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 쇼미더웹툰] 생의 끝서 만난 소년과 원수...‘노수’

작가 누로 작품, 12화 완결

인터넷입력 :2019/10/13 11:04

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 레진코믹스와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레진코믹스 웹툰 ‘노수(작가 누로)’,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레진코믹스 웹툰 ‘노수’(작가 누로)는 삶의 끝에 선 노인이 어느 날 이웃집 소년과 친구가 돼 위안을 받다가 그로 인해 평생을 품고 산 상처와 부딪히게 되면서 슬픔과 혼란 분노를 느끼며 자신의 지나온 시간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오래 전 아들을 사고로 잃은 일흔 가까운 나이의 인섭은 낡은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중이다. 어린 아들이 죽고 얼마 되지 않아 아내와도 이혼한 그는 이후 오랜 시간을 무기력하게 홀로 밥먹고 잠들며 늙어왔다. 노인이 되어가는 시간 속에 인섭의 곁에 있었던 건 온기 없는 집안 벽에 가득한, 살아있다면 어찌 자랐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 어린 아들과 단란했던 시절의 사진 뿐.

그런 인섭이 최근 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병 초기라 수술하면 완쾌라는데, 그는 거부한다. 지난 세월 억지로 잡고 살아온 몸을 더 붙들 이유도 미련도 없어서다. 암 진단을 받은 인섭은 몇 푼 되지 않는 통장 잔고를 정리하고, 연락할 사람 하나 없으니 종이에 몇 자 적는 걸로 남은 시간을 마무리하려 한다.

그러던 중 병세가 악화돼 아파트 복도에서 쓰러지게 되는데, 이웃집 소년이 그를 발견해 돕는다. 소년의 이름은 서길우, 1년 전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이 동네로 이사 온 예비 중학생이다. 아직은 엄마를 잃은 슬픔이 클 나이인데, 집안의 공기가 아내를 잃은 아빠의 슬픔으로 가득 차 있어 어디서도 자신의 슬픔을 위로받지도, 속내를 드러내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사는 중이다.

아직은 낯선 동네에서 딱히 정붙일 곳 없어서였을까? 길우는 학교 가기 전 밤 사이 별일 없었는지 인섭의 집에 들러 보고, 수업이 끝나면 그가 일하는 경비실로 가 학교에서 있었던 이런 저런 일을 얘기했다. 부산하지 않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그렇게 각자에게 비어 있는 아들과 아버지 자리에 서서히 자리하기 시작하는데…

인섭은 이렇게 살다 삶을 마쳐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오래전 떠난 아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년과 별나지 않는 담소를 나누고, 아이의 소소한 말에 이따금 웃을 수 있고, 이제는 경비실에 과자라도 들어오면 챙겼다 주고 싶은 친구가 생겼으니 말이다.

레진코믹스 웹툰 ‘노수(작가 누로)’,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그런데 그 소년으로 인해 인섭은 느닷없이 평생을 안고 살아온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내 가정을 빼앗아 간 놈이 뻔뻔하게도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어있었구나'

인섭은 어느 날 아파트 복도에서 마주친 한 남자를 보고 그가 자신의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과거 학교 폭력의 장본인이자 친구가 된 이웃집 소년 길우의 아빠라는 사실에 충격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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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시간이 살아갈 시간보다 많은 노인이 인생의 시작점에 선 소년과 마주하는 이야기들은 그때마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과거의 상흔을 뒤로하고 살아온 고집 센 노인이 72년산 자동차를 매개로 이웃집 소년과 마주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그랜 토리노'나 사고로 시력을 잃은 퇴역장교와 그의 여행 길잡이로 나선 가난한 사립고교생의 여정을 그린 알 파치노 주연의 '여인의 향기'의 주인공들도 그러하다.

아들의 죽음으로 인생을 내려놓고 살다 노인이 된 남자는 그 상처로 인해 삶의 끝에서 얻은 소소한 햇살마저 잃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소년을 대해야 할까? 작품은 주인공 인섭이 시한부 삶을 택하며 인생을 정리하는 초반부터 우연히 친구가 된 이웃집 소년 길우와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 뿐 아니라 그 소년을 원수의 아들도 마주하면서 갈등을 겪는 후반부의 이야기들을 절제된 대사와 섬세한 심리묘사로 전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양심과 복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노인의 뒷모습이 슬프고도 애처로운 작품 '노수'는 레진코믹스에서 12화로 완결돼 서비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