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시대 ‘양자암호통신’은 왜 각광받나

안전한 5G 목표…미래 핵무기 확보전쟁

방송/통신입력 :2019/10/20 12:00    수정: 2019/10/20 14:51

<헬싱키(핀란드)=박수형 기자> 현재 암호화 체계는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따라 붕괴될 수 있다. 단순히 해킹 위협의 우려 수준에 머물지 않고, 미래 정보 산업의 패권이 한 쪽으로 쏠려버릴 수도 있다.

5G 초연결 시대에 모든 사물이 통신망에 연결되고 있는 가운데 양자컴퓨터가 미래 핵무기라는 표현도 서슴없이 나오는 이유다. ICT 인프라 강국을 자처했던 한국 정부가 양자 기술 확보에 머뭇거리는 사이에 세계 각국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역시 같은 이유다.

완전한 보안은 불가능하지만, 뚫리지 않는 방패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큰 관심을 받는 분야가 양자암호통신이다. 현존 해킹 기술로는 전송 구간에서 양자암호를 뚫을 수 없고, 양자의 물리적 특성으로 양자컴퓨팅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자적 특성을 활용한 암호기술은 기존 암호기술과 큰 차이를 보인다.

양자키분배 기술 개념도

기존 통신이나 금융 등 보안이 생명인 분야에서 폭넓게 쓰이는 암호기술은 소인수 분해를 바탕으로 한 RSA(Rivest Shamir Adleman) 알고리즘이다. 수학적인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암호기술은 무작위로 선택된 난수(Random number)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RSA 암호와 같은 현대 공개키 암호 체계는 패턴으로 이뤄진 난수다.

반면, 양자 난수로 만들어진 암호는 복제가 불가능하고, 중첩이라는 독특한 성질 때문에 현재 수준의 컴퓨팅으로 풀어낼 수 없다.

양자의 중첩은 현재 컴퓨팅의 디지털 신호 처리 방식인 0과 1의 조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0과 1 등 두 가지 개별 상태 외에도 양쪽의 특성을 갖는 상태도 존재한다.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뿐 아니라, 패턴 분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아울러 한번 측정되면 0 또는 1로 확정돼 이전 상태를 복제할 수 없는 비가역성, 0과 1 모두를 동시에 측정할 수 없는 불확정성, 거리에 상관없이 두 양자 간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얽힘 등의 특징에 따라 데이터의 송수신 과정에서 정보 탈취는 매우 어려워진다.

양자암호통신은 크게 양자키분배기(QKD)와 양자난수생성기(QRNG)가 핵심기술로 꼽힌다. 다행히 국내 통신사인 SK텔레콤과 자회사 IDQ가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있는 분야다.

우선 양자키분배는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제3자가 해킹할 수 없는 암호키를 만들어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나눠주는 기술이다. 제3자가 통신망에 침투해 암호키를 탈취하려고 시도하는 경우, 양자에 담긴 정보 자체가 변하기 때문에 해킹 시도 여부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기존 통신을 송신자와 수신자가 공을 주고 받는 행위로 비유하자면, 양자암호통신은 비누방울을 주고받는 것과 같다. 누군가 중간에 탈취를 시도하는 경우 흔적이 남고 모양이 변형돼 복제 자체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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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난수생성은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패턴이 없는 순수 난수를 만드는 기술이다. 제3자가 해킹을 시도해 난수를 탈취해도 패턴이 없기 때문에 해석이 불가능하다. 현재 보안 시스템에 적용된 난수 체계는 무작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어, 연산 능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가 곧바로 해석할 수 있다.

양자난수생성 기술은 기간통신망은 물론 공인인증서, OTP를 비롯해 각종 IoT 제품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