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왜 ‘사회적 가치’를 외칠까

"사회문제 해결 적극 나서 블루오션 기회 창출"

디지털경제입력 :2019/10/02 18:57    수정: 2019/10/03 11:23

SK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로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을 천명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이란 화두를 기업 전면에 내걸었다. 이후 SK그룹은 전체 계열사와 함께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업 모델 개발에 집중했다. 올해 5월엔 2년 간 개발한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공개하고 본격적인 시스템 운영에 돌입했다.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 전도사로 나서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계열사 임직원의 핵심성과지표(KPI)에 50% 반영하면서 전사적으로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현천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SV추진팀장(전무)은 2일 열린 미디어포럼에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SK의 다양한 생각을 공유했다. 사회적 가치를 기존의 '사회공헌활동'과 같은 것으로 오해하거나, 기업 평판 관리용 정도로 보는 일각의 시선에 적극적으로 해설했다.

최태원 SK 회장(오른쪽 첫번째)이 19일 오전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9 이천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세션을 듣고 있다.(사진:SK)

정현천 전무는 "이제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 성장, 발전하려면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며 "디지털 기술과 글로벌한 소통 때문에 기업의 모든 일이 즉각적,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알려지고, 전세계 모든 사람이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이다"라고 설명했다.

정 전무는 "과거 SK의 이해관계자로 볼 수 없었던 멀리 떨어진 사람이 이제 우리의 활동,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 됐다"며 "기업도 이해관계자를 보는 관점 자체를 주주, 고객, 구성원 같은 직접적 이해관계자에서 정부, 사회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적극적으로 이해관계자 범위를 넓혀 인식하고, 공유지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노력이 기업으로서 당연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K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한다. 전세계 여러 대형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경영 전략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으며, 강도높게 실천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사회적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정 전무는 "투자자조차 자신의 투자금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하며, 소비자도 가성비만 따지던 것에서 소비행위의 의미를 따진다"며 "과거 공유지 문제 해결자 역할을 했던 정부도 기후변화나 자원부족, 고령화 등의 문제해결에서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과 협력해 해결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문제 해결은 정부의 역할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주체의 역할이자 임무가 된 시대"라며 "기업과 그 구성원, 또는 기업밖 사회 다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끼는 문제들이 사회문제라 정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비용 문제였다. 사업과 이익창출과 별개의 것으로 여겨졌다. 사회적 가치는 이를 뒤집는다. 사회적 가치 창출은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제반 환경을 조성하고,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드는 미래사업 투자의 성격을 갖는다.

정 전무는 "사회적 가치 창출은 새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는 블루오션의 기회 창출"이라며 "사회공헌은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하는 행위지만, 사회적 가치 창출은 더 적극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비즈니스 기회 창출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한 사내조직이 아니라 메인 사업과 함께 하며 사내 전 조직이 함께 하는 것"이라며 "손익계산서 내 비용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 모든 자산, 수익, 비용 항목과 관련해 제대로 충분히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며 쓰이고 있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무는 자본비용 산출 공식에 나오는 '멀티플' 같은 것들이 사회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에빗타나 에바를 계산할 때 공식에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게 있는데, 시장이 그렇다고 할 뿐 논리적으로 타당성있게 설명하기 힘들다"며 "여기에 사회적 가치가 숨어있는 것으로, 사회적 가치로 기업이 사회에서 장기 존속하게 바라보는 관점이 멀티플 같은 재무공식에 숨겨져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는 그룹 경영헌장인 'SKMS'를 개정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주요 목표로 넣었다. 이후 계열사 정관에도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내용을 반영했다.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경제간접 기여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 세가지로 나눠 수립했다.

작년 SK 계열사들의 경제간접 기여성과는 전체 18조1천억원이었고, 비즈니스 기여성과는 마이너스(-) 2조3천억원이었으며,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1천973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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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과정에서 자연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따른 마이너스 성과도 그대로 외부에 발표했다.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전환하는걸 주요 목표로 걸었다고 부연했다.

정 전무는 "SK는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을 혼자 하지 않고 여러 이해관계자와 함께 하고 있다"며 "협력업체, 사회적기업들, 경쟁업체, 정부, 학계, 시민사회, 글로벌 조직 등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