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선 그라운드X "스타트업, 블록체인 메인넷 개발 말리고 싶다"

"30-40명 규모 기업이 하기 어려운 영역"

컴퓨팅입력 :2019/10/29 17:59    수정: 2019/10/30 08:28

"퍼블릭 블록체인 (메인넷)을 하겠다는 스타트업이 찾아오면 말리고 싶다. 이미 이 분야는 규모의 싸움으로 가고 있다.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스페시픽한(구체적인) 기술 쪽으로 가야 한다."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자회사 그라운드X의 한재선 대표는 29일 한국블록체인학회 주최로 서울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개최된 제3회 '블록체인리더스포럼' 강연자로 나서 퍼블릭 블록체인 메인넷 개발의 도전과제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3월 출범한 그라운드X는 대규모 이용자를 보유한 서비스가 성능이나 확장성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제공을 목표로 '클레이튼'을 개발해 왔다. 그 결실로 지난 6월 메인넷(자체 토큰과 스마트컨트랙트가 작동하는 독립된 네트워크) '사이프레스' 론칭에 성공했다. 론칭 후 현재까지 무정지·무사고로 운영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30-40명 규모의 스타트업이 하기에는 필요한 파트도 많고 난이도도 높다"고 말하며 메인넷 론칭과 운영에 따르는 과제들을 소개했다.

우선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을 내놓기 위해 개발해야 하는 제품이 최소 십여개가 넘는다. 메인넷과 관련된 다양한 툴을 생태계 내 개발자들이 함께 개발하면 이상적이지만, 처음 시작부터 많은 개발자들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 기업이 모두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 대표는 "보통 서비스는 제품 하나만 내면 끝나는데 퍼블릭 블록체인을 하려면 한 10가지 정도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우리도 시작하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를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카카오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클레이튼의 주요 로드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그라운드X도 메인넷 사이프레스뿐 아니라 개발사들이 개발하는 데 쓸 테스트넷(바오밥), 개별 서비스들이 작동할 서비스체인, 기업 이용자를 위한 통합툴(프록시), 지갑, 블록익스플로러(클레이스코프), 클레이튼SDK, 클레이튼 통합개발환경(IDE) 등 십여개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한 대표는 소개했다.

한 대표는 "미국에서도 스타트업이 블록체인 플랫폼을 하기는 비슷하게 어렵다"면서 "유명한 메인넷 프로젝트를 들여다 봐도 30~40명 규모인데 그 인력으로 이런 것을 다 어떻게 개발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리브라에 대해선 "페이스북이 워낙 인력이 좋고 전문기업 인수도 했기 때문에 (개발 측면에서)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무브'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잘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나중에 우리도 무브를 클레이튼 쪽에 탑재해 볼까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깜짝 발언했다. 클레이튼이 이더리움을 포크해 만들었기 때문에 이더리움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가상머신인 EVM을 이와즘(e-WASM)으로 변경하면 솔리디티 이외에도 다양한 언어 지원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스타트업이 메인넷 개발에 뛰어들 때 블록체인이 상당히 '미션 크리티컬'한 소프트웨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번 배포되면 수정이나 업그레이드가 아주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서비스 개발보다 오류나 해킹 가능성에 대비해 훨씬 신경 쓸 부분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대표에 따르면 클레이튼은 메인넷 론칭 전에 내부 품질평가(QA), 외부 QA, 3개 업체에서 스마트컨트랙트 오딧(감사), 2개 업체를 통해 펜테스트(일종의 모의해킹)를 진행했다.

그는 "이 정도는 해야 배드블록이나 해킹 위협이 없다고 볼 수 있다"며 "프로페셔널하게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데 작은 기업이 이렇게 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퍼블릭 블록체인을 운영하려면 거버넌스를 함께 운영할 대형 기업부터 메인넷 기반으로 발행된 토큰을 인식하고 거래를 지원해 줄 거래소까지 다양한 생태계 파트너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다.

한 대표는 "클레이튼은 30여개 거버넌스 카운실, 바이낸스를 포함해 18개 글로벌거래소, 서비스파트너 70여 곳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아시아 중심으로 타겟을 맞춰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빅데이터, AI와 융합해 시너지 낼 것

이날 한재선 대표는 "앞으로는 데이터 테크(DT)가 더욱 중요해 질 것"이며 이런 관점에서 "블록체인이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과 함께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데이터 기술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록 데이터 소유권 문제가 부상할 수 있다고 그는 보고 있다. 데이터 소유권,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블록체인이 최적의 기술인 만큼 세 가지 기술이 동시에 시너지를 내며 발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 대표는 "기업들이 데이터에 관심을 가진지 10년 정도 됐다. 이제 어느정도 데이터에 대한 안목이 생겨났다. 하지만 아직도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데이터 소유권 이슈다. 이 것은 프라이버시와 연결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고 거기에서 부가서비스를 만들어 매출을 일으켰다. 여기에서 소비자는 빠져 있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빅데이터 사업 중에 프라이버시 이슈 때문에 진척되지 못하는 것이 상당하다"며 "이 프라이버시 이슈를 쉽게 푸는 방법은 데이터 주권을 사용자에게 넘겨 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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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데이터 저장과 분석은 빅데이터와 AI 기술로 할 수 있지만 데이터 소유권 문제를 푸는 일은 블록체인이 최적이라고 본다" 덧붙였다.

한 대표는 이날 같은 관점에서 암호학에 관심을 갖을 것을 주문했다. "AI 서비스가 고도화될 수록 사용자들이 프라이버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이때 영지식증명이나 동형암호 같은 암호화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 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은 지금 같은 형상이 아닐 수도 있고 오히려 암호학 자체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