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장관 "한국오라클 대표가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종합감사 출석 발언

컴퓨팅입력 :2019/10/22 09:40    수정: 2019/10/22 09:41

임민철, 권상희 기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다국적기업 한국오라클의 대표이사가 법률상 회사 직원의 사용자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재갑 장관은 21일 오후 국회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질의에 답하면서 이같이 발언했다. 이 발언은 한국오라클 측의 주장이나 노동부의 기존 입장과 상반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인터넷의사중계 캡처]

한국오라클은 그 동안 인사·경영 책임이 해외 거주 중인 본사소속 외국인 임원에게 있으며, 문건 대표는 회사의 법무 관련 업무 담당자라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문 대표는 한국오라클의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는 역할은 아니란 입장이다.

이 문제는 지난해 4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외투기업에 대한 검찰의 면죄부 남발' 의혹을 제기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한국오라클 직원 박 모씨가 2016년 6월 임금 미지급 혐의로 사측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문 대표에게 한국오라클 고소인(박 씨)의 임금 등 조건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면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정미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역시 이 사안에서 문 대표가 근로조건에 관한 결정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검찰 측 답변을 그대로 인용해 의원실에 회신했다.

문건 한국오라클 대표 [사진=인터넷의사중계 캡처]

이런 상황에서 이재갑 장관이 부처의 기존 입장과 다르게 판단한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입장이 향후 다른 국내 다국적기업의 인사·경영 책임 소재 판단에도 적용될지 주목된다.

이 장관은 이날 이용득 의원 질의에 대해 "한국오라클이 직원 성과 미지급건으로 고소됐고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에서 조사를 했다"면서 "강남지청은 오라클 대표이사를 사용자로 판단해 검사에 네 차례 수사 지휘를 건의했고, 중간 단계에 검사에게 대표이사의 근로·경영 결정권 소명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어 "강남지청으로 부터 서류를 받아 본 부가 검토를 했는데, 검사가 최종 불기소로 정리할 때는 (문건 대표의) 사용자성을 판단하지 않았고, 미지급된 성과가 없다는 것으로 판단해 불기소했다"며 "본 부가 판단하기로 한국오라클의 경우 대표이사가 노동관계법상 사용자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오라클 측은 대표이사가 노동관계법상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인터넷의사중계 캡처]

문건 한국오라클 대표는 이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며 "제 업무는 법무 업무 담당이고 저희 회사는 업무영역별로 (책임이) 세분화돼 있어서 영업을 처리하고 보고 체계도 …(한국오라클 직원의 급여·채용에)… 일반적으로 제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이 없다고 보느냐'는 추가 질의에 없다고 본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의원은 이에 현장에서 관련 서류 스캔 이미지를 띄우고 "지금 사용자로서 (한국오라클 노조와 사측의) 노사협의에 분명히 참석했고 부사장에게 교섭권한을 위임하셨고, (근로계약서도) 근로계약당사자로 본인이 작성했는데, 사용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문 대표는 "근로계약서 이런 것은 제 업무 스콥(범위)에서는 벗어나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문 대표의 답변을 들은 후 불기소 처분된 한국오라클 직원 임금 체불 사건을 재차 언급하면서 "이게 선례가 되면 다른 외국계 업체에서 일하는 대한민국 노동자는 계속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안종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한국오라클지부장은 "문건 대표가 실제 노사교섭, 인사위원회, 노사협의회를 주관하면서 인사경영권을 실제적으로 행사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어 "상황이 이런데 외투기업의 위법행위에 처벌대상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처벌하지 못하는 것은 명확한 법률 검토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외투기업의 인사경영 책임 주체만 명확해 져도, 외투기업의 국내법을 무시한 사업 행태를 일정부분 시정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종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한국오라클지부장. [사진=인터넷의사중계 캡처]

한국오라클 노조는 그간 사측에 10년간 동결된 임금의 인상, 고용안정, 노조활동보장, 직원복지향상 등 4가지를 요구해 왔다. 노사 양측은 고용노동부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11일 노사상견례 및 대표교섭 자리를 마련하고 전임자 인정, 노조사무실 설치 등 내용을 담은 기초합의서를 작성했다.

한국오라클 노조는 지난 2017년 10월 설립됐고 지난해 5월 16일부터 파업투쟁에 돌입해 현재 500일을 넘긴 상태다.

■ 환노위 국감에선 법인세 문제로 공방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선 법인세 문제로 공방을 벌였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오라클은 2016년 국세청이 부과한 법인세 3천147억원을 아직까지 납부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의 의식을 고려해 상식적으로 행동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7년 2월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법인세 취소 소송을 취하하고 지금이라도 조속히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건 한국오라클 대표이사는 "한국오라클은 업무 영역별로 세분화되어 있어 조세 소송 관련해서는 택스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조세 소송은 호주 책임자 소관"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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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의원은 "아무리 외국인 투자기업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내법을 지켜야 한다"며 "본사에 상의해 법인세를 내고 투명경영을 약속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 국세청은 한국오라클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아일랜드 조세회피처를 통해 2조원 가량의 조세를 회피한 혐의로 3천147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회사 측은 이에 불복해 2017년 2월 서울행정법원에 법인세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