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개당 1억원' 편극중성자 초거울 국산화 성공

영구자석·태양전지·자기센서 등 다양한 연구분야에 활용

디지털경제입력 :2019/11/03 10:14    수정: 2019/11/03 10:44

국내 연구진이 영구자석·태양전지·자기센서 등 다양한 연구분야에서 활용되는 '편극중성자 초거울'을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편극중성자 초거울은 개당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연구 장치다. 이번 성과로 수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와 더불어, 글로벌 원자력부품 시장 진출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중성자과학연구부 조상진 박사팀이 전세계적으로 소수 연구진만 보유 중인 편극중성자 초거울을 국내 최초로 제작했다고 2일 밝혔다.

편극중성자 초거울은 스위스의 '스위스뉴트로닉스(SwissNeutronics)'사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하는 장치로, 기기 수급이 용이하지 않다.

조 박사팀은 중성자 초거울에 이용되는 니켈과 타이타늄 대신, 철과 실리콘을 5~10나노미터(nm) 두께로 번갈아 1천200층을 코팅해 편극중성자를 인출할 수 있는 초거울을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조상진 박사팀이 개발한 편극중성자 초거울. (사진=원자력연구원)

편극중성자 초거울을 설치한 중성자유도관을 사용하면 업스핀(upspin)과 다운스핀(downspin) 중성자를 분리해 중성자를 '편극화'할 수 있는데 이를 편극중성자라고 한다.

중성자는 회전 방향에 따라 업스핀과 다운스핀으로 나눠진다. 이는 자기장 하에서 각각 50% 확률로 각각 존재한다. 일반적인 중성자 유도관을 통해 이송한 중성자는 업스핀과 다운스핀이 무작위로 섞여있지만, 편극중성자 초거울이 설치된 중성자 유도관은 편극중성자만 분리해 인출 가능하다.

편극중성자는 차세대 영구자석의 구조 분석 등에 활용 가능하다. 영구자석은 자성을 쉽게 가지는 연자성체와 자성을 쉽게 가지지 않는 경자성체를 번갈아가면서 특정 박막형태로 쌓아 제작한다. 영구자석이 영구적인 자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연자성체가 특정 스핀 방향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편극중성자를 이용해 스핀 방향이 일정한지 여부를 관측할 수 있다.

이번에 조 박사팀이 개발한 편극중성자 초거울은 일반 초거울보다 한층 더 발전한 M3.5수준으로 니켈만을 코팅해 만든 중성자 거울보다 약 4배 이상 중성자 전달률이 높다. 따라서 중성자 획득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조상진 한국원자력연구원 중성자과학연구부 박사. (사진=원자력연구원)

일반적으로 중성자를 반사시키는 물질인 니켈만을 사용해 거울을 제작했지만 최근 타이타늄 등을 추가해 중성자 전달 효율을 높인 초거울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중성자를 반사하는 니켈을 코팅해 만든 중성자 거울보다 전반사각(임계각)을 2배 늘린 특수 거울을 'M2'라 하고 3배 늘린 거울을 'M3'라고 한다.

중성자는 (+)전하를 가진 양성자, (-)전하를 띠는 전자와는 달리 어떤 극도 띠지 않는다. 전하를 갖게 되면 필연적으로 전기적 반발을 낳기 때문에 양성자나 전자는 물질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 중성자는 말 그대로 어떤 극도 띠지 않는 중성이어서 물질을 통과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특성으로 일반 유도관을 통해 중성자를 이송하면 관의 벽면을 관통하기 때문에 의도한 지점으로 이동하기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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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니켈 등 중성자를 반사시키는 물질로 만든 특수 거울을 중성자유도관 내부에 설치해 중성자를 여러 차례 반사시키면 목적지까지 중성자를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박원석 원자력연구원 원장 "이번에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편극중성자 초거울의 국산화 성공으로 영구자석, 태양전지, 자기센서 등 다양한 국내 연구 분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