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비난연성 전력케이블 교체율 43% 수준

비용·시간 문제로 계획 수정…"궁여지책 수단 되지 않아야"

디지털경제입력 :2019/10/11 13:42

전국의 전력구와 공동구 내에 비교적 쉽게 불이 붙는 '비난연성' 전력케이블이 화재예방 기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국회 산자중기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난연성 전력케이블 총 1천466킬로미터(km) 가운데 43%인 627km만 교체가 이뤄지고 나머지 57% (839km)는 아직 교체되지 않았다.

한전은 지난 2015년부터 비난연성 전력케이블 교체사업을 계획해 시행 중이다. 비난연성 전력케이블을 쉽게 타지 않는 성질의 난연성 케이블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전력케이블 교체사업을 시행한 배경에는 지난 2014년도 부산 녹산 전력구에서 발생한 전력케이블 접속재 화재사건이 있다. 당시 약 3천 곳에서 정전이 발생했고, 1억6천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아직 교체되지 않은 케이블은 화재예방의 차원으로 연소방지도료를 도포해 관리되고 있다. 이는 '화재예방법 시행규칙' 등 규정에 따라 비난연성 전력케이블에 연소방지도료를 도포해 난연성능을 확보하도록 한 데 따른 대책이다.

한국전력공사 본사

이 의원은 "다만, 도료는 시공품질·온도·습도 등 주위 환경에 따라 난연성 유지기간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며 "습기가 많은 공동구 내에서는 유지기간도 급감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전에 문의한 결과, 교체되지 않은 비난연성 케이블들 중 거의 대부분의 케이블이 도료를 시공한지 10년이 넘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전은 "난연성케이블로의 교체공사가 비용도 많이 들고, 공사도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특성이 있다"며 "1km의 전력케이블을 교체하는 데 3억원 가량의 비용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전은 남은 839km 중 255km는 난연케이블로 교체하고 나머지 584km는 난연소재로 구성된 차화커버를 씌우는 방식으로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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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화커버는 케이블을 커버로 감싸는 장치로, 1km 설치에 6천200만원의 비용이 투입될 전망이다. 한전은 이후 진단을 통해 차화커버가 불량으로 판정될 때 다시 난연케이블로 교체할 방침이다.

이 의원은 "이는 오래된 케이블에 새로운 커버를 덮는 격으로 한전에서 말하는 근본적 화재안전 보강책으로서 완벽하게 난연기능을 확보한다고 볼 수 있을 지에는 다소 의문이 든다"며 "케이블 교체사업이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 수단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더욱 면밀한 점검계획과 관리계획을 수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