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도 안 통했다

美하원 청문회 출석했지만…'리브라 반대' 못 막아

컴퓨팅입력 :2019/10/24 15:48    수정: 2019/10/24 17:03

미국 의회에서 페이스북이 주도하고 있는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를 놓고 세 번째 청문회가 열렸다. 이번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리브라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나섰지만, 오히려 페이스북의 정치 광고, 대선 개입, 개인정보 유출 문제까지 지적당하며 궁지에 몰렸다.

2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리브라 청문회가 오전 10시부터 6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저커버그 CEO는 리브라가 기존 금융 시스템을 혁신할 아이디어고 이 분야를 중국이 선점하기 전에 미국이 나서야 한다며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의원들은 미국의 국익에 영향을 줄 중차대한 일이라면 이미 신뢰를 잃은 페이스북이 맡는 게 적절하냐는 논리로 그를 몰아세웠다.

맥신 워터스(민주당)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한 불만과 암호화폐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내며 첫 발언을 시작했다.

워터스 위원장은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세력이 페이스북을 이용해 선거에 개입한 사건과 최근 페이스북이 정치 광고에 대한 팩트체크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결정을 언급하며 "페이스북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너무 여러 번 실패했다"며 "이런 페이스북이 국제 경제를 흔들 수도 있는 위험한 새 통화를 진두지휘하게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설명한 모든 문제와 페이스북의 규모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미국 달러에 도전할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화폐를 만든다는 계획에 심각한 우려를 갖을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고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2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리브라 청문회'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캡처)

니디아 벨라스케스(민주당) 의원도 저커버그를 향해 "수 년간 개인정보 침해 사고를 일으킨 페이스북을 왜 믿어야 하느냐"며 따져 물었다. 이어 "암호화폐 영역으로 진입하는 페이스북에 대해 우리가 우려하는 이유를 알고 있느냐"며 "이것은 신뢰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런 공세에 "우리는 완벽하지 않고 많은 실수를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하며 리브라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또 리브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가 결제 플랫폼 혁신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암호화폐로 혁신하지 않으면 중국과 경쟁에서 미국의 인프라가 뒤처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커버그 CEO는 "중국 결제 기업들은 새로운 인프라 위에서 서비스를 구축했다. 전통적인 미국 시스템들이 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중국은 몇 달 안에 리브라와 비슷한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할 예정이며 여기에 위챗, 알리바바 같은 민간 기업도 참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미국의 모든 규제 기관이 승인하기 전까지 리브라 결제 시스템을 전세계에 출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의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리브라 블록체인 운영 연합인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이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 없이 출시를 결정할 경우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을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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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청문회는 지난 7월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열린 것에 이어 총 세 번째로 열리는 청문회다. 앞서 두번은 페이스북 블록체인 자회사 칼리브라의 데이비드 마커스 CEO가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이번엔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직접 나왔지만, 의원들은 여전히 리브라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패트릭 맥헨리(공화당) 의원은 "의원들이 이 청문회에서 어떤 새로운 것을 알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