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위 "정부, 암호자산 거래소·ICO 가이드라인 제정해야"

당장 정책 반영 어려울 듯 …"금융위, 여전히 부정적"

컴퓨팅입력 :2019/10/25 17:20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25일 '4차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하며, 암호자산을 제도화할 것을 강력 권고했다. 하지만 실제 권고안 작성에 참여한 4차위 관계자들은 해당 권고안이 당장 정책 반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4차위는 이날 발표한 대정부 권고안을 통해 암호화폐를 암호자산으로 용어를 통일하며 "암호자산 투기 열풍을 막기 위한 정부의 억제 정책으로 인해 블록체인 및 암호자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블록체인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점을 인지하고,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 관점에서 기술 활성화와 암호자산 제도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암호화자산에 대한 법적 지위를 조속히 마련하고, 이에 대한 조세, 회계 처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이와 관련한 스타트업의 규제 샌드박스 진입을 적극 허용해, '선시도 후정비'의 규제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이 25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4차위)

■ 권고안 부록, 'ICO 가이드라인 제정, 암호자산 기반 파생상품 개발 허용' 등 제언

이날 4차위가 발표한 권고안 부록에는 보다 자세한 내용이 담겼다.

4차위는 허가형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지금의 정책 기조를 더 확대하고, 비허가형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지금의 정책 기조를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4차위는 "현재 정부는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구상 중이며 다수의 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암호자산과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해서는 기존의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암호자산 발행과 거래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황"이라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 ICO를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아직 ICO를 명시적으로 규제하는 법률은 제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가이드라인 발표 후 해외에서 ICO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4차위는 "소수의 글로벌 IT 대기업이 전 세계의 데이터를 독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비허가형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없애야 한다"며 "비허가형 블록체인 고유의 가치와 장점을 인정하고, 비허가형 블록체인의 토대가 되는 암호자산의 법제화 및 제도권 편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제도권 편입의 세부적인 방안으로는 암호자산 거래소 및 ICO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것을 제언했다. 정상적인 ICO는 합법화하고 이에 따른 조세 관련 규정을 정비하며, 불법행위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명문화해 유사 수신행위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4차위는 "암호자산이 전 세계에서 하루 80조 원 이상 거래되고 있어 거래 자체를 막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불량 거래소를 이용하다 투자자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거래소(KRX)와 같은 제도권으로의 편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가격 기반 선물, 옵션 상품 출시를 허가한 사례와 스위스증권거래소(SIX)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을 거래소에 상장한 사례를 참고해, 파생상품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제도권 편입과 금융기관의 암호자산 취급 허용을 위해 국산 수탁 기술 개발 및 활용을 지원해 암호자산 수탁 시장이 해외 의존적이 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기관 참여를 위한 장외거래(OTC) 및 헤징을 위한 암호자산 기반 파생상품 개발 허용을 검토하고,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국제기구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인인증서의 대안 인증 체계 중 하나로 활용하기 위해 비허가형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된 신원인증 체계인 '자가 신원인증(Self Sovereign Identity)' 체계 도입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권고안 당장 반영은 어려워…"금융위 반대 여전"

하지만 권고안이 당장 정책에 반영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권고안은 법적인 강제성이 없으며, 권고안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해당 부처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번 권고안 작성에 참여한 4차위 관계자는 "4차위가 직접적인 정책을 만드는 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권고안은 참고자료로 보는 게 맞다"며 "금융위나 법무부의 (부정적인) 정세에 영향을 끼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권고안 작성 과정에서 금융위는 암호자산과 관련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고안 작성에 참여한 또 다른 4차위 관계자는 "이번 권고안 내용은 일 년 내내 투쟁을 해서 얻어낸 결과"라며 "금융위는 여전히 암호자산과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권고안 자체가 2030년의 대한민국을 상정하고 쓴 것이기 때문에 당장 내년, 내후년에 해당 내용이 정책에 반영되긴 어렵다"며 "암호자산과 관련해 급진적인 얘기도 들어가 있는 만큼 당장 내년에 시행해달라는 얘기보다는 2030년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것이고, 다른 나라와 보폭을 맞춰가면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장병규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4차위 2기를 출범하면서 '블록체인·ICO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도 TF는 구성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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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장 위원장은 TF 구성이 암호화폐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 판단해, 시기를 조율하다 TF를 구성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장병규 위원장을 비롯한 4차위 2기의 임기는 다음 달 26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