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언론사 vs 구글, '링크세' 정면대결

"링크세 안내겠다" 구글 맞서 단체행동 예고

홈&모바일입력 :2019/10/01 14:40    수정: 2019/10/01 15:0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유럽연합(EU)에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거대 언론사들과 구글이 ‘링크세’를 놓고 한치 양보 없는 힘겨루기 태세를 보이고 있다.

첫 격전지는 프랑스다. 구글에 맞선 언론사들의 무기는 저작권지침이다. 지난 5월 유럽의회에서 최종 확정된 저작권지침은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15조에 규정된 ‘링크세’는 언론사들에겐 중요한 무기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규정에 따르면 구글 검색이나 뉴스에서 기사를 링크할 경우 해당 언론사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EU가 마련한 지침은 각 회원국들의 자체 입법 과정을 거쳐 본격 시행된다. 프랑스는 오는 10월24일 EU 회원국 중 처음으로 ‘링크세’를 골자로 하는 저작권지침이 적용된다.

(사진=씨넷)

따라서 10월 24일 이후엔 구글은 뉴스나 검색 서비스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선 언론사들에게 일정액의 ‘링크세’를 물어야만 한다.

하지만 구글은 링크세를 낼 생각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링크세가 본격 적용될 경우엔 섬네일 사진이나 기사 요약은 빼고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 ‘저작권지침’에 따르면 제목만 포함한 단순링크는 저작권 라이선스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 "구글, 협박범이나 다름 없는 행동 하고 있다"

구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프랑스와 독일 언론사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구글의 이런 행보에 대해 여러 언론사들이 힘을 모아서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 언론사를 대표하는 프랑스언론연맹과 유럽신문발행인협회(ENPA)는 구글의 이 같은 행동이 ‘영향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독일신문출판연맹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구글의 행동이 반독점 행위에 해당된다고 비판했다.

ENPA는 “유럽 언론사들은 (구글의) 위협에 맞서 단결할 것이다. EU 규정은 지켜져야 한다고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특히 “구글은 법 위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사진=씨넷)

유럽 언론사들은 구글이 EU에서 벌어가는 돈에 비해 제대로 기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디어 전문매체 디지데이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은 프랑스 디스플레이 광고 시장의 85~9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사실상 시장 독점 사업자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EU의 저작권지침에 규정된 링크세를 납부하지 않겠다는 건 횡포에 가깝다는 게 유럽 언론사들의 시각이다.

디지데이에 따르면 ENPA는 “(링크세를 적용할 경우 섬네일이나 기사 요약을 빼겠다는 건) 협박범이나 다름 없는 행동이다”고 비판했다.

디지털 권리를 포기하고 콘텐츠를 공짜로 넘기거나, 아니면 검색에서 사라지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구글 "섬네일-기사요약 제거"…5년 전엔 언론사 참패

물론 구글은 저작권지침이 시행되더라도 언론사 기사를 검색에서 빼버리는 건 아니다. 대신 섬네일이나 기사 요약 없이 제목만 링크해주는 쪽으로 레이아웃을 바꿀 예정이다.

이 같은 구글이 방침은 저작권지침의 규정을 잘 활용한 것이다. EU 저작권지침에는 링크세와 관련해 크게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단순 링크는 저작권 라이선스 협상 대상이 아니다. 제목만 포함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둘째. 링크에 본문 요약(snippet)이나 섬네일 사진을 포함할 경우엔 소정의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셋째. 위키피디아 같은 비상업적 서비스나 중소 스타트업들은 링크세 적용을 받지 않는다.

구글은 유럽연합에서 저작권지침이 적용될 경우 기사 검색 결과에서 섬네일 사진과 본문 요약을 빼버리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구글은 저작권료 지불 의무가 있는 둘째 방식 서비스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명시적인 동의(opt-in)를 표시한 언론사의 기사에 한해 섬네일 사진이나 본문 요약을 표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료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언론사의 기사는 종전대로 제목 뿐 아니라 본문 요약이나 섬네일을 노출해주고, 그렇지 않는 언론사는 링크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문제는 섬네일이나 기사 요약 없이 제목만 링크할 경우 해당 언론사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구글 자체 조사 결과 절반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와 독일 언론사들이 공동 대응에 나선 건 이런 상황 때문이다. 이들은 구글이 트래픽이 줄어들 것이 뻔한 상황에서 ‘단순 링크 전환’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협박이나 다름 없다는 입장이다.

ENPA는 앞으로 다른 EU 회원국에 있는 언론사들과도 구글에 공동 대응할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언론사들이 구글과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5년 전에도 스페인, 독일 등에서 한 차례 맞붙은 적 있다. 당시 구글세를 도입하려고 하자 구글은 ‘구글뉴스 폐쇄’란 초강경 조치로 맞섰다.

하지만 당시엔 언론사들이 백기를 들었다. 구글뉴스 폐쇄 이후 언론사의 트래픽이 반토막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EU 지침 마련으로 언론사 힘얻어…상황 달라질까

물론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그 때는 개별 국가 차원의 입법 활동이었지만 지금은 EU 차원의 지침이 마련됐다. 따라서 그 때보다는 언론사들이 좀 더 조직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많은 상황이다.

첫 테이프를 끊는 프랑스에 관심이 쏠리는 건 이런 상황 때문이다. 여기서 밀릴 경우 5년 전과 같은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디지데이에 따르면 ENPA 역시 “(그 때처럼) 서로 분할될 경우엔 저작권지침이 사문화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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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플랫폼을 견제하려는 EU의 원대한 야심은 성공할 수 있을까? 3년 여 우여곡절 끝에 ‘저작권지침’을 마련하면서 법적인 토대는 마련했다.

하지만 워낙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저작권지침 만으로는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그 첫 실험대가 될 프랑스에서 전 세계 언론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