여건 넘어...경찰 수사 결과 제재 수위 영향

방송/통신입력 :2019/11/04 17:44    수정: 2019/11/05 08:42

CJ ENM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이하 프로듀스X)'의 투표 조작 의혹 관련, 방송 내용을 심의하는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프로듀스X 방송 내용에 대한 지적과 빠른 심의를 요구하는 민원이지만, 현재 관련 내용으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어 방심위 또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결과 조작의혹과 관련 제작진 등의 휴대폰을 4차례 걸쳐 순차적으로 압수수색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버수사대는 총 6차례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분석할 데이터가 많지만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프로듀스X는 지난 7월 19일 진행된 마지막 방송 이후 투표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1위부터 20위까지 득표 숫자가 모두 '7494.442'라는 특정 숫자의 배수로 이뤄진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당시 의혹이 불거지자 엠넷 측은 "확인 결과 X를 포함한 최종 순위는 이상이 없었으나 방송으로 발표된 개별 최종득표수를 집계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회사 측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팬들로 이뤄진 '프로듀스X 101 진상규명위원회' 또한 CJ ENM 소속 제작진과 연습생들이 속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을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그러나 경찰 수사가 범위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확대되면서 결과 발표가 지연됨에 따라 방심위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프로듀스X 심의와 관련된 민원은 790여 건이 접수됐다.

프로듀스X101과 관련된 안건은 지난 8월 22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 상정돼 한 차례 심의가 이뤄진 바 있다.

당시 방심위 사무처는 프로듀스X101 방송에서 연습생 간 득표수가 29,978표, 7,494표, 7,495표, 104,922표 차이가 나는 특정 표차가 반복됐고, 방송 이후 제작진이 SNS를 통해 득표수에 오류가 있었음을 밝혔지만 이같은 득표수가 조작됐다는 민원이 들어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를 적용해 심의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설명했다.

규정에 따르면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뤄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케 해서는 안 된다.

통상 방심위는 안건에 대해 규정 위반 정도의 중함을 판단하기 위해서 법정제재를 결정하기 전 '의견진술' 기회를 준다. 방송심의소위는 해당 안건이 경찰 수사중이기 때문에 먼저 엠넷 측의 소명을 듣는 기회를 주는 '의견진술'을 결정했고, 경찰 수사가 발표된 후에 방송사 측의 소명을 들을 예정이다.

이번 안건은 경찰 조사 결과가 제재수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방심위에서는 규정 위반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되면 '과징금' 제재를 내릴 수 있고,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최대 과징금인 3천만원을 부과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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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고위 관계자는 "해당 안건은 결과에 따라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논란이 될 수 있는 안건이라 매우 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될 수 있어 말해줄 수 없다"며 "오는 11일에 관련해 브리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