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손도 금손되는 '라인프렌즈 크리에이터'로 옷 디자인 해보니

BT21 캐릭터 '타타' 활용해 맨투맨 디자인

인터넷입력 :2019/10/22 10:27

온라인으로 맞춤형 물품 제작 업체에 시안을 보내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다. 학교나 직장 단체복 주문도 손쉬워졌다.

하지만 제품에 들어갈 일러스트를 그리는데 영 재주가 없는 '똥손'이라면 기성품을 사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종이 위에 그린 그림을 컴퓨터 일러스트로 변환하는 것도, 태블릿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는 것도 디자인 전문가가 아니면 쉽지 않다. 제작 업체들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일러스트나 글자 스티커도 투박해 손이 가지 않는다면? 그럴 땐 인기 캐릭터들이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냉큼 잡아보자.

라인프렌즈는 지난 달 인기 캐릭터 '브라운앤프렌즈', 'BT21' 등을 활용해 커스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툴 ‘라인프렌즈 크리에이터’를 출시했다. 이 툴은 웹사이트 상에 개설됐으며, PC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라인프렌즈 크리에이터

이 툴은 일명 똥손도 금손으로 만들어 주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활용할 수 있는 스티커만 해도 1만가지가 넘는다. 또 제공되는 글자 모양(폰트)도 여러 가지다. 다만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이 있다면 ‘귀여움’이다. 반팔 티셔츠, 맨투맨, 후드, 집업 등의 의류 및 캔버스백, 휴대폰 케이스 등 20여종의 물건에 일러스트를 넣을 수 있다.

기자는 스스로 똥손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태껏 커스텀 물건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평소 라인프렌즈샵에서 파는 인형들을 하나둘 사 모을 정도로 캐릭터 마니아라 이 툴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제작에 들어가기 앞서 기자는 "라인프렌즈 스토어에 있는 기성품들보다 예쁘게 만들어보겠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BT21 타타

BT21의 하트 모양 캐릭터 ‘타타’를 좋아해 이를 활용한 커스텀 제품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타타는 방탄소년단 멤버 ‘뷔’가 그린 그림에서 출발한 캐릭터다. 뷔의 팬은 아니지만 캐릭터 모양과 그의 세계관이 마음에 들어서 타타를 좋아한다. 타타는 왕족의 숙명을 거스르고 모험을 택한 BT행성의 왕자라는 배경을 갖고 있다. BT21 친구들을 불러 모은 것도 타타라고. 하트 모양 얼굴처럼 사랑 가득한 리더십을 가졌을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처음엔 누렇게 때가 탄 스마트폰 케이스를 교체하고자 커스텀 폰케이스 만들기에 도전했다. 휴대폰 기종에 따라 다양한 색상과 무광/유광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본격적인 커스텀 작업을 위해 스티커 창을 열었다. 그런데 선택지가 너무 많아 선뜻 어느 하나를 고르지 못했다. 타타만 해도 모양과 디테일에 따라 종류가 수십가지나 됐다. 대분류는 먼저 기본형·업그레이드 버전 'BT21 유니버스'·베이비 타타·이상한(not so normal) 버전 등으로 나뉘었다. 그 안에 다양한 포즈를 취한 타타 스티커들이 있다. 디테일로 들어가면 까만 테두리가 있는 버전과 없는 버전으로 나뉘었다. 또한 색 없이 배경색이 그대로 보이도록 한 버전과 흰색 버전도 있다. 일단 하나둘씩 넣어봤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손바닥 남짓한 크기의 폰케이스는 욕망을 채우기에 너무 작았다. 폰케이스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타타 하나만 남겨 두고 없애도 봤다. 허전하다 싶어 하단에 내 이름 영문 이니셜 ‘KMS’을 하나씩 넣어보는데, 너무 촌스러워 조작하던 동작을 멈췄다.

그래서 더 큰 도화지로 삼을 맨투맨으로 종목을 바꿨다. 폰케이스를 디자인 하면서 플랫폼을 조금 만져보니, 타타란 캐릭터가 특히 맨투맨에 들어가면 멋질 것 같았다. 빨간 하트 얼굴에 뚱한 표정이 내 스타일이다. 제품이 괜찮게 나오면 가울, 겨울에 잘 입고 다닐 것 같아 차콜색(목탄색)으로 선택했다.

