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권리, EU서만 적용"…구글, 역사적 소송 승리

ECJ, "전세계로 확대적용은 권한 남용" 판결

인터넷입력 :2019/09/25 09:15    수정: 2019/09/25 09:5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잊힐 권리’ 때문에 곤경에 처했던 구글이 유럽연합(EU)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 전 세계에 걸쳐 잊힐 권리를 보장할 의무는 없다는 판결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24일(현지시간) 구글이 EU 국경 밖에서 까지 잊힐 권리를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판결했다.

보도에 따르면 ECJ는 “현행 EU 법률에 따르면 링크 삭제 요청에 대해 검색엔진 운영 업체가 모든 검색 엔진에 대해 적용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개인들이 관련 정보 삭제를 요구할 경우 ‘잊힐 권리’가 적용되는 EU 내에서만 해당 링크를 제거하면 된다는 판결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구글은 “2014년부터 유럽에서 잊힐 권리를 적용하고 정보 접근권과 프라이버지 보호 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면서 “법원에 우리 주장을 받아들인 것을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사진=씨넷)

■ MS 등도 구글 측면지원…ECJ "역내서만 적용" 결론

EU는 지난 2014년부터 잊힐 권리를 명문화했다.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한 삭제를 요구할 경우 구글 같은 검색업체들은 해당 웹페이지로 가는 링크를 제거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여기까진 특별한 공방이 없었다.

그런데 프랑스 정보보호기관인 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이 2015년 ‘잊힐 권리’를 EU 지역 외 사이트에까지 적용하도록 요구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구글이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프랑스 당국은 10만 유로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했다.

구글은 이 같은 조치에 반발했다. EU 바깥 지역에까지 잊힐 권리를 강요하는 것은 권한 남용에 해당된다고 반박했다.

(사진=픽사베이)

구글 뿐 아니라 미국 내 다른 기업들도 이번 재판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특히 ECJ가 전세계적으로 잊힐 권리 보장 의무가 있다고 판결할 경우 자칫 EU가 미국 IT 기업에 대해 규제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위키피디어 운영단체인 위키미디어 재단, 언론의 자유에 대한 기자위원회 등도 구글 의견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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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럽 최고법원인 ECJ가 구글 손을 들어주면서 ‘잊힐 권리’는 유럽 역내에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ECJ는 이날 개인의 성생활이나 유죄 판결 관련 정보를 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링크를 자동 삭제할 필요는 없다는 또 다른 판결을 내놨다. 사람들의 정보 접근 권리는 매우 엄격하게 보호되어야만 한다는 취지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