라인프렌즈 크리에이터를 활용해 맨투맨 위에 BT21 캐릭터 타타를 배열한 모습.

확실히 폰케이스를 디자인할 때보다 넓은 면을 활용할 수 있었다. 맨투맨 앞, 뒷면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큼지막하게 캐릭터를 박아볼까도 했지만, 앞서가는 마음을 자제하고 심플하게 가기로 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캐릭터 배열을 바둑판 모양이나 격자로 정렬해주는 기능이었다. 이때 들어가는 캐릭터 수를 가로·세로 N x N으로 지정하고, 단일 캐릭터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기자는 가슴 부분에 타타를 X자로 5개만 넣기로 했다. 이는 사실 한 명품 브랜드가 가슴 부분에 X자로 패턴을 넣는 시그니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라인프렌즈와 유명 패션 브랜드가 협업해 만든 옷 같은 느낌을 줘보겠다는 사심이 살짝 담겼다.

맨투맨 뒷면에는 번개 맞은 ‘알제이(RJ)’ 캐릭터를 어깨 바로 아래에 하나만 넣었다. 이렇게 하면 감각 있어 보일 것 같았다.

라인프렌즈 크리에이터로 BT21 캐릭터인 타타와 알제이를 활용해 커스텀 맨투맨을 만들었다.

‘이만하면 됐다’ 싶은 마음이 들 때 서둘러 상품 주문하기를 눌렀다. 맨투맨의 가격은 5만원이다. 캐릭터를 더 많이 추가한다고 가격이 오르진 않으며 본판이 되는 물건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다르다.

문득 많은 방탄소년단 팬들이 BT21 캐릭터 제품을 만들고자 몰리면서 주문이 밀리진 않았을까 걱정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10월1일에 주문했는데 18일 만인 19일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었다. 플랫폼 출시일 9월19일 방문자 수가 무려 25만명이었다고. 이는 전 세계 접속자 수다.

라인프렌즈 크리에이터 플랫폼이 가진 또 하나의 저력은 라인프렌즈가 글로벌 캐릭터인 만큼 플랫폼도 유럽을 제외한 전 세계 사용자를 타깃으로 구축됐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전 세계 각지로 배송해준다. 라인프렌즈에 따르면 크리에이터 플랫폼을 통한 주문량은 미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외 한국, 대만, 일본, 홍콩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고.

잠시나마 디자이너가 돼 심혈을 기울여 작업하는 동안 '어떤 제품이 탄생할까' 내심 기대했다. 18일 간의 기다림 속에 '대체 얼마나 굉장한 제품이 오려고 이렇게 늦나' 생각했다. 받아 본 완성품은 기대를 충분히 채울 만큼 질이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디자인 한 모습 그대로 구현돼 있는 점이 좋았다. 아무리 공들여 디자인했어도 애초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면 실망했을 것 같다.

기자가 직접 디자인 한 타타 맨투맨을 착용한 앞 모습.
기자가 직접 디자인 한 타타 맨투맨을 착용한 뒷 모습.

조금 더 자찬하자면, 맨투맨의 차콜색과 타타의 빨간색으로 배색한 것은 참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힙(Hip)’ 해 보이려고 오른쪽 어깨에 알제이 그림 딱 하나 넣은 것도 만족스러웠다. 실제 감각은 똥손이지만 크리에이터 플랫폼의 도움을 받아 과하지 않으면서도 멋스럽게 디자인 한 것 같아 뿌듯함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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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맨투맨을 입고 돌아다니니 이를 본 한 기자는 "예쁘게 잘 만들었다"며 "방탄소년단 팬인 지인에게 어서 라인프렌즈 크리에이터 툴을 알려줘야겠다"고 말했다. 타타를 모르는 또 다른 기자는 제품을 보고 처음엔 "화투 그림 아니냐"고 했으나, 이내 "다시 보니까 멋있다"고 평가해줬다.

라인프렌즈 크리에이터를 이용하는데도 꾸미기에 자신이 없거나 툴을 다루는데 서투르다면, 이미 어느정도 디자인 된 포맷을 활용해도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추가하거나 글자를 넣어 약간의 변주를 주는 것만으로 멋진 커스텀 제품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